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43

미혹

by 고성프리맨

홍심의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 걷잡을 수 없는 어지러움에 홍심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일렁이며 속도 메스껍다.


”홍심 님! 정신 차리세요. 여기 물 좀 드세요.”


홍심은 거친 숨을 겨우 쉬며 숨을 고르는 중이다. 한편 김시헌은 한바탕 몰아친 공격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홍심은 그렇다 치고 본인 앞에서 기도를 읊는 노인도 강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넌 누구냐? 그래봤자 기도쟁이겠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개죽음을 당하려고 왔느냐.”


김시헌은 온갖 조롱과 조소를 섞어 철환의 마음을 건드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철환은 계속해서 기도문만 읊고 있다. 이윽고 철환이 입을 뗀다.


”여호와 닛시! 여호와께서 맹세하시기를 여호와가 아말렉과 더불어 대대로 싸우리라 하셨다 하였더라. 시온을 향하여 깃발을 세우라, 도피하라, 지체하지 말라, 내가 북방에서 재난과 큰 멸망을 가져오리라. 그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한싹이 나서 만민의 기호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 돌아오리니, 그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

”뭐라는 것이냐!”


김시헌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살아생전 그리고 죽어서까지 본인에게 대드는 인간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김시헌은 혜리의 영혼을 이용하기로 한다.


”살.. 살려주세요. 전 박혜리라고 해요. 제발 살려주세요.”

”혜리? 혜리 누나라고요? 창훈이 누나 맞나요?”


승호가 깜짝 놀란 듯 말을 건네자 철환도 기도를 잠시 멈춘다.


”철환님. 제 친구의 누나예요.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악귀에게 조정당하고 있으신 상태 같아요.”


약간 정신을 차린 홍심도 겨우 일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몸의 열기가 가라앉진 않았다.


”조심해야 해요.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됩니다. 하지만 김시헌이 몸속에 있는 한 언제든 돌변할 수 있어요.”

”승호 씨 꿈속에서 날 만난 적 있죠? 구해달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뭐죠? 원망스러워요.”


혜리의 눈이 빨개진 채 승호를 원망스럽게 쏘아본다.


”하지만 전 불쌍하게 이용만 당하고 있어요. 제 안에 있는 악마와 계속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여러분이 절 구해주셔야 해요. 불쌍한 절 도와주세요. 게다가 전 이미 다쳤다고요. 제 팔과 다리를 좀 보세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구슬프게 울면서 혜리는 점점 앞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철환은 뒤로 조금씩 물러선다.


”큰일이구나. 영혼을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섣불리 퇴마를 할 수가 없어. 하지만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지. 홍심아 움직일 수 있겠니? 네가 악귀를 좀 묶어놔야 할 텐데.”

”하아.. 하.. 어떻게든 해볼게요. 시간을 벌어볼 방법이 있어요.”


홍심은 바닥에 떨어진 피를 새끼손가락으로 찍어서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타다타 옴 아나레 아나레 비사다 비사다 바이라바지라타레 반다반다 반다네반다네 바이라바 지라파네 파트 훔 브룸 파트 스바하 나무 스타타가타야 수가타야 아르하테 삼먁삼붇다야 사단투 반트라 파다 스바하”


주문을 세 번 외우자 글씨가 움직이더니 혜리의 몸에 달라붙는다.


”아저씨. 제가 어떻게든 잡아 놓을 테니 어서 퇴마를 시작하세요.”


홍심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최대한 힘을 집중한다. 갑작스러운 결박에 김시헌은 당황한다.


”네놈들이 사람을 죽이려 하는구나! 내가 떠나더라도 결국 네놈들은 살인자가 될 뿐이야. 하하.”


승호는 살인자가 된다는 김시헌의 말에 갑자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맞아. 이렇게 퇴마를 하다 혜리 누나가 죽으면 결국 살인이 되겠지. 이건 아니야..’


김시헌은 흔들리는 승호의 마음을 눈치챘다.


’조금만 더 흔든다면 내게 승산이 있다. 저 놈을 이용해야겠어.’


”주님의 십자가 앞에 우린 섰네. 원수들의 힘, 이제 물러가라! 가령 어쩌면 넌 불쌍한 존재, 그러나 우린 너와 마귀의 악을 퇴치하리라. 마귀의 모든 군단, 동맹, 씨족, 지옥의 원수들, 모든 공격을 막아낼 것,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힘을 받아 너를 추방하리니, 하느님의 어린양을 지키리라. 간악한 뱀아, 인류를 속이지 말고, 영혼을 박해하지 말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노니, 아멘.”


철환은 눈을 감고 퇴마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기도가 끝남과 동시에 성경을 번쩍 공중으로 들었다 그대로 악귀에게 다가가 성경으로 어깨를 내리찍는다. 기도와 성령의 힘으로 감싸진 성경은 푸른빛이 감돌고 있다. 성경에 내리 찍힌 부분에서 김시헌의 영혼 중 일부가 혜리의 몸과 분리되기 시작한다.


”크아악! 저주한다. 다 죽여 버릴 것이야. 같잖은 것들 같으니라고.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느냐!!”


다시 한번 철환은 반대쪽 어깨를 같은 동작으로 내리찍었다. 공터에 비명과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괴성이 뒤섞여 울려 퍼진다.


’큰일이다. 이대로면 몸에서 튕겨 나오겠구나.’


승호는 살인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머리가 복잡한지 혼동 속에 빠져 있다.


’내가 가려는 길은 이게 아닌데.. 하나님 아버지시여. 제게 길을 가르쳐 주소서.’


승호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이 들며 정신이 아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