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주의] 작품의 특성상 비속어가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호의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하지만 믿고 있는 종교는 이단으로 취급받는 곳이어서 가족과는 척을 지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연호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긴 채 가진 돈을 전부 재단에 기부하고 기도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지만 준호와 연호는 할머니에게 엄마 이상의 감정을 느끼며 의지하고 살았다.
할머니도 연호의 특별한 점을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아마 엄마와 헤어지고 정을 못 받고 자라다 보니 이상하진 게 아닐까라며 자책도 많이 하셨다. 연호가 방학을 맞이했던 어느 여름날 엄마가 나타났다.
”아이들 내팽개치고 기도원에서 지내니 속이 후련하니? 내가 애들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눈물이 난다.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니? 나도 나이가 있는데.. 내가 죽으면 불쌍한 아이들은 어쩌고? 준호야 그래도 많이 컸다만. 연호 어쩔 거야? 너 연호가 좀 특별한 건 알지? 이게 다 모정을 못 받고 자라서 그래.”
다짜고짜 하소연하는 할머니의 말에 연호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시선을 땅에 두고 멍하니 있을 뿐이다.
”아이고 답답이. 입만 꾹 닫으면 그저 해결되는 줄 알고. 그만해야지 내가. 왜 왔니? 나 복창 터지는 꼴 보러 왔니?”
”연호.. 방학 동안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뭐?”
”방학 동안 기도원에서 같이 있을게요. 연호 병도 고쳐야죠.”
”이 미친년아! 아들까지 종교에 팔아먹으려고 그래? 거길 왜 데려가니.”
”엄마인 제가 아들을 망치려고 그러겠어요? 치료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목사님 하고도 다 얘기 나눴어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아라. 거기가 어디라고. 못 들은 걸로 하마.”
”2주면 돼요. 저도 엄마 노릇 좀 해보고 싶어요.”
”이제 와서 엄마 노릇? 네가 할 말이 있니?”
그때 밖에서 놀고 있던 연호가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어? 어머니?”
”연호야 엄마야. 오랜만이네 우리 아들.”
할머니는 모자의 상봉을 보며 눈물이 갑자기 날 거 같아 더 이상 아무 말 못 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곤 조용히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몰래 닦으신다.
”어머니. 할머니랑 또 싸워요?”
”아니야. 잠깐 얘기 중이었어. 연호 방학이라 엄마가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
”저 많이 컸죠?”
”그러게. 많이 씩씩해졌네. 말도 잘하고.”
”휴.. 오늘 자고 갈 거니?”
”네.. 그럴게요. 준호도 만나야 하고.”
”준호는 기대하지 말아라. 성인이 되고 나선 도통 집에를 들어오지 않아. 며칠 째 못 봤다.”
”그렇군요.”
”들어가요 어머니.”
”그래.”
그날 밤 할머니의 배려로 연호는 엄마와 둘이 잠을 잘 수 있었다.
”연호야? 요즘도 이상한 사람이 보여?”
”이상한 사람? 아! 응.. 근데 이상한 사람 아니야. 그냥 나랑 좀 다를 뿐이야.”
”그렇구나. 그런 사람 보면 안 무서워?”
”안 무서워. 그 사람들 다 불쌍해. 맨날 꼼짝도 못 하고 그 장소에서만 지내야 되는 사람도 많아. 내가 힘이 세면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착하네 연호. 엄마랑 같이 좀 지낼까?”
”좋아! 어머니랑 같이 자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라 너무 좋아요.”
”그래 그러자 우리 아들.”
엄마의 품에서 얘기하던 연호가 잠에 빠져들었다. 잠이 잘 안 오던 엄마는 일어나 할머니가 계신 방으로 갔다.
”엄마? 자요?”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으신 듯하다.
”불 켜진 거 보이잖니. 할 말 있을 테니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할머니가 누워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무슨 얘기하려고?”
”아시잖아요. 연호하고는 다 얘기했어요.”
”넌!”
큰 소리가 나올뻔했지만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너 밖에 모르는구나.”
”미안해요. 하지만 저도 연호가 너무 걱정돼요. 이건 엄마로서의 제 방식이니까요.”
”몇년 만에 나타나서 뻔뻔하게 한다는 소리가 정말.. 가증스럽구나.”
”돈 달라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차라리 돈을 달라고 하렴.”
”저도 제 생활비 정도는 벌고 있어요.”
”그래? 있는 돈 없는 돈 갖다 바치고 푼돈 받아 쓰는 거냐? 아주 열렬한 신자 납셨구나.”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냥 2주 정도만 연호 데리고 갈게요.”
”낳았다고 다 자식이 아니다. 뭐든 네 맘대로 다 될 거 같지? 내가 뭐라고 하겠냐.”
”미안해요. 하지만 절 믿으세요. 기도원에서 연호 같이 귀신 들린 아이 병 고쳐 나가는 건 흔한 일이에요.”
”누가 귀신이 들려! 그냥 연호가 여린 거뿐이다. 말 함부로 하지 말아라.”
”아무튼 날이 밝으면 연호 데리고 갈게요.”
”후.. 맘대로 해라.”
”고마워요.”
할머니는 뒤도 안 보고 자리에서 돌아 누웠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호 엄마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켜져 있는 불을 끄고 돌아보지 않는 할머니를 향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불쌍한 것들.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았어.’
갑갑한 마음에 가슴을 몇 번 치고 눈을 질끈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