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 날씨 맑음, 마음 흐림

70 걸음

by 고성프리맨

7/31. 어느새 또 한 달이 끝나간다.


24년의 첫 시작을 알렸던 1월 1일도 벌써 한참 지난 과거가 되었다. 5개월 뒤면 벌써 25년으로 접어든다. 넋 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올해의 중반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렇다면 올해의 가장 큰 성과로 기록할 만한 건 뭐가 있으려나.


흠.. 크게 기억에 남는 건 없네. 지나간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그냥 하던 걸 하던 대로 해온 게 전부. 딱히 뭘 더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정해진 양만큼만 했다.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로는 [1화 = 1일]로 교환 중이다. 실제로 쓰는데 집중하는 시간은 2시간 내외니 하루를 전부 사용하는 건 아니다. 뭐 이것저것 생각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좀 더 많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일단은 논외로 치자.


그 외의 시간은 어떻게 쓰고 있지?


주로 책을 읽거나 영상 시청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추가적으로는 밥을 먹고 멍 때리고 가만히 있기. 그러다 운전해서 아이들 픽업.


별로 한건 없는 거 같은데 시간을 살펴보면 어느새 오후 시간이 되어있곤 한다.


바쁘지 않아 보이는데 바쁜 사람. 그게 나다.




누군가는 말한다.


"한창 일할 나이에 뭐 하는 겁니까? 댁 같이 사는 사람이 있으니 경제가-"

"놀 시간에 나가서 일이라도 하지.. 뭐 하는 겁니까?"


나는 놀고 있는 걸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남의 시선보다는 내 기준이 더 중요한 거겠지. 엄청나게 열심히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진 않다. 묵묵히 하고자 하는 일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환경의 변화는 당연하게도 관계의 변화를 만들었다. 접점이 사라지고 나면 생각보다 할 말도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내가 선택한 자발적 고립의 시간이 찾아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상당히 내향적이면서 집돌이인 주제에 어떻게 회사에서 단체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먹고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그 모든 걸 이겨내게 만들었던 것일까?


반대로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똑같이 신기해할 거 같다. 어쩌자고 고립되어 있는 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해당 범주에 속해 있기에 고립을 택했으면서도 사회적인 격리를 바라진 않았다. 아무리 집돌이여도 어느 정도의 소통은 필요했다.


처음엔 내 성향도 잘 모른 채 바뀌어 보겠다며 평생 하지도 않던 친구 사귀기에 돌입했었다.


비슷한 위치에 산다는 이유로, 때로는 나이대가 비슷해서, 혹은 관심사가 같아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이유는 다양했다.


나름 용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A라고 신호를 보내면 상대가 B라고 응답을 보내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어디 사람의 인연이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던가. 정박이 아닌 엇박의 상황만 많아졌고 그 속에서 괴로워했다. 잘못된 방식이었다. 자연스러움 대신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내 방식은 실패로 끝이 나버렸다.


다시 또 난 심해 속을 떠다니는 잠수함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마음은 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나는 또 소통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건지..


자꾸 미련일지 모를 아쉬움이 생겼다.




주어진 시간이 많다 보니 확실히 생각이 많아졌다. 많아진 생각이 도움 될 때도 많지만 필요 이상의 걱정을 만들어 낼 때도 많다.


한때는 희망했다.


- 시간이 많아지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너무 좋겠는데?


막상 시간이 많이 주어지니 오히려 귀찮아졌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 아예 쳐다도 보기 싫을 때가 많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일정의 안락함. 내게는 회사생활이었다. 구속되어 있다고 느낄 때는 괴로웠다. 하루라도 더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연차를 쓰려했고 휴가를 계획했다. 하지만 막상 휴가 당일이 되면 허탈해져서 아무것도 안 하고 대부분은 그냥 집에 있었다.


'하아..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그때의 난 늘 그랬다. 덧 없이 흘러가다 끝이난 휴가를 보며 한숨 지었으며 다음날 출근을 걱정했다. 그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는데.


그리고 지금은 거짓말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의 내가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주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난 불만이 많다. 40대가 되어도 어쩜 이리 변하는 게 없는지. 이것도 일관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외롭고, 슬프고, 적적하다. 지금의 생활이 즐거우면서도 근본적으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감정은 내 안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 정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조용히 쌓이고 있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 공간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곤 한다.


그럴 때 생각한다.


- 아. 감정을 비울 때가 됐구나.


꽉 찬 감정 덩어리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형태로 퍼져 나간다. 화가 될 때도 있고 슬픔이 되기도 하고.


- 감정을 비울 방법이 필요한데 큰일 났다.


이대로 있다간 깊은 우울증에 빠져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몸을 움직이면 꽤 괜찮아진다는 얘기가 와닿았다. 운동과 담을 쌓아왔지만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위.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데.'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글쓰기였다. 결코 감정을 배출해 내기 위한 휴지통의 역할로 선택한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쓸데없는 감정들을 감내하라며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기록을 남겨보는 거야. 40대.. 혹은 40대가 아니더라도 나와 같은 고민을 겪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비록 성공의 기록이 아닌 실패의 기록이더라도 꾸준히 남겨보고 싶었다.


그날의 나는, 언젠가의 누군가는 이런 생각과 고민을 했겠구나.


내 방식이 정답이라서 쓰는 것이 아니다. 낭비된다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은 나의 바람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는데.


"오빠? 40대 되더니 말이 너무 많아졌어. 원래도 많았는데 더 많아졌달까? 내가 안 들어줘서 글 쓰는 거 맞지?"


언제나 그랬듯 아내의 일침은 정신이 들게 만든다.


감정에 빠지는 건 이쯤 하고 오늘도 한번 의미 있게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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