주인공없는 기묘한 서커스의 소녀

Brandmother X Lorenzo Mattotti

by 브랜드마더
11 Lorenzo Mattotti.jpg Artist : Lorenzo Mattotti, Agency : Galerie Martel




참 이상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없어져버렸다.


나름 인정받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조마조마했고 불안했다.

이 혼란스러움을 벗어나고 싶지만,

동시에

벗어나서는 안되는 상황에,

막막하고 늘 화가 나 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한강다리를 걸었던 점심시간,

깨닫고 말았다.

나는,

지나치게 열심히였구나.


잘 해내고 싶어 너무 많은 것을 소진했다.

이제,

그동안 스스로 허용하지 않던 것을

해보기로 한다.


회사 앞 새로 생긴 카페에 불쑥 들어가

가장 눈길 가지 않는 자리에 적힌

말차 라떼를 주문한다.

쌉싸름한 달콤함이,

아무도 날 아껴주지 않는 듯 한 위태로운 기분을

포근히 안아준다.


회사로 향하던 몸을 그대로 돌려

집 서랍을 뒤졌다.

일단 무언가를

해야 했다.

손이 잡힌 여권은 텅빈 채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래, 이번엔

나를 위해

힘을 내보자.


새로 찍은 여권사진을 들고 나선 발걸음이

어쩐지 매끈하다.








Lorenzo Mattotti는 1952년 이탈리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입니다.

2003년 그래픽 노블계의 노벨상이랄 수 있는

아이스너상을 수상했습니다.

다수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습니다.

종이 또는 보드에 아크릴로 바탕색을 스민 뒤

오일색연필로 질감을 더하는 방식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심리보색, 인접대비 등으로 내면의 깊은 심리를

강렬한 감각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이전 10화오렌지빛 수평선 너머 알싸한 에피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