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이상한 녀석이네. 설마 날 알아본 건가?’
목사는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연호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엄마가 묵는 방은 생각보다 좁았다. 그래도 엄마랑 같이 있을 생각에 살짝 설레는 맘도 생기는 연호다.
”씻고 자야 하는데 밤에는 찬물만 나와서 아침 일찍 씻는 게 낫겠어. 세수하고 양치만 하고 잘까?”
”네 괜찮아요.”
”엄마 옷 좀 갈아입어야 할 거 같은데 혼자 씻고 올 수 있겠어?”
”그럼요. 제가 애도 아니고. 다녀오겠습니다.”
화장실 까지는 복도를 가로질러 끝까지 걸어가야 했다. 나무로 된 바닥이라 걸을 때마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까지 가려면 방문을 6개 정도 지나쳐야 하는데 지나가는 내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화장실에 다다랐을 때 불이 꺼져 있어 어두컴컴했다. 안을 살짝 살펴보니 창문을 통해 비치는 달빛이 화장실의 모습을 살짝 보여줄 뿐이다.
’불이 어딨 지..’
스위치를 찾아 한참을 찾아 헤매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구 있어요?”
”���”
”네?”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어딜까 싶어 불도 켜지 않은 채 안을 이리저리 헤매는 데 변기칸에서 나는 소리인 듯하다. 연호는 궁금해하며 천천히 걸어간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는데 안에는 머리가 긴 여자가 한 명 변기에 뒤돌아 앉아 있었다. 아마도 노래를 부르는 거 같았다. 상의는 벗어서 화장실 문고리에 걸어놓은 상태다. 연호가 말을 걸까 말까 하는 사이 여자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혼자 즐거워하고 있었다. 소리는 굉장히 작게 들렸지만 가까이 간 연호의 귀에는 노래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들린다.
’내가 말 걸면 놀라시겠지? 일단 씻고 가야겠다.’
발걸음을 움직여 씻으러 가려할 때 바닥이 미끌 거리기도 하고 뭔가 폭신한 느낌도 들어 쳐다본다. 발 밑에는 정체불명의 거품이 연호의 발목까지 차 있었다. 이상한 마음에 여자가 있는 곳을 쳐다보니 앉아 있는 여자의 허벅지 정도 부근까지 거품이 차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여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계속 비비고 있었다. 한쪽에는 샴푸가 두 통 정도 있는데 모자라면 짜고 하는 형태로 계속 물 없이 머리를 한쪽 방향으로 계속 매만지며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는 여전히 뒤에 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상태였다.
’머리 감는 중이시구나..’
연호는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세면대로 이동했다. 물을 틀고 손으로 물을 만져 본다. 산 속이라 그런가 물이 굉장히 차갑다.
”앗 차가워.”
찬물로 얼굴을 세네 번 정도 적신 후 가져온 비누를 양손으로 조물조물해서 거품을 만든다. 충분히 거품이 생겼을 때 얼굴에 문지른 후 다시 물을 틀고 얼굴을 닦는다. 소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감고 있던 여자가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연호를 쳐다보고 있다. 여전히 머리에 샴푸질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세수를 끝마친 연호는 가져온 칫솔을 꺼낸다. 미리 묻혀 온 치약이 살짝 옆으로 밀려 있어 손으로 살짝 위치를 조정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여자는 계속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세히 볼 순 없지만 아무래도 히죽히죽 웃고 있는 느낌도 든다. 양치질까지 끝마친 연호는 수건으로 얼굴과 입을 깨끗이 닦는다. 그리고 문을 열고 숙소로 이동한다.
’아참! 불도 안 켜고 씻었네. 으 추워. 어서 가서 자야겠다.’
그래도 이곳에 지내는 사람을 한 명 알게 된 거 같아 괜히 뿌듯했다.
’다음에 만나면 인사드려야지. 씻는 걸 방해할 순 없잖아.’
엄마가 있는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이 잠겨 있다.
”엄마. 문 좀 열어주세요.”
”연호 왔니? 잠깐만.”
엄마가 문을 열었다. 옷을 갈아입는다고 한 거 같은데 아까와 똑같은 외출복 그대로다.
”엄마 옷 안 갈아입어요?”
”으응. 갈아입어야지. 잠깐 기도하느라.”
”아.. 그렇구나. 화장실에서 저 어떤 아주머니 한 명 봤어요. 누나려나?”
”누구?”
”머리 감고 있길래 얼굴은 못 봤어요. 샴푸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이 시간에 누가 머리를 감는다고?”
”네. 여기 사는 분 이겠죠.”
”아니야.. 2층에 나 말고 다른 여자는 없을 텐데. 여자 기숙사는 다른 동에 있거든.”
”그래요? 이상하다 그럼 아저씬가? 나 졸려요. 이제 자고 싶어요.”
”어? 어.. 그래 피곤하겠다. 여기 누워.”
엄마의 방엔 이층 침대가 2개 있었다. 엄마가 하나 따로 쓰고 연호는 옆에 있는 침대 1층을 사용하려는 듯하다.
”하아암.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라.”
’머리를 감는 여자? 여긴 여자가 없는데..’
궁금증이 생겨 혼자 화장실을 갔다 올까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다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