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에 갈게요.”
”벌써요?”
”내일 출근 때문에요.”
뭔가를 말하려던 인호 씨는 멈췄다.
”그래요. 바래다줄게요.”
”아니에요. 이것저것 머리도 식힐 겸 혼자 갈게요. 아참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 건데 인호 씨가 돌싱 얘기 꺼내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 얘기 꺼냈어야 할 거였으니까요.”
호출한 택시가 가게 앞에 도착했다. 인호 씨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게를 나왔다.
’뭐야.. 돌싱이라는 것 때문에 기분이 별로가 된 거야?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더니. 송정희 너도 별 수 없네?’
솔직해지자면 직접 경험해 보는 건 처음이니까.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게다가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내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세상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파진다. 그때 알림음이 울렸다.
미안해요. 정희 씨.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생각할 시간을 좀 가져보세요. 전 정희 씨한테 호감이 있어요. 근데 대놓고 좋다고 못하겠어요. 아무래도 제 스스로도 과거가 신경 쓰인 거겠죠. 그리고 저 외롭다고 아무한테나 호감 표시하고 다니는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정말 정희 씨가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었어요. 마음이 좀 정리되면 그때 문자 줘요. 조심히 가요.
문자를 읽다가 뜬금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이래?’
40대의 나에게 지금 같은 만남의 상황이 특별한 상황도 아닌데 괜스레 슬퍼졌다. 그리고 인호 씨도 어떠한 이유에서 선택의 결과로 생긴 문제일 뿐인데 조금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나한테도 실망감이 들었다.
갑자기 나와서 미안해요. 인호 씨가 싫어서가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나기도 했고 술 마시다 혹시나 실수할까 봐 그랬어요. 제 맘 이해하죠? 며칠만 시간을 주세요. 저녁 맛있었어요. 잘 자요.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애꿎은 휴대전화만 만지작 거리다 아까 인호 씨와 대화 나눈 글을 몇 번이고 읽었다.
”몰라! 잠이나 자자.”
40대의 연애는 다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마음 하나만으로 만나기엔 나도 누군가도 자신의 상황을 따져보게 된다. 외롭다가도 누가 나랑 같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 없던 스트레스도 생긴다. 지금의 내 삶의 방식이 너무 편해진 거겠지. 난 누구를 곁에 둘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있기는 한 걸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습관적으로 틀던 유튜브를 틀었다. 요즘 즐겨 보는 채널은 솔로 캠핑이나 내 또래의 미혼 여성이 얘기하는 걸 주로 본다. 아니 듣는다. 잠자기 전에 베개 옆에 세워 놓고 그들이 얘기하는 내용을 듣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곤 한다.
’내일도 바쁠 텐데.. 지겹다. 한 달 정도 쉬었으면 좋겠어.‘
스르륵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