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희. 40살. 직업 기획팀장. 취미 운동. 특히 요가를 좋아한다.
삶의 낙? 딱히.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했다. 나란 사람에 대해 소개를 하려 해도 별다른 게 없다. 팀장이 되고 싶던 꿈을 이루기 위해 내 30대는 사라졌다.
’지겹다 지겨워.’
회사에 나가서 일하는 건 힘들지 않다. 오히려 지겨운 시간을 잊을 수 있어 일에 파묻히면 더 편하기도 하다. 요즘 내 가장 큰 관심은 결혼이다.
왜 하고 싶을까? 아이를 낳고 싶어서는 아니다. 아이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안다. 딱히 아이를 잘 키울 자신도 없고 말이지.
그런데 일상이 너무 지겨워. 먹는 것도 놀러 가는 것도. 그나마 좋아하는 옷 살 때는 잠시 즐겁긴 한데 예전 같지는 않다. 한때는 나 좋다는 남자도 꽤나 있었는데 다들 어디로 간 건지. 문득 얼마 전 만났던 그이가 생각난다.
그 사람은 나와 동갑이었다. 일상이 지겨워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었지. 당시 예전 동료의 소개로 사교댄스 동호회를 소개받았다.
”정희야? 너 사교댄스 동호회에서 남자 못 만나면 그것도 문제 있는 거다.”
”뭐래? 괜찮은 사람 좀 있어?”
”나도 거기서 만나서 결혼했잖아. 한 번 가봐. 넌 활동적인 거 좋아하니까 금세 적응할걸.”
만남을 목적으로 동호회를 나간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교댄스라는 것도 왠지 재미있을 거 같았다.
’옷은 뭘 입고 추는 걸까?’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검색해 본다.
’와.. 생각보다 옷이 좀 야하네. 이 옷은 이쁘긴 한데 아직 좀 더 살을 빼야겠어.’
화려한 옷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아직 동호회를 계속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일단 한 번 갔다 와서 고르자.’
평상시 출근할 때 입는 캐주얼한 복장 차림으로 가야겠어. 왠지 바지보다는 치마가 나을 거 같아. 춤추기에 불편하지 않을 거 같은 A 라인 검정 미니 스커트를 입어볼까.
’좀 그런가? 아우 몰라. 그냥 대충 입자.’
그래도 첫인상이 중요한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 만나려고 이렇게까지 준비하나 싶다. 하루 종일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마음먹었었는데 막상 침대에 누우니 정신이 말짱해졌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불면증. 편하게 잠 한 번 자봤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뜨는 영상을 훑어본다. 어느 순간 유튜브의 수많은 영상 중에서도 참 볼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제목과 섬네일만 살펴봐도 어느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제 정말 자자.’
안대를 쓰고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