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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Nov 20. 2024

그 쉬운 게 어렵네요.

인지의 시간 8

[ooo 작품 유료화 공지]


최근에 즐겨 읽던 무료 연재 웹소설 중 하나가 유료화를 시작했다는 푸시알림이 왔다.


"대단하네.. 결국 해내는구나."


쓰지는 않으면서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이 생겼다.


'타인의 멋진 시작을 축하해 주진 못할망정 속 좁게 질투나 하고 있고.'


문득 무료 연재시절 해당 웹소설에 달려 있던 댓글이 떠올랐다.


- 님? 이거 고증은 제대로 하고 쓰는 거임? 앞뒤가 하나도 안맞잖슴?

- 내가 발가락으로 써도 이거보단 잘 쓸듯.

- 와.. 이런 소설이 상위권에 있다니? 세상 말세다 말세야.


하지만 결국 작가는 보란 듯이 유료화에 성공했다.


"어디 악플 달 테면 달아봐, 내가 안 쓰나. 내가 쓰는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안 보고는 못 배길걸?"


실제 작가의 말이 아닌 상상이지만, 결과로써 증명해 낸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더니 대체 언제까지 구경만 할 셈인가? 40이 넘도록 구경만 했으면 질리도록 구경한 거 아닌가?'


질리지도 않는지 여전히 구경중이다. 직접 뭔가를 하기보단 뒤에서 즐기는 일에 익숙해진 탓이다. 딱히 죄는 아니다. 단지 내 마음 어딘가가 불편할 뿐이다. 그 불편함은 아마도 내 지향점과 관련이 있을 테지.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다.


하. 면. 된. 다.


언제나 진리는 단순하다. 숱한 뇌절을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행하느냐, 행하지 않느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 맨날 하겠다고 다짐하는 소리를 벌써 몇 번째 읽는지.. 피로하네요. 어차피 안 할 거면서 거 뭐 맨날 하겠다고 쓰는 거임?


말하고 다짐하는 순간 바로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내겐 그런 초능력이 없다 보니 잊어버리고 편한 삶을 택할 걸 알면서도, 매번 이렇게 다짐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짐을 하는 순간만큼은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0.000001% 정도의 의지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알고는 있다. 이런 심약한 의지로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평생 남은 생을 지금처럼 다짐만 하다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만의 [다짐뇌절]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편한 기분 때문이다.




"그래‼️ 유료화에 성공한 작가처럼 그냥 쓰면 되잖아? 그 쉬운 걸 못해서 참.."


'그.. 쉬운 거?? 지금 그 쉬운 거라고 말했니?'


참고로 난 모노드라마에 익숙하다. 주연, 조연, 엑스트라 모두 나 혼자면 족하다. 대신 각본은 즉흥적으로 짜는 만큼 형편없을 수 있음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그토록 쓰는 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애진작부터 쓰지 않고 뭐 하고 있었단 말인가?

남이 잘된 걸 그렇게나 내려치고 싶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습관이 튀어나와 버렸다.


[너 죽고 나 죽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니, 절대로 그 땅을 사게 해선 안돼.

그런데 타작가는 나랑 사촌 지간도 아닌데 왜 배아파함?


'그러게..'


이래서 지구상에 [성악설]이 존재하게 된 것인가. 물론 나는 성선설을 더 신봉하려 노력 중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성악설에 가까운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될 때도 있다.


'타인의 성과를 내려치기 전에 내 성과를 올릴 생각부터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같이 높은 곳을 향해 목표를 가지고 더 나은 순간에 마주할 수 있는 게 진정한 멋 아닌가. 물론 내가 그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할까 봐 두렵지만. 그렇더라도 겸허히 나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지, 올라간 사람을 내려오게 만드려 해서는 안되지 안돼. 그러다간 천벌을 받는다고.


- 자꾸 천벌 타령하는데 천벌을 내리는 주체는 누구신지?


무신론자라고는 하나 여전히 어려서부터 믿어왔던 일말의 신앙심이 남은 탓으로 해두자. (엄밀히 따지면 무신론자가 아닌 듯.)


그래서 결국 오늘도 반성 중이다. 그리고 내게 암시를 하나 걸기로 했다.


'이제부터 넌 써야 한다. 쓰게 된다. 쓸 것이다. 쓰지 않는다면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릴 지어다. 쓰는 순간 평온함이 찾아올 것이다.'


그토록 쉽다고 생각하는 걸 해내기 위해 오늘도 난 별짓을 다하는 중이다. 누군가에게 쉬운 일이 내게 쉬운 일은 아닌 까닭에서다.


'그 쉬운 게 참 어렵구나.'


아니다.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을 쉽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문제다 문제야. 과연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쉽게 이뤄지는 것이 있기는 할까?


세상의 단순하고 오래된 진리에 반기들 생각 말고, 정석으로 헤쳐나가자. 삶에서 반드시 정석대로 해내야만 하는 순간이 있는데, 또 한 번 그런 순간이 찾아온 것일 뿐이다. 그러니 묵묵히 주어진 이 순간을 직시하자. 이뤄내지 못한 것이 있다면 오로지 나의 재주와 노력이 부족했을 뿐일 테니, 매일의 수양에 정진하도록 하자꾸나.


"이 정도면 알아들었니 나 자신아?"


내일이 되면 까마득히 잊고 다시 또 후회, 반성, 다짐 쓰리콤보를 겪고 있지는 않으려나. 뭐 어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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