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20

기도원

by 고성프리맨

“아무래도 우리 모습을 눈치챈 거 같은데.”

”괜찮아. 아직 어린애일 뿐이잖아.”

”아직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벌써 끝내기는 아쉽단 말이지.”

”그럼 아이부터 흡수할까?”

”바로는 힘들어. 얼마 전에 흡수한 아기의 영혼도 약간 따로 논단 말이야.”

”선택해야 해. 일단 만나보고 결정하자.”


방안에 혼자 있는 목사는 서성이며 혼잣말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목소리는 두 개로 들린다. 간헐적으로 아기가 우는듯한 소리도 살짝 섞인다. 뭔가 괴로운 듯 중간중간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심하게 좌우로 흔든다.


’똑똑’


”누구십니까?”

”목사님 성은 성도입니다. 아들이랑 얘기하기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눈빛을 부드럽게 바꾼 목사가 문을 연다.


”들어오십시오.”


성은이 안으로 들어오자 문을 빠르게 닫는다.


”목사님이 아이를 데려오라고 해서 데려는 왔는데 집으로 돌려보낼까 봐요.”

”아니에요. 잘했어요. 우리 교회에는 아이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하아. 낮에 죽은 아기도 그렇고 자꾸 기도원에서 사건이 생겨서 마음이 심란한데 아이가 이상한 걸 보는 거 같아 그것도 신경 쓰이고..”

”연호는 특별한 아이예요. 혹시 나에 대해서도 뭐라고 하던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성은이 얘기를 이어간다.


”목사님이 두 명인 거 같다고 하긴 했어요.”


살짝 놀랐지만 티를 내진 않는다.


”그래요? 제 안에 계신 주님의 모습을 연호가 본 게 아닐지. 정말 특별한 아이네요. 빨리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군요.”

”제가 찾아온 건 연호 때문만은 아니에요.”

”약속은 지킬 테니 걱정 말아요.”

”꼭 지켜주실 거라 믿습니다.”


’나중에 저 여자도 죽여야겠어.’

’일단 지금은 잠자코 있어!’


”걱정 말아요 성은 신도님. 지금도 아주 잘해주고 있어요. 더 할 얘기가 있을까요?”


말을 꺼내며 기분이 별로인 듯 한쪽 눈을 살짝 치켜뜬다. 고개를 땅에 둔 채 얘기를 이어가는 성은은 미처 그 모습을 보진 못했다.


”우리 교회에는 아이가 더 많아야 해요. 그것이 신의 뜻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다른 성도들이 데려온 아이를 포함해 벌써 7명이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유명을 달리했지만..”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도 미래를 생각해야 하니 좀 만 더 힘써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연호는 지금 잠들었는데 언제 대화 나누고 싶으세요?”

”일부러 깨울 필요 없습니다. 오늘 시간이 안되면 내일 대화 나누면 됩니다.”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저녁 찬양 때 봐요.”


성은이 나가자 겨우 숨을 쉬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무 어린 아기는 통제가 잘 안돼. 큰일이야. 자꾸 이상한 모습이 튀어나오려고 해.”

”큰일이야. 고작 어린 아기조차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좀 더 성숙한 아이는 괜찮을 거야. 그나저나 그분은 언제 오시기로 했어?”

”알 수 없어. 언제 오실지 알 수 없는 분이야.”

”지금 우리 꼴을 보면 한심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휴 어쩔 수 없어. 일단 계속해서 힘을 키워야해.”


***


한편 잠든 연호는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의 배경도 공교롭게 기도원이었다.


”연호야. 연호야!”

”할머니?”

”연호야! 어디니?”

”할머니 저 여기 있어요!”


할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조그맣게 들리며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낮에 걸었던 식당 뒤편 숲 속은 어슴푸레한 안개가 피어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언제 여기까지 온 건진 모르겠지만 연호는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채 서 있었다.


”바스락.”

”누구세요? 아저씨예요?”

”쉿! 조용히 해야 해.”

”어디 있어요?”

”미안 내가 아직 모습까지 드러내기는 힘들어. 연호야. 목사를 조심해. 절대로 둘이 만나는 건 안돼.”

”대화를 나누기로 했어요.”

”어머니랑 같이 가.”

”알겠어요. 아저씨 그리고 목사님이 두 명이에요. 전 알 수 있어요. 한 명이 계속 날 주시하고 있었어요.”

”알겠어. 알려줘서 고맙다. 이제 나도 슬슬 움직일 생각이야. 그전까지 절대 목사와 단둘이 만나는 건 하지 말도록 해.”

”아저씨? 아저씨!”


그리고 아저씨도 사라졌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데?’


뿌연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방향감각을 잃은 챙 계속 걷고 있다. 저 멀리 사람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뭔가가 보인다.


’어머니?’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목사가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다. 어두운 보랏빛의 손끝이 목을 감싸고 있다.


”엄마! 엄마!”


처음으로 부른 엄마라는 소리 때문인지 죽음을 직감해서인지 엄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마!!!”


눈을 번쩍 떴을 때는 밤이 되어 있었다. 옷이 땀에 젖어 있었지만 빠르게 일어나 숙소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