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
‘다 보고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일단 여자와 아이를 붙잡아라.’
’하지만 아이 몸에..’
’다 보았다. 붙잡도록 해라.’
’제게 당신의 권능을 영접케 하소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부여하마.’
’감사합니다.’
몸에서 불이 붙는 듯 강한 힘이 느껴진다. 주인님께서 내게 힘을 보내셨다는 증거겠지.
’엇? 누구십니까?’
몸에 알 수 없는 영혼이 들어왔다. 이전에 나와 같이 있던 영혼보다 더 강한 존재인 거 같다.
’방해되니 비켜라.’
’몸의 주인이 여기 있는데 뭐 하는 짓이냐!’
’주인님께 거역할 셈인가?’
’주인님? 당신의 뜻이옵니까?’
하지만 더 이상 주인님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거부한다면 강제로 뺏겠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하겠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내 몸에서 꺼져.’
’약한 주제에 입만 살았군. 지금부턴 지켜보도록.’
영혼의 자리를 내어주자 불안감이 밀려온다. 이대로 영영 몸을 뺏기는 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영혼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지껄이기 시작한다. 마음속에서 폭탄이 터지듯 펑하는 느낌이 들며 정신이 아득해진다.
”엄마! 목사님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왔어요.”
”뭐라고?”
”우리를 잡으려고 해요. 도망가야 해요. 빨리!”
”아.. 알겠어.”
연호의 말을 다 믿진 않지만 목사의 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분위기가 아까와는 많이 달라 보였고 차갑게 쏘아보는 눈빛이 무서워 보인다. 연호와 성은은 내달려 1층 출구 앞에 도착했다. 예상외로 목사는 제자리에서 쏘아보기만 하고 있다.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열려 있던 1층 문이 잠긴다.
”어! 문이 잠겼어요.”
”무슨 일이지?”
성은은 다급하게 잠긴 문을 열려고 애를 썼지만 문은 단단하게 고정된 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엄마! 목사님이.. 목사님이 내려오고 있어요.”
뒤를 돌아보니 목사가 기괴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오고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거슬린다. 목사의 다른 한 손에는 나무 촛대가 들려 있다.
”모.. 목사님! 왜 그러세요? 저 성은 신도예요. 목사님!”
”엄마. 소용없어요. 목사님 몸에 있는 영혼은 정상이 아니에요. 우리말이 닿지 않는 거 같아요.”
목사는 빠르진 않지만 조금씩 두 모자 앞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성은은 연호를 꽉 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제길 여기서부터는 차를 못 가지고 가겠는데..’
산 초입 부분 갓길에 주차를 한 준호는 툴툴거리며 기도원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가로등도 없어 비치는 달빛에 의존해 길을 걸어 올라가는 중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체감상 1시간 정도는 걸은 거 같은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기도원에 뭐 먹을 게 좀 있으려나..’
배고픔을 참으며 산길을 계속 오른다.
바스락 -
”누구야!”
깜짝 놀란 준호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주먹을 쥔다.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산짐승?’
다시 한번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경계심은 살짝 두려움으로 바뀌며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주먹을 풀진 않는다. 온 신경을 집중해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는 쪽을 노려보고 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사람이냐? 짐승이냐!”
어둠 속의 뭔가가 걸어온다. 사람임에 틀림없다.
”왜 말이 없어! 그만 다가와. 뒤는 장담 못해.”
”교인인가요?”
어둠 속에서 남자가 나타났다.
”교인 아닙니다. 교인 이신가요?”
살짝 경계심이 풀어지며 쥐었던 주먹을 푼다.
”저도 교인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이 시간에 기도원은 웬일 이신가요? 여긴 위험한 곳입니다.”
”기도원이 왜 위험한가요? 전 제 동생을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진 남자는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어간다.
”평범한 기도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최근 죽은 아이가 5명이나 된다는 거 아십니까?”
”모릅니다. 아이들이 죽었나요?”
”그렇습니다. 아이들만 죽습니다. 특히 어린아이. 동생이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남자는 얼마 전에 만났던 아이가 한 명 떠올랐다.
”혹시.. 키는 이 정도에 얼굴은 갸름하고 머리가 다소 정리 안된듯한 느낌의 아이가 맞나요? 초등학교 저학년 느낌이었는데.. 제가 설명을 잘 못하겠네요.”
”잘 모르겠네요. 아이가 다섯이나 죽었다면 큰일인데 기도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저도 모릅니다. 다만 동네 경찰과 뭔가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 낮에도 아기가 죽었는데 경찰이 잠깐 왔다가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잠깐만..’
준호는 확인할 수 없는 기도원의 정보를 알려주는 눈앞의 남자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설마.. 기도원에서 보낸 사람인가?’
다시 경계를 하며 주먹을 얼굴 위로 들어 올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준호를 웃으며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