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형님. 왔습니다.”
”잘 왔다 준호야. 귀찮게 됐는데 네가 좀 처리해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이라는 사람의 지시를 받고 준호는 바깥 창고 쪽으로 이동한다. 창고 문에 걸려 있던 열쇠를 열고 문을 열자 비릿하면서 폐부를 찌르는 악취가 밀려온다. 문을 닫고 불을 켜자 그 안에 피투성이가 돼서 드럼통에 담겨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설마.. 그 여자가 죽은 건가.’
떨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지만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겉으로 봐도 티 날 정도로 몸이 덜덜 떨렸지만 애써 참아가며 드럼통을 향해 걸어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냄새는 더 심해진다. 드럼통이 가까워질수록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바닥 주변에 핏자국이 보인다. 드럼통 안에는 피로 범벅이 돼서 구겨진 채 사람이 들어 있었는데 꺼내보기 전에는 누군지 알기 힘들 듯싶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본인이 끌고 온 여자일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쉬는지 확인을 해본다. 숨은 멎어 있다. 구석에 서 있는 트럭이 한 대 보이고 회색 시멘트 가루가 담긴 포대도 10개 정도 쌓여 있다.
’이번 테스트를 통과해야 공식적으로 날 인정해 주겠지.’
큰 대야에 가루를 두 포대 풀고 호스가 연결된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넣는다.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삽과 기타 장비들이 보인다. 그중에 필요한 삽을 챙겨 온다. 적당히 받아진 물을 보고 수도꼭지를 잠근다. 삽을 이용해 물과 시멘트 가루를 섞는다. 점점 농도가 짙어지며 시멘트 페이스트처럼 변했다.
’이 정도면 되겠는데.’
준호는 드럼통이 있는 곳까지 대야를 끌고 간다. 그 안에 있는 여자를 향해 잠시 묵념을 한다.
’악의는 없습니다. 일 때문에 그런 거니 부디 나를 용서하십시오.’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드럼통에 집어넣는다. 삽으로 시멘트 페이스트를 떠서 드럼통 위로 퍼올린다. 철퍽철퍽 소리가 적막한 창고 안에서 들려온다.
’일을 끝마치고 연호를 데려와야겠어.’
오후 찬양에 목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호는 아까 스치면서 봤던 목사의 모습을 곱씹어 보는 중이다.
’벌벌 떠는 목사님의 영혼 하나. 저번보다 좀 더 커져 있는 어두운 느낌의 영혼 하나.’
어제만 해도 영혼의 크기는 비슷했던 거 같은데 오늘은 한쪽이 더 커져 있는 상태였다.
’누가 목사님일까?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아까 숲에서 만났던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지? 지낼 곳은 있는 걸까?’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함이 속에서 생겨난다. 찬양이 끝나고 저녁을 먹기 전 숙소로 잠시 돌아가 쉬기로 했다. 강당 밖으로 나왔을 땐 경찰차와 구급차가 한 대씩 와 있었다. 호기심에 몰려든 성도들이 주변을 둘러쌓았다. 가까이서 보고 싶어 연호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가까이 가보려고 한다.
”연호야! 아이 정말..”
연호 엄마는 재빠르게 사라진 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간 연호는 경찰관과 웃으면서 대화 나누고 있는 목사를 본다. 아까의 무서운 표정과는 달리 지금은 활짝 웃고 있다. 경찰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서 이동한다. 경찰관은 목사를 향해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를 하고 차에 탄다. 경찰차 뒷좌석엔 아기의 부모가 타고 있었다. 잠시 후 경찰차와 구급차는 출발한다.
”연호야. 가자.”
”어머니. 저 목사님 하고 둘이 얘기할 시간 좀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목사님 바빠서 안돼.”
”목사님이 이상해요. 누가 목사님인지 알고 싶어요.”
”휴.. 또 이상한 게 보이니? 엄마가 너 여기 왜 데려왔는지 알아? 네 병 고치러 온 거야.”
”전 병에 걸리지 않았는데요.”
”저 연호 어머니.”
아까 간 줄 알았던 목사가 다가와 말을 건다.
”아 목사님. 오셨어요.”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일은 잘 해결되었어요. 이게 다 연호 어머니 같은 신실한 신앙심을 가진 성도 덕분이죠. 하하.”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연호야. 나하고 얘기를 좀 나눌까? 연호하고 둘이 잠깐 얘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근데 저희 애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서..”
”이상한 소리는 없습니다. 마음을 가만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다 원인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럼 저녁 먹기 전에 잠시 제 방으로 연호를 좀 데려와 주세요.”
”목사님. 감사합니다!”
”응? 하하. 씩씩하구나 연호. 좀 이따 보자.”
’확실해. 지금 말하는 목사님은 어제의 사람이 아니야.’
연호 엄마는 한숨을 살짝 내쉬고 연호의 손을 잡은 채 숙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