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이 광대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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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그렇게 행동하게 된 원인은 분명 존재한다. 우발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일 또한 살아오며 누적된 무언가에 의해 영향을 받은 순간은 분명 있지 않을까? 물론 밝혀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만.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으로 분류되던 나와 같은 사람도 속에서는 불길이 일어날 때가 많다.


"원래 조용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서워."


힘숨찐(힘을 숨기는 찐따)의 결.


그런데 몰라서 하는 소리다. 사실 내성적인 사람도 나름 대로의 감정 표출을 한다. 개인차에 따른 정도야 다르겠지만 감정에 충실하긴 하다. 표출의 방식에 차이가 존재할 뿐.


여하튼 오늘 써볼 잡문이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시작부터 뭔가 있을 것처럼 쓰고 있을까?


호.. 혹시.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온?!


걱정 마시라. 이것저것 다 손대지만 내가 결코 손대지 않는 장르가 몇 개 있는데 그 일은 내 세상 밖의 일이다. 그러니 큰 걱정 붙들어 매시길 :)


-아무도 걱정 안 할 텐데???


어디까지나 내가 쓰는 글은 기본적으로 [나]라는 범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내게는 이 정도면 메이저 급 이상임) 맹키로, 설명하기 모호한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딱히 [예산의 제약]은 없달까? 글이라는 게 이럴 때 좋다. 모든 걸 상상하도록 유도하면 큰돈은 들이지 않으면서도 환상은 부풀려 줄 수 있으니까. 이럴 때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빈약한 상상력] 정도?


-상상력이 출타해 버린 작가의 글만큼 알맹이 빠진 글이 없는데 쯧쯧...


괜찮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통 상상력이라는 걸 발휘하지 못할 때면 내가 선택하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이미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자기 비하|학대]라는 출중한 무기가 있다. 비록 오래전부터 많이 사용되어 온 글감이기에 지루해질 수 있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그래도 지금의 무기를 들고 나온 이상 분명, [딸깍!]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글이 완성되어 있을 것임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




이 정도 쓰고났더니 벌써 할 말이 떨어졌다. 떨어져 버렸다...

떨어지지 않은 건 이상할 정도로 왕성해진 [식욕] 정도인가?


"하루에 두 끼만 먹으면 안 돼? 내가 이 나이에 벌써 삼식이 남편을 뒀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쩝쩝쩝."


열심히 먹는 아내가 내게 핀잔을 했다.


분명 지금의 활동량으로 봐서는 하루 두 끼(어쩌면 한 끼?!) 면 충분할 듯도 한데, 회사 다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세끼를 챙겨 먹고 있다. 그것도 꽤나 규칙적으로 잘 지킨다.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운동량도 떨어지고, 감도 떨어졌는데....... 유일하게 상향 지표를 그리는 중인 식욕에 감사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기력도 떨어지고, 시력도 떨어지고 하다못해 바깥의 기온도 떨어졌다. 부정적으로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사실을 기반으로 쓰고 있다. 온통 내 주위에 [떨어지는 것들]이 둘러싸고 있는 기분이다.


'기분 전환이라도 좀 해보자.'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걸로 환기시켜 볼까?' 싶어서 영상을 틀었는데 채 5분을 못 보고 중단시켰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고 하던가. 이제는 하다못해 [재미]와 [흥미]마저 떨어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도 힘겨워져 버린 게 아닐까.


이런 상태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뭐라도 쓰는 것]이다.


-집어 쳐요!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이야기.)


스스로에게 혓바닥이 아릴 정도의 쓴 말을 생성해 던져도 보고, 실컷 비하도 해보고, 거울을 보며 세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외모도 디스해 보고, 마음과 달리 삐걱거리는 몸을 저주하며 어떻게든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글이라도 써진다면 그야말로 다행 중의 다행 아닌가. 내가 현재 마음먹고 그나마 적을 두며 꾸준함을 발휘하는 유일한 종목 아닌가?


여기서 새삼스럽진 않지만 살짝 알려줄 이야기가 있다.


-(낚시일 건 알지만) 뭔데요?


놀랍게도 2,000자가 넘었다는 사실‼️


-에엑? (이런 망글이??)


그렇다. 글의 질을 떠나 공평한 게 하나 있는데 붙잡고 쓰다 보면 어떻게든 [분량]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비슷한가? (아니면 말고.) 시간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강제로 흘러가지만, 글은 지금처럼 약간의 손놀림과 망상만 있다면 분량이 늘어나는 법이다. 이 글이 세상에 태어나 선보여야 할 이유 같은 걸 싹 무시하기만 하면, 분량은 이토록 쉽게(?) 늘릴 수 있다.


-초반에 힘숨찐이 어쩌고, 조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느니 그런 말은 왜 쓴 겁니까?


[찐따]의 의미를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다.


어수룩하고 찌질한 사람,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비속어. [나무위키 - 이거 접속 금지 당하면 난 어디서 검색해야 하나...]


뜻을 읽고 나서 든 생각.


'나잖아?'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가?

당연하게도 슈퍼 히어로의 이(異)능력과는 많이 다르다. 굳이 히어로로 분류를 해보자면 Unseong급(?).


-저기 뜻을 잘 모르고 쓰는 거 같은데, 언성은 최소한 칭송받을 자격 정도는 갖춘 이를 뜻하는데요?


'그렇담 그냥 un...'


구박과 핍박을 받아도 모른 척 대충 뭉개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고집이 있다. 이런 나를 단련시켜 주는 스승은 놀랍게도 곁에 있는 아내다. (하지만 아내는 단 한 번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남편이 백수가 되어버리는 순간 저절로 깨우친 아내의 이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지금처럼 [그래도 쓰고는 있다.]를 증명하는 일이랄까. 솔직히 모든 글이 교훈적이거나 대단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 테니, 가볍게 휘발되어 버릴 글도 어느 정도 필요한 건 아닐까 싶다.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로 치자면, 나처럼 깔아주는 글도 경쟁률의 숫자를 올려주는 데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상위 등급을 받거나, 임용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서 슬플 뿐.


그리고 [자기 비하]를 불편해하는 분도 더러 있을 법 한데, 이런 글도 쓰다 보니 느는 거 같다. 이제는 숨 쉬듯이 까도 슬프지도 않고 오히려 하나의 콘텐츠나 문체가 형성되어 가는 기분마저 들어서 즐거운 느낌(?)마저 든다.


"어쨌거나 글 하나 뚝딱 썼잖아? 기분 좋으니 한잔해."


세상이 어지럽거나 말거나, 이미 더 어질어질한 처지이니 나나 잘하도록 하자. 나하나 건사하기도 참으로 힘든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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