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9

정호네

by 고성프리맨

[주의] 작품의 특성상 많은 비속어와 잔인한 묘사가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찾았다 이 쌍년. 날 우롱하고 업신여기던 년. 내가 죽었다고 아주 살판이 났구나? 네 년이 내게 한 짓을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내가 그렇게 빨리 뒈지길 바랐는데 너무 오래 살아서 아주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겠구나? 이 사지를 찢어 죽일 년 같으니라고.”

”저.. 저..”


당황스러움에 주변에 있는 정호 어머니, 아버지, 자녀들, 구경 온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호 어머니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롱 어머니를 노려본다.


”그래! 잘 죽었다 이 표독스러운 노친네야! 살아서 날 달달 볶았으면 됐지 왜 생때같은 내 아들한테 지랄이냐 지랄은!”

”여.. 여보.”

”가만있어봐! 할 말은 해야겠어. 그래! 잘 죽었어. 나한테 쌓인 게 있으면 나한테나 지랄하란 말이야. 죽어서까지 왜 이래!”

”하하.. 그래 본모습이 나오는구나. 네 년이 내 밥에 독을 탔어 안 탔어? 이 시XX년아. 내가 살아생전 눈치도 못 채고 죽어서 아쉽구나.”

”뭐.. 뭐래. 어디서 누명을 씌우고 자빠졌네 노친네가.”

”당신.. 우리 엄마에게 독을 먹였어?”

”아니야!”

”네 년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망가뜨려주마. 이 개 같은 년.”


한참 동안 욕설과 저주를 퍼붓던 아롱 어머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자리에 고꾸라졌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다들 숨죽이며 아무 말을 하지 못한다. 한참 동안 같이 악다구니를 써대던 정호 어머니는 씩씩 대며 분을 삭이고 있다.


”말해 봐. 우리 엄마를 어떻게 한 거야?”

”그래! 내가 독을 좀 탔어! 노친네가 빨리 죽었으면 했어. 살아생전 날 어떻게 괴롭혔는지 당신은 몰라. 내가 죽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한 적이나 있어? 다 내 죄다 죄야! 이제 다 밝혔으니 죄 없는 내 아들 괴롭히지 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당신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정호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거품을 물더니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정호야? 정호야! 왜 이래? 정호야!”

”이게 다 당신 때문에 죽은 우리 엄마가 원한을 품어서 그래. 어떡할 거야 이제.”

”으흐흑.. 나도 몰라.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다 지난 일인걸. 날 더러 어쩌라고. 우리 정호 어떻게 해. 정호야. 정호야.”


한참 동안 부들부들거리던 정호가 눈을 감았다 뜬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피더니 쓰러져 있는 아롱 어머니에게 뛰어가 떨어진 칼을 집어든다. 칼을 든 채 정호 어머니를 노려보며 걸어온다.


”왜 그러니 정호야! 진정해.. 어.. 어머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어머님. 제가 못하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정호야! 이러면 안 돼! 아니.. 어머니? 엄마예요? 저예요. 이러지 마세요.”


계속해서 다가오는 정호를 아버지가 붙잡으려 다가가자 칼을 휘두른다. 휘두르는 칼에 뻗은 팔이 베이자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아수라장이 된 굿판에서 모여 있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바깥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한다.


”정호 아버지!”


여전히 정호는 칼을 든 채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어머니.. 제 아들을 망치지 말아 주세요. 힘들게 얻은 아이잖아요. 그토록 원하시던 손자인데. 왜 이렇게까지..”

”그래서야 히히. 개년.. 아주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정호는 칼로 엄마의 배를 찌른다. 한 번 넣었던 칼을 다시 빼내더니 다른 곳을 다시 찌른다.


”정.. 호.. 야. 미안.. 해.”


하지만 멈추지 않고 정호는 반복적으로 칼을 뺐다 찔렀다를 반복할 뿐이다. 정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정호 어머니는 배를 부여잡고 피를 흘린 채 넘어졌다. 뒤로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친다. 누워 있는 시선에 기어가는 콩벌레가 하나 보인다. 콩벌레가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점점 흐릿해진다. 아롱 어머니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땐 누워 있는 정호 어머니를 계속해서 칼로 찌르고 있는 정호와 마당에 널브러진 그릇 그리고 음식이 보였다. 황급히 정호에게 뛰어가 몸을 끌어안자 그대로 정호는 의식을 잃었다.


망연자실한 채 정호의 머리를 무릎에 뉘이고 싸늘히 식은 정호 어머니를 바라봤다. 집안은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