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2

by 고성프리맨

‘아얏!’


지긋지긋한 치질. 아침마다 이게 무슨 고생이람. 3년 전쯤 고생고생하다 수술을 받았는데 결국 다시 재발했다.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40대의 모습과는 차이가 크다.


’왜 이렇게 자잘하게 아픈 곳이 많이 생기는 건지..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휴.’


예전엔 미처 몰랐다. 몇 날 며칠 야근을 해도 프로젝트에서 오는 성취감만 있다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던 그때와 지금의 내 체력은 다르다. 어쩌면 그때 미래의 에너지를 너무 가져다 써서 이모양인가? 체력과 건강에 대한 고민을 하다 문득 그 사람이 다시 떠올랐다. 사랑의 감정도 너무 많이 가져다 쓴 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댄스동호회는 상당히 낯설었다. 생각보다 허름한 건물에 저렴해 보이는 네온사인 장식이 반짝이는 입구를 들어가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지 모르겠다. 혹시 이상한 곳이어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순간 들었을 정도랄까.


’끼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려고 했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문소리가 내 귀에 거슬리게 들렸다. 열리는 문틈으로 안을 살펴보는데 다양한 눈빛이 나를 주목해서 보고 있다. 순간 긴장이 되면서 등에 한 줄기 땀이 흘렀다.


”누구세요?”


기름진 머리에 몸매가 부각되도록 타이트한 바지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물어본다.


”저.. 여기가 xx댄스동호회 맞나요? 지인 소개로 오게 된 송정희라고 하는데요.”

”아 정희씨군요. 이리로 오세요. 여러분! 새로운 여성 멤버가 합류하셨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로이 환영의사를 표했다. 잠깐 사이 훑어봤는데 약 10명 내외의 사람이 있는 거 같았다.


’아직 오지 않은 회원도 있으려나?’


한쪽 벽면은 거울로 되어 있었는데 한 커플은 거울 앞에서 멋들어진 춤을 추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은 제각각 본인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스트레칭을 하거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구석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송정희 씨?”

”네?”

”안녕하세요. 전 엄인호라고 해요. 댄스 동호회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2주 차인데 좀 뻘쭘하시죠?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2주 되셨어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뭐 그냥. 심심했어요. 사는 것도 재미없고 일만 죽어라 하다가 늙으면 더 재미없어질 거 같아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눈에 띄어서 지원했어요.”

”대단하시네요. 춤은 원래 관심이 있으셨어요?”

”아뇨. 몸치예요. 워낙 몸 쓰는 건 해본 게 없어서..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기본 스텝도 어려워요. 정희 씨는 춤 좋아해요?”

”아니요. 운동은 좋아하는데 춤은 처음이에요. 이것도 지인이 가보면 좋다고 해서 온 거예요.”


차마 남자 찾으러 왔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암튼 잘해봐요. 조금 있으면 앞에 계신 저분이 오늘 수업을 진행해 주실 거예요. 수업 끝나면 술자리가 있는데 가실래요?”

”음.. 일단 분위기 봐서요. 오늘 좀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도망갈지도 몰라요.”

”저도 그랬는데 그냥 나오고 있어요. 아마 저 춤추는 거 보면 큰 위로 얻으실 거예요.”


수다스럽구만! 뭐 그래도 먼저 대화도 걸어주고 얼굴도 나쁘진 않네. 나이는 좀 있으려나.




수업이 끝나고 자유롭게 대화도 나누고 연습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 술자리 가실 분! 요 앞 아지트로 이동해요. 회비 얼마인지 아시죠? 아참 정희 씨. 같이 가요.”

”아.. 저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제가 낯을 좀 가리는데..”

”에이 술 마시다 보면 낯가림 사라져요.”

”저 술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도 될까요?”

”잘 드실 거 같이 생겼는데. 같이 가요. 서로 소개도 하고 인사도 하고. 여기 있는 사람들 이상한 사람 없어요. 정희 씨는 모르겠지만 사실 전 여기서 춤도 배우고 좋아하는 남자도 만날 수 있지 않나 기대를 좀 하고 왔었어요.”


관심 있는 얘기가 나오니 귀가 쫑긋 세워진다.


”오.. 만나셨어요?”

”아뇨. 없어요. 그냥 술이나 마시는 거죠 뭐. 휴..”


아직 이름도 모르는 여자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인가 괜한 친밀감이 생긴다.


”그래요. 술자리 참석할게요. 회비는 얼마예요?”

”보통 3만 원인데 2차나 3차 갈 때는 조금씩 더 모으거나 주점 운영하는 저 쪽 인호 씨 가게로 가기도 해요. 안주 공짜로 많이 만들어 줘요.”


인호라는 남자는 주점을 운영하는구나. 전체적으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 나이가 있어서일까. 다들 적당한 선도 지키고 매너도 좋은 편이다. 술 마시면서 어떤 사람일지 듣는 것도 재미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