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연호가 넘어져서 아파하고 있을 때 앞에 있던 뭔가가 다가온다. 바스락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영혼은 아닌 거 같다.
”괜찮니?”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머리는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있는 키가 큰 사람이었다.
”깜짝 놀라서 넘어졌어요. 아야!”
”미안하다. 잠깐 어디 보자. 많이 다쳤는지.”
”괜찮아요. 하필 밑에 나무가 있어서 조금 아팠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며 해맑게 웃는다.
”그래도 잠깐 봐보자. 혹시 여기 누르면 아프니?”
아저씨가 엉덩이를 쿡쿡 찌른다.
”하하. 간지러워요. 저 정말 괜찮아요. 그런데 아저씨 여기서 뭐해요?”
”아저씨가 한동안 여기 있을 건데 아프면 얘기해야 해 알았지? 아 그리고 아저씨가 여기 있다는 거 다른 누군가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 돼.”
”네! 근데 왜요? 아저씨는 여기 기도원 안 다녀요?”
”응. 아저씨는 볼일이 있어서 왔어.”
”전 연호라고 해요. 엄마가 여기서 살거든요.”
”연호? 그래 연호야. 아저씨는 음.. 나중에 얘기해 줄게.”
”에이 뭐예요. 혹시 뭐 비밀요원 이런 거예요?”
”그런 셈치자.”
”근데 아저씨 몸에 뭐예요?”
”응?”
”다른 사람에게 없는 푸른빛 같은 게 보여서요. 나쁜 느낌은 아닌데.”
”나한테 푸른빛이 보인다고? 너 혹시..”
”음.. 저 영혼도 볼 수 있어요. 어쩌면 죽은 사람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엄마가 여기 데려왔어요. 고쳐준다고.”
말을 듣고 남자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진다.
”연호야. 아저씨도 비슷한데. 혹시 기도원에 있는 목사 봤었니?”
”네. 근데 어떤 목사님 얘기하는 거예요? 두 명이라서요.”
”두 명! 그렇구나. 역시.”
”아저씨도 목사님이 두 명인 거 알고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조금 드는구나.”
그때 멀리서 연호를 찾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뒤이어 다른 몇몇 사람도 함께 연호의 이름을 외친다.
”앗.. 아저씨 저 가봐야 될 거 같아요.”
”그래. 연호야 혹시 목사를 좀 더 집중해서 봐줄 수 있겠니?”
”따로 볼 시간은 잘 없는데. 기도 시간에 눈 뜨고 봐볼게요 그럼.”
”그래 고맙다. 아저씨가 여기 계속 있는다고 했지? 내일 비슷한 시간에 이 쪽으로 올래? 궁금한 게 좀 있어서.”
”네. 저 갈게요 아저씨!”
”조심히 가. 넘어지지 말고.”
뛰어가는 연호의 뒷모습을 보며 남자는 생각에 빠진다.
’분명 이 기도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
다음날 아침 준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방문을 열었을 때 할머니는 이미 깨서 부엌에 들어가 계신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잘 잤니? 어제 너무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 않았는데.”
”그러게요. 그렇게 오래 잘 줄은. 아침 제가 할게요.”
”아냐.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할미가 해주마.”
”할머니 쉬세요. 오늘 오랜만에 제가 밥 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녀석도 참.. 알았다. 근데 연호 데리러 갈 거니?”
”그러려고요. 그 여자랑 있어봤자 별로 좋을 것도 없을 거고.”
”그래도 네 엄마인데 그 여자라고 하지 마라.”
”낳기만 하면 엄마인가요? 전 할머니만 건강하시면 돼요. 연호랑. 돈도 제가 벌어올게요.”
할머니는 어느샌가 훌쩍 커버린 준호를 보면 마음 한편이 쓰라렸다.
’애미의 정이라고는 받아보질 못했으니.. 내가 할 만큼 한다했어도 채워지기나 했겠어.’
”아참 준호야. 잠깐 기다려라.”
할머니는 방에 들어가시더니 검은 봉투를 들고 나오신다.
”너 팔에 상처 난 거 치료 좀 하자.”
”아이 이거 별거 아니에요.”
”가만있어봐. 빨간 약을 한 번 바르고.. 준호야 상처가 이거 생각보다 깊네? 병원을 가야겠는데.”
”아니에요. 약만 바르면 돼요. 저 주세요.”
빨간약을 마저 바르는데 따끔함이 온 신경을 긁어내듯 아파온다.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린다.
”할머니 혹시 붕대 같은 거 있어요?”
”으응. 그래 여기. 감아줄게.”
”연호 있는 데 주소도 좀 알려주세요.”
”알았어. 적어 놓았으니 이따 밥 먹을 때 주마.”
붕대를 감고 나자 한결 나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붕대 사이로 살짝 발갛게 피가 배어 나온다. 그 모습을 여전히 할머니는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자자. 들어가 계세요. 오랜만에 된장찌개 끓일게요.”
할머니는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고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