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몇 번째 시술이지? 할 때마다 너무 아프고 힘들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 그만하고 싶은데. 진작에 남편은 그만하자고 했지만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다.’
난 30대 초반에 결혼했다. 남편과는 3살 차이 사내커플로 만났다. 원래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남편의 끊임없는 구애가 밉지 않았다.
일이 너무 재미있고 승진에 대한 갈망이 커서 결혼은 안 하거나 최대한 늦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뜻대로 흘러가던가. 남편과 일 년 정도 만나고 상견례를 가졌다. 결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33살 긴장 속에 많은 친척과 친구 앞에서 평생 함께 살겠다고 선언했다.
처음부터 아이 계획은 따로 세우지 않았다. 솔직히 일을 계속하고 싶었고 경력에 공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남편 하고도 연애 때부터 얘기를 나눴는데 내 뜻을 존중해 주겠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딩크 부부다. 아이가 싫은 건 아니지만 일단 목표한 것들은 좀 이루고 싶다.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다.
결혼하고 일 년 정도 신혼생활을 즐겼다. 사실 평일엔 직장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별다른 추억을 만들지도 못했다. 나보다 오빠가 더 힘든 거 같다. 요즘 다른 곳으로 이직했는데 새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가 보다.
주말엔 그간의 보상을 바라듯 좋은 음식점도 가고 카페도 가고 데이트를 했다. 둘이서 지내는 것도 너무 행복하다. 일은 힘들지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의지가 된다.
주변 친구들도 거의 결혼을 했다. 그중에는 출산 후 아이가 생긴 가족도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은 제일 친한 소희네와 가족 모임을 가졌다.
소희는 중학교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다. 10대 20대를 함께 보내며 참 많은 추억을 쌓았었는데. 이젠 나도 소희도 시집을 갔다는 게 신기할 때가 있다.
소희는 돌이 지난 아이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부부 모임도 자주 가졌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돌 정도 지나서 겨우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소희는 힘들어 보였다. 살도 예전보다 좀 찐 거 같고 화장기도 거의 없었다. 일 년 사이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거 같다.
”소희야. 아이 키우느라 고생 많았나 보다. 몸은 좀 어때.”
“희정아. 잘 지냈지?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일 년이 훌쩍 지나버렸지 뭐야.”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중간중간 아기가 울어서 소희 남편이 데리고 나가서 다독이기도 했다. 아이가 있으니 대화를 길게 지속하질 못하겠다. 소희도 소희 남편도 70% 이상 아이한테 집중하고 있는 거 같다. 괜히 밖에서 만나자고 한 거 같아 미안해졌다.
”소희야 미안해. 아직 아이 데리고 나오긴 좀 불편하지? 차라리 집에서 보자고 할 걸 그랬다.”
“괜찮아. 이럴 때 아니면 밖에 나가는 건 생각도 못해. 빨리 애가 컸으면 좋겠다.”
소희네 부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데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소희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오빠. 우리 아이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거 어때?”
적막을 깨고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하긴 내 입으로 아이에 대해 얘기를 꺼내리라곤 나도 생각 못 했다. 집에서 진지하게 얘기를 한 번 나눠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