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를 마무리하며

by 고성프리맨

뜬금없이 소설이 쓰고 싶어 졌습니다. 예전부터 한 번은 내손으로 뭔가를 창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실행으로 옮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써지는 편이었는데 중반부 이후부터는 진행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도 내용이 써지지 않을 때는 접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재능이구나.’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며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속상했습니다. 사실 이대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아쉬워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걸렸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그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이었습니다.


”접으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사실 인기가 있는 글도 아닌데 쓴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 좋은 경험 했다 치고 그 시간에 다른 거해.”


중반부터 마무리를 짓기까지는 내내 이런 상태의 연속이었던 거 같습니다. 무슨 소설 하나 쓰면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여기는지 부끄러울 때가 참 많았네요. 어떤 편은 써 놓고도 다시 읽으며 손발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힘들었던 건 별거 아니지만 다른 SNS 계정에 글에 대한 홍보를 해보는 일이었습니다. 마치 보여줘서는 안 될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쓴 글에 대해 알리는 행위가 왜 그렇게 민망하고 힘들던지. 홍보를 잘하시는 분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차 순서가 잘못되었네요. 글에 자신이 있으니 홍보하는 게 부끄럽지 않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전 제가 쓴 글이 부끄럽다고 여겨져서 홍보를 하면서도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매번 했던 거 같습니다. 어찌 됐건 이미 시작한 이상 끝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내용이 산으로 가든 개연성이 떨어지든 기왕 시작한 거 마무리를 지어야 뭔가를 느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쓰다 보니 겨우 완결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소설의 끝까지 내용을 빨리 써버렸으면 좋겠다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건 무명의 사람이 쓰는 부족한 소설을 계속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쓰다가 지금 접어 버리면 왠지 읽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생길 거 같았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분이 읽어주는 소설은 아니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내용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자 힘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마치 유명한 작가가 회고하는 느낌이어야 할 거 같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네요. 그래도 혼자 만의 자축이라 생각하고 조금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회자라는 제목을 지은 건 딱히 생각하고 지은 제목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살아생전 아버지의 직업 중 하나가 목회자셨던 게 항상 마음속 한편에 있었는데 그 모습이 떠올랐던 거 같네요. 물론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정도 여기저기서 들었던 내용과 상상 그리고 약간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던 소재와 버무려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쓸 때만 해도 굉장히 길게 쓸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 기대보다는 분량이 짧아진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반부터 꾸역꾸역 써나가다 보니 분량이 점점 압축되어 버린 건 아닌가 싶네요.


”혹시 이다음에도 호러나 공포를 주제로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가요?”


약간의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외전 격의 내용을 일부 써보고는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써저셔 고민 중입니다. 제게 있어 공포물은 어른의 동화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때로는 잔인하고 상상하기도 싫은 내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어릴 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환상이 있습니다.


조금 황당한 고백을 하면 사실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잘 못 보는 편입니다. 특히 영상으로 된 공포물을 볼 때는 눈과 귀를 틀어막기 일쑤입니다. 그런 제가 공포물을 쓰고 있는 것도 기묘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포물을 못 보는 것과 별개로 쓰는 작업은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고통 그 자체였지만요. 아무튼 여건이 된다면 언제든 공포물은 다시 쓸 생각입니다.




소설을 쓸 때 재능이 없구나를 느낀 순간이 많았는데 그중에 하나는 주문과 관련된 내용 그리고 기도문을 쓸 때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써 놓은 글을 볼 때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진행되던 내용들이 막상 제가 쓰면 투박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그럴싸한 전투가 이뤄질까 혹은 성스러운 느낌이 들까를 고민해 봤지만 제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혹시나 다음에 무형의 존재와 전투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그럴싸한 느낌이 들도록 써보고 싶습니다.


아무튼 목회자를 끝마치고 나니 솔직히 많이 후련하긴 합니다. 마음의 짐을 하나 벗어던진 거 같고 다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글이 쓰고 싶어지는 건 참 신기하네요.


그동안 부족한 글이지만 목회자를 읽어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겠습니다. 언제까지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지치지 않고 덜 고통스러워하며 쓸 수 있는 제가 되길 바라며 글을 정리해 봅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