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정. 태어나면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희정아”
”정아야”
살면서 다양한 형태로 이름이 불렸던 거 같다. 지금의 남편은 처음에 ‘희정 씨’라고 불렀던 거 같다. 지금은 이름보다 애칭으로 부를 때가 더 많은 거 같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참 다양하게 불린다.
아이가 생긴다면 난 또 다른 이름을 얻게 되겠지? 아마도 ‘엄마’라고도 불릴 거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그때부터 밥을 혼자 차려먹었던 거 같다. 엄마는 아침마다 사 먹으라고 돈을 주셨지만 혼자 사 먹는 밥은 싫었다.
하교 때면 교실 밖을 나가기 싫었다. 다른 친구들은 항상 엄마가 데리러 와줬다. 하지만 난 혼자 가야 했다. 학원 가는 날이면 그래도 좀 나았다.
엄마는 늘 바빴다.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항상 속으로 삭였다. 저녁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저녁은 엄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희정 씨 들어오세요.”
난임 검사 결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20대 중반에 난소 쪽 낭종이 발견된 적이 있어서 수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영향도 조금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남편은 크게 문제 될 건 없었지만 정자 활동성이 조금 떨어지는 걸로 보여 개선을 위한 식습관 개선 및 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 번째 인공수정 날짜를 잡았다. 시술 일을 잡고 나니 조금씩 실감이 난다. 무사히 한 번에 착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양가 부모님한테는 얘기드리지 못했다. 내심 아이를 바라시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애써 이야기를 피했었다.
시댁 부모님은 아이 얘기를 내게 직접적으로 꺼내진 않으셨다. 가끔 남편에게 물어보는 정도였다. 남편이 나한테 얘기를 전한 적이 없는데도 수화기 너머로 아이 이야기가 들리면 기분이 나빴다. 싸움을 피하려는 남편을 붙잡고 굳이 왜 피곤하게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미안해진다.
”소희야 나 인공수정 시도해 보려고.”
“아이 가지기로 했구나. 많이 힘들겠다. 기왕 하는 거 잘되면 너무 좋겠는데.”
“그러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오빠랑 얘기해 볼 걸 그랬어.”
“그래도 아이 생기면 좋긴 해. 솔직히 너무 힘들고 화날 때도 많은데 아이가 잘 먹고 웃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나도 막 행복해지더라고.”
“부럽다. 나도 빨리 그런 기분 느껴보고 싶어.”
“채희 거 선물 보내준 옷 너무 이쁘더라. 잘 입힐게 고마워.”
“아니야 좀 더 좋은 거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앞으로 종종 전화할게 안녕.”
내 삶에 아이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이렇게 바뀌다니 참 신기하다.
앞으로는 일 욕심도 조금 줄일 생각이다. 스트레스만큼 나쁜 건 없다고 하니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휴직도 걱정이다. 팀에 사람도 부족한데 내가 자리를 비워도 될까.
육아휴직은 또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하려나. 전에 친하게 지내던 회사 언니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