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정도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인호 씨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지내기로 했다. 댄스 동호회에 나갈 시간도 없었다. 여러 번 메시지가 오긴 했는데 이번주는 바빠서 못 간다고 얘기했다. 물론 인호 씨와 어색한 느낌이 들 거 같아서 인 것도 있긴 하다. 일을 끝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8시가 되어간다. 팀원들은 이미 퇴근해서 회사는 조용하다.
’요즘 너무 바빠서 운동도 잘 못했네. 오늘은 운동이라도 좀 해야겠어.’
잠시 머리를 식히며 퇴근 준비를 하는데 문자가 왔다.
정희 씨. 잘 지내요?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요. 댄스동호회 혹시 저 때문에 안 나오는 거 아니죠? 제가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미안해요. 그냥 친구로 지내도 좋으니까 동호회 그만두지 말아요.
인호 씨의 문자. 왠지 예전보다 딱딱해 보인다. 일주일 사이에 마음이 좀 식었을까? 그럴 만도 하지 뭐.
안녕 인호 씨. 그런 거 아니에요. 저 일 때문에 정신없어서 일주일이나 흘렀는지도 지금 문자 보고 알았네요. 의기소침하시긴. 한창 일할 시간이라 바쁘겠네요? 파이팅 하고 나중에 만나요.
’ 쓸데없이 여지를 남긴 걸까? 나도 참. 형식적인 얘기를 너무 한단 말이야. 나중에 보긴 뭘 나중에 보냐 으휴.’
자책하는 중에 알림음이 바로 온다.
아 그래요? 저 오늘 휴일인데. 혹시 배 안고파요?
’뭐야. 내가 나중에 보자고 했다고 그새 또?’
문자를 보내지 않으려고 휴대폰을 책상에 잠시 올려둔다. 옷을 다 입고 나서 책상 위에 있는 폰을 보는데 괜히 신경이 쓰인다.
’아.. 또 시작이네. 문자 한번 씹으면 뭐 어때서.’
마음과는 다르게 손이 움직이고 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늘 배.가.고.파.요. 일주일 동안 제대로 뭐 먹은 것도 없네요. 그냥 배달 음식 시켜 먹거나 나가서 대충 먹었네요. 뭐 저번처럼 음식 만들어 주려고요?
’ 미쳤나 봐! 이상한 소리나 또 보내고.’
원하신다면 만들어 주는 건 어렵지 않죠. 근데 이번엔 밖에서 먹어요. 내가 갈게요.
그래요. 이제 일 마무리하는 중인데 30분 정도 뒤면 퇴근할 수 있어요.
빨리 갈게요.
정신을 차려보니 데이트 약속을 잡아버렸다. 스스로 기가 차서 괜히 쓴웃음을 지어본다.
’그래도 화장할 시간은 벌었네? 어떻게 보면 아주 계획적이란 말이야 송정희.’
도착했어요. 정문에 있을게요. 천천히 나와요.
내려갈게요.
내려가기 전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한번 살펴본다. 그래도 오늘 복장이 그렇게 나쁜 느낌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눈 밑에 다크서클도 보이고 전체적으로 피곤함에 찌든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괜히 보자고 했나 싶기도 하다.
’뭐 어때. 지가 보자고 한 거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를 지나 걸어간다. 정문 쪽 화단 있는 곳에 남자가 한 명 서 있다. 멀리서 봐도 인호 씨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옷차림에 꽤나 신경을 쓴듯하다.
”하이요 인호 씨!”
”오랜만이에요 정희 씨. 오늘도 이쁘네요?”
”뭐래요. 일하다 나온 거 안 보여요? 되도 않는 소리는.”
”진짜로요. 자 여기 선물이요.”
”네? 헐.. 이게 웬 꽃이에요? 나 주려고 사 왔어요?”
”네. 요기 앞에 꽃집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냥 빈손으로 보면 어색할까 봐. 무슨 꽃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사 왔어요.”
”와.. 꽃 선물 받아본 게 언제였지? 고마워요.”
나도 모르게 괜히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어? 정희 씨.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울어요.”
”어라? 뭐야. 아니에요. 무슨 일이래. 잠깐만요.”
갑자기 흐른 눈물 때문에 당황스럽다. 가지고 있던 휴지를 꺼내 뒤돌아서 눈물을 닦았다.
”아. 뭐야. 너무 오랜만에 꽃 선물 받아서 감동했나 봐요. 이런 거 주는 사람 없을 줄 알았는데.”
”놀랬잖아요. 꽃이야 제가 언제든 사줄 수 있는데.”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마음을 표현하자 인호 씨 얼굴이 빨개진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40대 남자도 귀여워 보이는구나.
”오늘 왜 이렇게 멋있게 입었어요? 나 만나려고 옷도 준비한 거예요?”
”그냥요. 장사하느라 맨날 대충 입었었는데 정희 씨 만날 생각 하니까 대충 입기 싫더라고요.”
”잘 어울려요. 맨날 그렇게 입고 다니면 좋겠다.”
”맨날은 좀 힘든데. 하하.”
”꾸미니까 달라 보이네요. 암튼! 꽃도 고맙고 먼저 연락해 준 것도 고마워요. 보통 일주일 정도 연락 안 하면 끝났구나 생각할 텐데.”
”만나줘서 고마워요. 우리 일단 밥 먹으러 갈까요? 계속 여기서만 있긴 좀.”
”아! 네네.”
”내가 알아본 음식점 몇 개 있는데 봐바요.”
”같이 봐요.”
인호 씨가 보여주는 폰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폰을 바라보며 설명하는 인호 씨의 모습이 갑자기 잘생겨 보여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