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18

기도원

by 고성프리맨

“네. 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된장찌개가 끓고 있을 때쯤 받은 연락 때문에 준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일단 가스레인지의 불을 가장 약하게 바꿔 놓고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갈아입는 동안도 내내 표정이 어둡다. 옷을 다 갈아입고 부엌에서 밥상을 차린 후 할머니가 있는 방 문 앞까지 온다.


”할머니. 저 들어갈게요.”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준호야.. 근데 왜 밥이 한 개니?”

”할머니 미안해요. 아침은 다음에 같이 먹어요. 저 바로 나가봐야 할 거 같아요.”

”무슨 일이길래.. 밥은 먹고 다녀야지 아무리 그래도.”

”저 잘 챙겨 먹고 다니니까 걱정 마세요. 급하게 하느라 반찬도 없네요. 저 가볼게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준호야.”

”걱정 마세요. 저 며칠 정도 있다가 돌아올 수도 있으니 틈날 때 전화드릴게요.”


준호의 일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늘 이런 식이다. 제대로 된 밥 한 끼 같이 먹기도 힘들다. 그래도 손자가 끓여놓은 찌개를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호가 없던 새 기도원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연호가 오기 일주일 전쯤 100일이 갓 지난 아기를 데려온 신혼부부가 있었다. 신혼부부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던 문제가 있던 터라 신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기도원에 왔었는데 아기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기도원에 데려온 게 문제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신혼부부는 아기에게 애정이 없어 보였다. 보통의 아기 부모들은 먼저 부모를 찾거나 울지 않아도 한시도 떨어져 있지를 않는 편인데 이 부부는 아기가 울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나서서 불쌍하다며 어르고 달래고 돌봐주기까지 했다.


문제는 오늘 아침 찬양 시간 이후 발생했다. 여느 때처럼 그 부부는 찬양에 심취해 있었고 그 사이 아이는 숙소동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었던 거 같다. 찬양 시간이면 모두가 다 강당으로 이동하다 보니 넓은 숙소동도 굉장히 조용해지는 편이다. 숙소동 한편에는 침낭과 침구류 등을 탑처럼 쌓아놓는데 하필이면 아기를 그쪽에 놓고 온 듯하다.


찬양이 끝나고 부부는 아기를 챙기지 않고 곧장 식사를 하러 갔다. 기도원에서 생활하는 내내 그리했다. 그리고 아기한테 돌아가면 우느라 지쳐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첫날의 우렁찬 울음대신 지금은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내는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기에 대해 부부에게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대신 챙겨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으니.


점심식사를 끝마쳐갈 무렵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숙소동에 돌아온 노부부가 있었다. 자리에 누울 침구류를 가지러 갔을 때는 침구류가 무게에 못 이겨 쓰러진 건지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는 상태였다. 베개를 하나 꺼내면 다른 곳이 무너지고 침낭을 건드리면 다른 쪽이 무너져 내렸다. 어지럽게 흐트러진 침구류를 정리해야겠다 싶어 할머니가 정리를 하려고 한쪽 면으로 흐트러진 침구를 밀어 놓는데 둔탁하고 차가운 느낌의 무언가가 손에 턱 하니 걸렸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두 손으로 침구를 치우고 꺼내보니 모포에 쌓인 아기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으아악!”


너무 놀란 할머니가 비명을 지르자 같이 왔던 할아버지가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렇게 신혼부부가 데려온 아이는 침구류에 깔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신혼부부를 찾아 식당으로 갔을 땐 이미 식사를 마치고 둘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태였다. 노부부는 그런 부부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다가간다.


”저기..”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아기.. 아기가 숨을 안 쉬어요.”

”그렇군요.”

”네? 뭐 하는 거예요? 당신네들 아기가 숨을 안 쉰다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 얘기하신 건가요?”


예상치 못한 부부의 답변에 노부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느낌으로 서 있었다. 한참만에 정신이 돌아와 다시 한번 얘기를 꺼냈지만 젊은 부부는 표정의 변화 없이 알겠다고만 한다.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할머니가 크게 식당에서 외친다.


”아기가 죽었어요! 침구에 깔려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아기가 숨을 안 쉬어요!”


그 말을 듣고 식당에 있던 많은 성도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며 할머니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부모인 사람들이 태연하게 앉아만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알겠다니까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숨을 안 쉬는 걸 우리가 쉬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만 쳐다보며 벙어리처럼 변해 있었다. 그때 할머니 쪽으로 목사가 다가온다.


”아기가 어떻게 되었다고요? 얘기해 보십시오.”


목사님을 발견한 할머니는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목사는 젊은 부부에게 당장 강당으로 가보라고 얘기한다. 그제야 부부가 마지못해 움직인다.


”큰일 났네요. 아기 성도가 질식사를 하게 되다니. 어째서 이렇게 가혹한 일이.. 빨리 가봐야겠습니다.”


말을 끝마친 목사는 뒤돌아서며 식당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때 식당으로 들어오던 연호와 마주친다. 연호는 기괴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목사의 얼굴을 보게 된다. 잠시였지만 웃고 있던 목사는 연호를 의식하더니 표정을 무섭게 바꾸고 준호를 쳐다본다. 연호는 목사의 표정에서 살의가 있음이 느껴져 목이 움츠러들었다. 옆에 같이 있던 연호 어머니는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정중하게 목사를 향해 인사한다. 목사는 웃으며 연호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