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나누는 사이 인호 씨가 음식을 가져온다.
”오늘은 다이어트하는 정희 씨를 위해 샐러드와 연어구이를 준비했어요.”
”뭐야 인호 씨 정희 씨한테 마음 있어? 뭐 첫눈에 반한 그런 거야?”
”이상한 소리 그만하시고요. 재료가 마침 이렇게 남아 있었어요. 술은 와인이 좋을 거 같은데 어때요? 얼마 전 선물 받은 와인 몇 병이 있는데 술은 제가 쏠게요.”
다들 좋아한다. 그나저나 이 남자는 왜 갑자기 내 이름은 언급하고 그러지. 뭔가 뻔해 보이지만 뭐 어때.
”뭐예요 인호 씨. 괜히 내 이름은 왜 붙여서.”
”그냥요. 좀 느끼했나요? 좀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었어요.”
”사적이라면? 영화 보고 따로 밥 같이 먹고 뭐 이런 거요?”
”그런 것도 가능하다면 좋죠. 일하다 가끔 동호회 가고 집에 가서 자고 다시 일하고 이게 제 생활이에요. 재미가 없진 않은데 그냥 좀 마음이 허하네요. 아참 샐러드 소스는 일부러 살 안 찌게 칼로리 거의 없는 발사믹 식초 사용했어요. 좀 먹어봐요.”
인호 씨가 친절하게 샐러드를 그릇에 덜어 내 앞에 놓는다.
”친절하시네요.”
”일하다 보면 친절이 몸에 배어요. 그리고 이건 좀 더 사적인 마음을 담은 거기도 하고요. 와인도 마실래요?”
”한 잔 주세요.”
”친구 중에 와인숍 운영하는 애가 있는데 가끔 가게에 놀러 올 때 선물로 몇 병씩 줘요. 전 사실 와인은 별로 안 좋아해요. 마시고 나면 다음 날 속도 안 좋고 차라리 소주가 잘 맞아요.”
”그럼 소주 마시면 되죠. 소주 마실래요?”
”오늘은 와인 마셔요 다음에 기회 되면 그때 소주 한잔해요.”
”과연 다음이 있을까요?”
”동호회 그만두지 말아요. 제가 재미있게 해 줄게요.”
”춤 배우러 나가는 건데 인호 씨 춤도 잘 못 춘다면서요.”
순간 말이 막혔는지 인호 씨가 당황한다. 그러고는 와인을 한 모금 잽싸게 마시는데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였다.
”와인을 그렇게 급하게 마시는 사람이 어딨 어요? 잘 봐요! 이렇게 바닥에서 잔을 살짝 돌리고 느껴지는 향을 코로 맡아보세요.”
”네? 와인 마시는 법 어디서 검색이라도 해보신 거예요?”
”아니에요! 전 음미하면서 마신단 말이에요. 따라 해 보세요. 그리고 살짝 입에 와인을 머금고 입술로 공기를 살짝 빨아들이면서 호로록 소리가 나게 한 다음 알코올의 느낌과 풍미를 혀에 느끼면서 그대로 꿀꺽하고 삼키면 돼요.”
”푸핫. 어이없네요. 그래도 한 번 해볼게요.”
마지못해 하는 행동이지만 내가 시키는 대로 곧잘 따라 한다. 조금 능구렁이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서 다들 집으로 돌아가려고 준비 중이다.
”인호 씨 오늘 잘 먹었어요! 다음엔 찌개나 떡볶이 같은 거 좀 만들어 줘요. 저번에 맛있었는데.”
”맞아요. 오늘 처음 본 정희 씨한테 잘 보일 생각 말고 우리나 좀 챙겨요.”
”아 이 사람들이 정말. 빨리 가요. 취했으면 곱게 가야지.”
”자요 여기 회비.”
”감사합니다 손님들. 다음번에도 잘 모시겠습니다!”
”갈게요.”
저마다 인사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정희 씨는 택시 타실 거예요?”
”네 그래야죠. 택시가 잘 잡히려나.”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어디 보자. 집까지 별로 안 머네요. 20분 정도 걸려요.”
”오 가까운데 사시네요. 같이 데려다줄까요?”
”아니에요. 저희 동네 외져서 한 번 들어가면 나오는 택시 잡기 힘들어요.”
”내일 바빠요?”
”내일요? 저야 뭐 일하겠죠. 데이트 신청하게요?”
일부러 좀 더 강하게 밀고 나가봤다. 어디 얼마나 뻔뻔하게 나올지 지켜봐야지.
”내일 가게 휴일인데 정희 씨가 괜찮다면 저녁 먹을래요? 데이트라고 하면 데이트가 되겠네요 그쵸?”
”뭐야. 알겠어요. 근데 저 야근이 있을 수가 있어서 시간이 약간 더 걸릴 수가 있어요. 특별한 일만 안 생기면 7시 정도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괜찮아요. 어차피 할 일이 없어서 내일 그냥 집에 있을 예정이었거든요.”
”그럼. 저녁 7시에 볼까요?”
”네 제가 정희 씨 회사 근처로 가 있을게요. 이따 도착하면 주소 알려줄래요?”
”으흠! 알겠어요. 이따가 또 연락하자고 이렇게 은근슬쩍!”
대화를 주고받는 도중 다가오는 택시의 불빛이 보인다.
”조심해서 가고요. 이따 도착하면 알려줘요.”
”네! 가게 정리 잘하시고요. 빠이!”
인호가 택시 문을 열어 준다. 정말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구나.
”저 기사님! 운전 조심해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예. 여자친구분 잘 모셔다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잘 가요 정희 씨. 이따 꼭 연락해요.”
”갈게요.”
다른 사람의 눈에 자연스럽게 인호 씨와 내가 연인처럼 보였나 보다. 별거 아닌 한 마디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