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22

기도원

by 고성프리맨

“아이를 어떻게 해볼까.”

”자연스럽게 죽음처럼 위장시켜야겠지?”

”얼마 전에 아기도 그렇게 했는데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수습이 안되면 떠나면 되지 뭘 그리 걱정이야. 일단 아이의 영혼을 좀 살펴볼까. 특이한 아이를 만날 때면 기대가 된단 말이지.”

”킬킬. 그건 나도 그래.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목사는 연호의 몸을 더듬으며 머리 쪽으로 손을 향하더니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중얼거리다 눈을 부릅뜬다.


”신성한 영혼의 빛이여 내가 부르노니 응답할지어다. 마음속 깊은 곳 심연에 있는 존재여. 모습을 드러내라!”


의도한 대로 영혼이 불려져 나올 것을 기다리며 목사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빛의 영혼이 조금씩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겁내지 말아라. 우리는 너의 영혼을 헤칠 생각이 없다. 모습을 보이거라!”


’거짓말이 능숙해졌구나 킬킬.’


순간 방안에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목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불안한 눈빛으로 영혼을 바라본다. 영혼의 빛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빛이 사라지고 있잖아.”

”기다려봐.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푸른 영혼의 빛이 사라지는 듯싶더니 붉은빛이 감도는 다른 빛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붉은빛은 주변의 어둠을 삼키려는 듯 점점 강렬한 색을 띠기 시작한다.


”뭐.. 뭐야. 저 빛은.”


붉은빛은 점점 형체를 띠기 시작한다. 빛이 점점 강해지며 그 속에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땐 이미 붉은빛의 여성이 나타난 직후였다.


”뭐야? 누구냐?”


붉은빛의 여성은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더니 목사를 향해 쳐다본다. 눈빛에 살의가 있진 않았지만 목사는 쳐다보는 눈빛에 제압당한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짓눌리는 느낌이 들어 감히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 누구십니까?”


말투도 한결 공손해졌다.


”야차녀, 어디선가는 하리티로 불러지는 존재. 이곳에서 나의 이름은 귀자모신. 내가 선택한 아이의 영혼을 부른 자가 너희들인가?”

”귀.. 자모신?”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귀자모신은 눈을 좀 더 치켜뜬 채 목사를 바라본다.


”영혼을 헤치는 악귀구나. 분명 아이의 영혼을 헤치려 했겠지? 부처께서 나의 죄를 일깨워주신 이후로 살생을 금하고 있지만 거짓말을 한다면 내 너희를 거두겠다.”


조용하게 말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 상 문제를 느낀 목사는 황급히 얘기를 꺼낸다.


”아닙니다. 귀.. 자. 귀자모신님. 저희는 그저 하급 악귀들일뿐입니다. 성스러운 빛을 발하는 아이의 영혼이 궁금해 확인해 보고 싶어 불러낸 저희의 죄를 용서하소서.”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주인님께서 바라시는 목적대로 움직이는 미천한 것들일 뿐이니 노여움을 거두소서.”

”너희의 주인이 누구인가? 이 아이를 데려오도록 시켰나?”


목사는 거짓을 고하는 순간 죽임을 당할 것을 확신했다.


”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저희의 욕심.”

”맞습니다. 저희의 욕심이었습니다. 주인님께 인정받고 싶어서 그저 조금이라도 강해지고 싶었던 욕심입니다.”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이의 영혼을 헤칠 생각이 맞구나. 죗값은 치러야 한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아이를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목사는 벌벌 떨며 엎드려 절을 계속했다. 이대로라면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크아악!”

”아.. 앗.”


목사의 몸속에 있던 영혼 중 하나가 사라졌다.


’ 저기.. 저..’


마음속으로 불러봤지만 또 하나의 목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아기의 울음소리만 공허하게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다.


’ 조.. 조용히 해.’


”다음에 마주친다면 그땐 네 차례다. 아이를 원래 있던 곳에 데려다 놓거라.”

”아.. 알겠습니다.”


함께 있던 영혼이 사라지자 목사는 감히 귀자모신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대답을 한다. 한참 동안 머리를 땅에 박고 있다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귀자모신은 연호의 몸속으로 사라진 이후였다. 목사는 떨리는 몸을 최대한 진정시킨 채 잠시 숨을 고른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 있음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귀자모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방문을 열고 연호를 안는다.


”앗 뜨거워.”


목사는 순간적으로 느껴진 뜨거움에 연호를 놓쳤다. 마치 연호의 몸은 불이라도 붙었던 것처럼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열기가 식으면 데려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때 1층에서 2층을 향해 올라오는 나무 계단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누.. 누가 보면 안 되는데.’


다급해진 마음에 목사는 연호를 안고 허겁지겁 방 밖으로 나온다. 방 밖으로 나왔을 때 2층으로 올라오던 존재의 발걸음도 멈췄다. 목사의 시선이 계단 방향으로 향했을 때 그곳엔 연호의 엄마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