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마음
[주의] 작품의 특성상 잔인한 표현 또는 비속어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법당 터에서 김시헌은 과거를 떠올리고 있다. 한때는 신도들에 둘러 쌓인 채 자신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강희주. 그놈이 날 배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가장 믿었던 이에게 당한 배신은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언젠가 내 그놈의 핏줄을 전부 찾아내 죽여버리겠다.’
혜리의 몸은 생각보다 이용하기 편한 상태였다. 오랜 기간동안 김시헌의 악몽으로 쇄약해진 혜리의 영혼은 반항조차 하기 힘든 상태이다.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온다. 김시헌은 살의를 내뿜으며 그들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여기인가..”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오래된 터였다. 어둠과 달빛 그리고 어슴푸레한 안개가 어우러져 희뿌옇게 보인다.
”아저씨! 저기 멀리 뭔가가 보이는 거 같지 않으세요?”
승호와 철환은 홍심의 말을 듣고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본다. 흐릿하게나마 사람의 형체와 같은 모습이 살짝 보인다.
”보이는구나.”
다같이 긴장을 한다. 그 형체는 천천히 걸어오는 중이다. 홍심은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가지고 온 물품 중에 미리 써두었던 부적을 몇 장 꺼낸다. 그리고 공중에 흩뿌리며 주문을 외운다.
”현녀원군 보화십방 도무불응 구무불통 삼교지내 육합지중 순명자길”
주문을 외우자 부적에 불꽃이 일며 주변에 결계를 만들어 낸다.
”역명자흉 선이봉도 질녀뇌정 부명일도 전제풍행 급급여율령섭”
홍심이 다른 부적을 꺼낸 던지며 다른 주문을 외우자 이번엔 빠른 속도로 안개 속의 형체에게 날아간다. 철환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오래 전부터 해오던대로 기도문을 읆는다. 기도하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여호와 앞에 섰고 사탄도 그들 가운데에 온지라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서 왔느냐 사탄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이르되 땅을 두루 돌아 여기저기 다녀왔나이다.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여호와께서 사탄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여호와께서 너를 책망하노라 예루살렘을 택한 여호와께서 너를 책망하노라 이는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가 아니냐 하실 때에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백철환의 몸에는 파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쉬임 없이 기도문을 읊는다. 승호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철환과 홍심의 뒤에서 성경을 펼치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본인만의 기도를 시작한다. 다가오던 형체는 점점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젊은 여성의 몸이다. 날아가던 홍심의 부적은 여성이 팔을 한번 휘두르자 펑 소리와 함께 재가 되었다.
”어리석은 것들. 한명을 더 데리고 왔구나? 잘되었어. 저놈도 죽이고 영혼을 흡수해야겠다.”
말을 내뱉는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홍심에게로 달려온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홍심은 잠시 멈칫하다 다시 다른 부적을 꺼낸다. 주문을 마친 후 이번엔 품에 가지고 있던 단도를 이용해 손바닥을 그었다. 뚝뚝 피가 흐르는 손바닥의 피를 달려오는 여자를 향해 흩뿌린다.
”옴 데세데야 도미니 도데 삿다야 훔 바탁!”
검붉은 피는 생명을 얻은 듯 오렌지 불빛을 내뿜으며 여자를 공격한다.
”크악!”
피는 마치 바늘처럼 변해 달려오는 여성의 팔과 다리에 박혔다.
”옴 이베이베 이야 마하 시리예 사바하!”
박힌 피가 터지는 소리를 내며 여성의 팔과 다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중심을 잃은 여성은 달려오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곤두박질 치며 데굴데굴 굴렀다.
”헉..헉.. 승호님. 저를 좀 받쳐 주실 수 있나요?”
순식간에 많은 기운을 써버린 홍심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다.
’이대로 쓰러지면 안돼.’
승호는 홍심을 뒤에서 안아 바닥에 앉을 수 있게 도와준다. 엄청난 열감이 몸에서 느껴진다. 손바닥에서는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중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승호는 옷을 찢어 홍심의 손에 감아주려 한다. 하지만 홍심은 다른 손으로 승호를 밀어낸다.
”승호님. 오늘은 어떻게든 김시헌을 없앨 거에요. 제가 사용하는 힘은 피의 힘이 필요해요. 시간이 흘러가기 전에 어떻게든 해볼게요. 아까 얘기한 거 명심하고 있죠? 절대로 앞으로 나서지 말아요.”
”그렇지만..”
철환은 여전히 기도문을 읊으며 여성이 굴러간 곳을 응시 중이다. 굴러간 곳에서 몸을 툭툭 털며 여성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눈빛에는 검보라빛의 살기가 가득하다. 찢겨진 팔과 다리의 상처정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똑바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