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3

by 고성프리맨

술자리는 특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다. 아지트라고 불리는 곳은 여러 가지 안주를 시킬 수 있는 아늑한 포차 느낌이었다.


”정희 씨? 닉네임 정했어요?”

”닉네임이요? 뭐 이상한 영어 이름이요?”

”아니 이상하다니요. 여기 잘 봐요. 저분이 로살리, 이쪽은 이사벨라, 저기 끝에 앉은 분이 이슬라예요. 나름 느낌 있지 않아요?”


온몸이 배배 꼬이는 게 느끼하다.


’으.. 소름 돋아. 그래도 춤출 때 본명을 안 쓰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 음.. 근데 저기 인호 씨는 인호라고 사람들이 부르던데?’


”저! 인호 씨는 왜 인호 씨라고 불러요?”


화들짝 놀란 인호가 쳐다본다.


”오잉? 아 그러네. 왜 인호 씨지?”

”인호 씨 뭐야. 왜 닉네임 안 써요?”

”마테오 그만해요. 전 원래 한글 좋아해요. 전에도 얘기했는데 그새 까먹으셨나.”

”아 그랬었나.. 취해서 까먹은 듯. 에이 그럼 정희 씨도 정희라고 하던가요.”

”지금 딱히 떠오르는 닉네임이 없어서 그래요. 나중에 생각나면 그때 말할 테니 그전까지는 다들 정희로 불러주세요! 짠!”


별거 아닌 걸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자.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취하기 시작하더니 다들 끼리끼리 모여서 수다를 떤다. 중간중간 담배 태우러 나가는 회원도 보이고 슬슬 집에 가야 하나 싶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정희 씨 저 왔어요.”

”뭐야. 잘 왔어요. 오늘 많이 마셨어요?”

”네 뭐 적당히요. 전 거의 매일 술 마셔요. 많이는 아니고 반주처럼요.”

”적당히면 나쁘지 않죠. 결혼했어요?”


취해서였을까 거침없이 말이 나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지금은 아니요.”

”지금은?”


술을 한 잔 벌컥 마신다.


”뭐예요. 사연 있는 남자예요?”


민망해져서 한 잔 따라 마셨다.


”술 따라줘요.”

”사연은 없어요. 그냥 지금은 아니라고요.”

”네네. 제가 너무 이상한 질문을 했네요. 마셔요 우리.”


생각보다 인호와의 대화가 즐겁다. 뭐야 이 사람. 생긴 건 좀 무뚝뚝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다정한 성격이네. 안주가 떨어지면 챙겨다 주고. 첫날부터 말도 걸어주고. 나한테 호감 있나?


”자자. 다들 이제 그만 갈까요? 다음 모임도 있으니까요. 알아서들 하세요!”

”가요 가!”

”2차 안 가나요?”

”인호 씨 오늘도 안주 서비스 줘요?”

”재료가 많진 않은데 있는 걸로 해줄게요.”

”갈 사람은 가고 해산!”




인호 씨 가게는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차는 나 포함해서 5명이다.


”가게에서 뭐 팔아요?”

”뭐 이것저것 해요. 계절에 따라 바뀌는 메뉴도 좀 있고요. 술은 제가 좋아하는 편이라 다양하게 준비해 놓는 편이에요. 정희 씨는 좋아하는 술 있어요?”

”음.. 맥주는 좀 마셔요. 소주는 전엔 좀 마셨었는데 요즘은 마시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되도록이면 안 마셔요.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요.”

”뺄 살도 없어 보이는데 다이어트는 왜 해요?”


뻔한 칭찬인데도 막상 들으면 늘 기분이 좋다.


”보기랑 다르답니다. 묻지 마세요.”


얘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는 1층에 있는데 크진 않지만 적당한 규모에 분위기도 괜찮다.


”가게 이쁘네요!”

”조명에는 좀 신경 썼어요. 후배가 그러더라고요. 술집도 요즘은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고. 젊은 친구들이 주 고객이라 어쩔 수 없었죠. 아참 다들 뭐 드실래요? 오늘 그냥 제가 맘대로 만들어도 되나요?”


”알아서 해봐요. 인호 씨 요리 잘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

”제가 안 만들어요. 이모님 손맛인데.”

”저번에 직접 해줬잖아요. 찌개도 참 맛있던데.”

”알았어요. 그럼 오늘 내가 알아서 요리도 만들고 술도 어울리는 거 준비할게요.”


요리하는 인호 씨는 또 어떠려나. 잠깐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 나눠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