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글러

179 걸음

by 고성프리맨

나는야 [관성형 인간].


일반적으로 관성이라 함은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총합이 0에 이르렀을 때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가상의 힘을 의미하나, 여기선 그냥 내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움직이게 되는 상황을 일컫기로 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글을 쓰고 있는 내 행위가 일종의 관성과도 비슷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완벽한 관성이 적용되는 행위는 아니다 보니 다그치고 달래는 일과 같은 혼자만의 의식은 있다. (엄밀히 따지면 관성이 아닌 타성이라고 해야 하려나...)


이른바 [꾸준글]을 쓰고 있고, 쓰려한다. 여기서 꾸준글에 대한 설명을 빼놓으면 섭섭할지 모르니 오늘도 또뮤위키에서 설명을 가져와봤다.


꾸준글(Copypasta)은 인터넷 게시판 혹은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똑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해서 올리는 뻘글을 지칭하는 용어.


뻘글? 이라 하니 갑자기 기분이 좀 그렇긴 하다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복사-붙여넣기 형태의 글은 아니지만 쓰다 보면 비슷한 주제나 결에 도달하는 글이 많은 걸로 봐선 내 글도 꾸준글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한계를 깨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아무 노력 없이 거저먹을 수 없듯, 상상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천재의 영역은 모르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한 상상에도 큰 노력과 품이 들어간다. 그나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력은 [독서]다.


-영상이나 체험의 형태도 있을 텐데 굳이 독서를 택한 이유는 뭐죠?


개인차가 있다고 해두고 싶다. 이런저런 경험을 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활자화된 내용으로 접했을 때 특히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마치 미개척된 신대륙을 발견하는 느낌과도 통하려나?


다른 이의 해석 이전에 나름대로 시각화 또는 청각화와 같은 오감화가 가능하기에 글로 써진 내용의 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매체보다 글이 주는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진달까. 별다른 뜻 없이 순수 개인취향일 뿐이다.


여하튼 많이 읽고 많이 상상해 보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그러기 위해 좋은 작품을 선별해 꾸준히 읽는 일 또한 관성처럼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귀찮게 느껴질 때가 많으니 큰일이다.




꾸준함은 무엇을 위해 지속되어야 하는가?


자. 기. 만. 족.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는 [자기만족]의 측면이 가장 큰 상태다.


'내가 보기에 좋으니 남이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라며 공감을 얻어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설령 그렇지 않아도 어떤가. 애초에 남에게 도달하는 과정은 멀고 험난한 법. 그전에 스스로에게 여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이렇게라도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꾸준글을 쓰는 행위자체가 즐겁지 않다.

관성처럼 글을 쓰고 있다며 희망사항을 설하는 이유는 바로, 내 딴에 아무리 노력해도 관성화되지 않는 글쓰기 루틴 때문 아닐까?


역시나 꾸준글답게 향하는 결(結)이 언제나 비슷하다.

이루지 못한 혹은 이루고 싶은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전하는 것.

소위 [꾸준글러]라 칭해도 어색함이 없겠다.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은 있다.


"어떻게든 쓰고는 있어요."


'[어떻게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데? 현재 정말 하기 싫고 괴로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와 통하는 말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니 퇴고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무인도에 표류해 생존일지를 기록하는 마음과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터넷이 가능하니 무인도에서 작성하는 생존일지에 비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지켜봐 준다는 것?

하지만 고립감을 느끼는 마음만큼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상 무인도에 가본 적도 없는 1인이 대충 상상해서 끄적인 말)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다 단락을 구분 짓고 있다.

딱히 단락의 단위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생각이 끊어져 더 이상 잇기 어려워질 때면 지금처럼 구분선을 긋고 다음 생각을 써 내려간다.

이 부분에 있어선 [좋다|나쁘다]를 판단하기 어려운 관계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써보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단락을 나누는 단위가 굳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법. 글쓰기에서만큼은 요령이 안 생기길 바란달까? 반복적이고 지속된 루틴이 되길 바라면서도 굳어지기는
(정형화) 바라지 않는 마음 정도로 해두고 싶다.


쉽게 쉽게 타 작가의 글을 평한 적이 있었다.


"흠.. 이 사람의 문체는 어쩌고- (사실 잘 모름)"

"다음 전개는 이런 식이 될 테고- (과연?)"

"늘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쓴다니까? (그게 어때서?)"


'어딘가에선 나 또한 비슷한 평을 받지 않을까. 아니지 아니야. 어딜 감히 욕심을 내? 평가라 함은 평가받을 가치가 있을 때 주어지는 법이거늘, 너무 앞서나갔어.'


단락의 구성이 비슷해지는 것처럼 문체도 정해져 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좋게 생각해도 되는 일인지, 아닌지조차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걸 봤을 때, "차라리 아무 습관이 안 들은 상태가 훨씬 좋아요."라던 기조로 평하던 말이 떠오른다. 바뀌기 힘든 습관이 한번 들어버리면 오히려 고치기가 어려운 까닭이겠지.


그래서 두렵다. 지금 내게 안 좋은 습관이 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혹시라도 지금 노력한다고 꾸준글을 쓰고 있는 행위 자체가 독이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관성이라는 이름하에 잘못된 글쓰기를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두려움은 잠시......


결국 오늘의 내 선택은 지금의 글이다.

알 수 없는 혹은 알고 싶지 않은 내면의 갈등을 뒤로한 채 쓸 수밖에 없었다.

씀으로써 증명하고 알아가는 수밖에...

아침 카페인이 과해서인지 아침부터 감성에 취해버렸다.

이쯤에서 글은 정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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