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연호가 일어나기엔 아직 이른 새벽 시간. 엄마가 연호를 흔들어 깨운다.
”연호야. 어서 가자. 일어나야지.”
”으음.. 조금만 더 자면 안 돼요?”
”차에서 자자. 갈 길이 멀어서 조금 서둘러야 해.”
”알겠어요.”
연호 엄마는 혹시나 할머니와 마주칠까 싶어 조금 더 행동을 서두르는 듯하다. 연호는 피곤하지만 엄마가 시키는 대로 옷을 입고 갈 준비를 마쳤다.
”준비됐지?”
”네. 어디까지 가요?”
”조금 멀어. 엄마 지내는 곳에 갈 거야.”
”할머니한테 인사는요?”
”미안한데 나중에 엄마가 다 설명할게. 가자.”
어두운 표정으로 연호의 손을 잡고 방문을 연다. 문을 열자 앞에 짐가방 두 개가 있었다. 짐가방을 보자 연호 엄마는 울음이 터졌다.
”어머니?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가자.”
할머니가 있는 방을 향해 인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한편 할머니는 방 안에서 혼자 훌쩍이며 나가는 소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연호 잘 챙겨라. 밥도 잘 챙겨 먹이고.’
딸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비겁하게 숨은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파왔다.
’짐을 더 챙겨줬어야 하는데..’
연호와 연호 엄마는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간다. 한 손에 가방을 두 개 들어서 많이 무거워 보인다.
”어머니. 제가 가방 하나 들어 드릴까요?”
”아니야. 무겁지 않아. 할머니가 연호 옷 챙겨 주셨나 보다.”
”할머니가 엄청 잘해주세요. 나 없으면 할머니 쓸쓸할 텐데..”
”미안해. 방학 동안 잠시만 가 있을 거니까. 이해해 줄래?”
”어쩔 수 없죠. 어머니. 근데 배가 좀 고파요.”
”그래? 어떡하지. 터미널까지는 가야 뭘 좀 사 먹을 수 있을 텐데.”
”이 쪽 가방이 조금 따뜻한 거 같아요.”
”응?”
’설마 엄마가 음식을 챙겨 놓은 건가..’
가방을 만져 보니 온기가 느껴졌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방을 열었을 때 옥수수와 떡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 한 장이 안에 들어 있다.
”와! 할머니가 먹으라고 챙겨주셨나 봐요. 신난다!”
”그래.. 떡 먹을래?”
”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의자에 앉아 떡 먹는 연호를 지켜본다.
’엄마. 미안해요. 하지만 다 연호를 위해서니까..’
기도원까지 가는 길은 한참 걸렸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고속버스도 두 번 갈아탔다. 마지막으로 산 초입에 내렸을 땐 기도원 입구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아 어린 연호가 걸어 올라가기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연호는 엄마 뒤를 쫓아 묵묵히 걸었다. 기도원 정문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제 다 왔다. 여기서 이주일 정도 지내야 해.”
”여기에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네요. 건물도 오래돼 보이고.”
”그래. 여기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라 그래. 연호도 배울 게 많을 거야. 들어가자.”
기도원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철제 봉 여러 개로 결합되어 안이 보이는 녹이 슨 문이었다. 아무런 장치 없이 그냥 손으로 밀면 열리는 문이라 열고 들어가면 되는 구조다. 문을 밀자 끼이익하는 날카로운 금속의 소리가 귀에 기분 나쁘게 들린다. 어느새 해는 지고 기도원 내부에 몇 없는 가로등이 켜져 있어 그 불빛에 의존해 걸어간다. 입구 한가운데엔 큰 사과나무가 한 그루 심어져 있고 그 주위를 조명이 비추고 있어 성스러운 느낌도 든다.
입구를 지나 건물은 10분 정도 더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는데 가는 길 중간중간에 컨테이너 형태로 된 건물과 콘크리트로 지은 집 몇 채가 더 보였다.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옆으로 길게 지은 2층 집이 나타났다. 벨을 누르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지선 성도님. 오셨습니까. 옆에는 아들인가 보군요.”
”안녕하세요 목사님. 저번에 얘기드렸던 아들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연호야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그래. 잘 지내보자. 오늘 오느라 힘드셨을 텐데 어서 이층으로 올라가 쉬세요. 내일 보자 연호야.”
”안녕히 주무세요.”
연호는 한참 동안 목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올라가자 연호야. 뭘 그렇게 보니?”
”음.. 어머니. 목사님이 두 명이네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일단 올라가자.”
”네..”
올라가는 내내 연호는 의아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