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성프리맨 Jan 25. 2024

40대, 나한테 돈 쓰는 일이 눈치 보인다.

열네 걸음

오래전부터 꿈꾸던 취미가 있다.


드럼연주 


실제로 드럼을 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지는 않았다. 단지 좋아하던 가수나 그룹 중에 드럼 연주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뛰는 느낌이 들었다.  


귀촌을 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동네 문화센터에 열린 드럼동호회에 지원을 해서 잠깐 다닌 적이 있다. 일단 가격이 저렴했고 드럼을 배울 수 있겠다는 설렘이 컸다. 동호회는 정확히 한 달 정도 다녔던 거 같다. 6개월 과정이었지만 결국 끝까지 완료하지 못했다. 여기엔 몇 가지 핑계에 가까운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나이대가 잘 맞지 않았다. 솔직히 핑계다. 워낙 내향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어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나마 짝으로 있던 아저씨가 그만두자 터놓고 얘기할만한 남자가 없었다. 40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여자들에게 둘러 쌓이면 부끄러운 그런 나이인가 보다. 


두 번째는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당연히 나이대와 난이도를 고려해 교재가 정해졌을 것이다. 


’내가 원하던 드럼 연주는 이런 게 아닌데!’ 


근데 막상 음악 틀고 배운 기본 리듬대로 연주를 하면 신이 나긴 했다. 그리고 돌아서서는 속으로 툴툴대기 바빴다. 


세 번째는 음.. 귀찮았다. 할 말이 없다. 그냥 일주일에 두 번 정해진 오전 시간에 나가는 게 전부였는데 엄청 귀찮았다. 그리고 대화에 잘 껴들지 못하다 보니 연주를 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어색해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결국 그렇게 ‘쿵치따치’로 불리는 기본 리듬을 하나 배우고 첫 드럼과의 연이 끊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본 리듬을 배우고 나니 어떤 음악을 듣던 무조건 쿵치따치에 맞춰서 양 손가락을 두드리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내나 아이들도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어떨 땐 어이없어서 웃는다. 


”그렇게 좋아하면 다시 도전해 봐.” 

"그래볼까?" 


그러다가 문득 다시 동네 동호회로 가는 건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배우려면 독학을 하거나 드럼 학원을 가는 수 외엔 방법이 없을 거 같았다. 하루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전자 드럼을 한 번 사볼까?” 

”집에다 드럼을 둔다고?” 

”층간 소음 유발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 헤드셋 끼고 하면 되는 구조라서.” 

”근데 얼마? 비싸겠지?” 

”싸진 않지..” 


그렇게 가격이라는 벽 앞에서 작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또 일상의 시간은 흘러갔다. 몇 달이 지났을까. 갑자기 또 드럼이 생각났다. 


”드럼 학원을 한 번 가볼까?” 

”다시 동호회 가봐. 배우는 게 거기서 거기지.” 

”그런가? 그래도 그냥 내가 배우고 싶은 음악으로 배우면 낫지 싶어서..” 

”학원비가 얼마나 할까?” 


학원비. 다시 또 돈. 돈 얘기 앞에서 결국 작아졌다. 그러다 든 생각. 


’아니 40대도 자기 계발 비용으로 좀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괜히 억울했다. 누가 뜯어말린 것도 아니고 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스스로 돈을 아껴야지라며 꼬리를 슬그머니 내렸을 뿐이다. 40대는 늦은 나이가 아니다. 하고 싶은 게 있는 데 매번 포기할 이유부터 만들다 보면 결국 해보지도 못하고 꿈만 꾸다 접게 된다. 그리고 죽을 때쯤 후회하겠지. 


’그때 해봤으면 어땠을까?’ 


다시 한번 드럼을 배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다. 여전히 꼭 배우고 싶다면 다시 한번 시작해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40대, 소중한 건 아껴서 소모하고 싶어지는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