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21

기도원

by 고성프리맨

연호는 엄마를 찾으러 문 바깥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가려고 할 때 마침 목사가 걸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목사의 시선이 정면에서 연호 쪽으로 향하는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보였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겨지는 목사의 모습 때문에 연호도 살짝 긴장을 하며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어느새 목사는 연호의 앞까지 다가왔다.


”연호야 안녕. 둘이 대화나누기가 참 힘들구나. 그렇지? 한참을 기다렸단다.”

”저를 기다리셨다고요?”

”그으럼. 목이 빠져라 기다렸어. 킬킬.“ ”하지마! 큭.”

”네?”

”흠흠.. 아니다. 잠깐 같이 얘기 나누러 좀 나갈까?”

”아.. 근데 엄마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요.”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 교회에서 하는 일이 아주 많으셔서 바쁘시거든. 그리고 나랑 연호랑 대화 나눌 거라는 거 엄마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목사님. 다른 목사님이 계속 절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어요. 그래서 가고 싶지 않은데요?”

”넌 우리를 알아보는구나!”

”거봐! 알아본다고 했잖아! 빨리해!!”


목사는 빠르게 성호 비슷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품에서 향수병 같은 걸 꺼내 뚜껑을 열고 연호의 코앞에 가져다 댄다. 빠른 동작 때문에 연호는 반항 한번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스르륵 잠들듯 목사의 품에 안겼다. 기절한 연호를 품에 안고 목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빨리 데려가야 해.”

”조용! 생각보다 엄청 무겁네.”

”일단 가까운 기도실에 넣어 놓자.”


2층 화장실 쪽에 위치한 잠겨져 있는 방까지 연호를 끌다시피 데려간다. 가지고 있던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고 연호를 눕혀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변을 살핀 후 문을 잠근다.




”형님. 시킨 일은 마무리 지었습니다.”

”고생했다. 너 충격받았니?”

”아닙니다.”

”우리 일이 그래. 네가 데려와서 죽은 게 아니야. 일을 하다 보니 틀어졌을 뿐이지. 그래 그 뭐냐. 변수였다고 변수!”


궁금한 것들이 마음속에서 끓어올랐지만 준호는 입을 꾹 다문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준호를 흡족하게 쳐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내가 이래서 준호 니를 좋아하는 거다. 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 고생 많았다. 가까이 와바라.”

”넵!”

”받아라.”

”아니.. 이러지 않으셔도.”

”다 돈 벌자고 하는 일이다. 네가 가장인 것도 잘 알고 있어.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오고. 처음 해본 일이라 힘들었을 거야. 며칠 쉬다 와라.”

”감사합니다 형님! 혹시..”

”뭐 부탁할 일 있니?”

”차를 좀 빌릴 수 있겠습니까? 동생을 좀 데려와야 해서..”

”뭘 또 어려운 부탁 한다고. 어이! 차키 하나 줘봐라.”


형님으로 불리는 사람 옆에 서 있던 짧은 머리에 육중한 몸을 가진 남자가 차키를 가져다 준호에게 준다. 주는 눈빛이 곱지 않다.


”그냥 쓰는 봉고 찬데 이거면 되나?”

”충분히 감사합니다.”

”그래 동생 잘 데려오고. 나중에 보자.”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연식도 오래되고 상당히 낡고 지저분해 보이는 봉고차였다. 하지만 준호는 동생을 데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타 시동을 거는데 잘 걸리지 않는다. 기름도 충분치 않아 중간에 한번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끼긱.. 부르릉.. 칙”


’하아.. 시동도 잘 안 걸리는구나.’


잠깐 사이였지만 본인이 끌고 온 여자 생각이 났다.


’드럼통에서 생을 마감했구나. 나 때문인가..’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어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겨나는 죄책감이 지워지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죽인 건 아닙니다. 미안해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 할머니도 연호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이란 말이에요.’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마음은 나아지질 않는다. 분명 그 여자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었을 것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다. 아마도 돈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결국 그 문제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리고 준호는 그 여자를 아무도 찾지 못할 바닷속에 넣는 역할을 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진다.


’지금은 연호를 데려와야 해. 나머지 죗값은 내가 치르면 돼. 죄가 있다면 말이지.’


다시 시동을 걸어본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시동이 걸렸다. 덜덜 거리는 엔진음과 진동을 느끼며 깜깜해진 밤길을 차로 벗어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