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지근했던 젊음의 기억 하나

5

by 고성프리맨

연프(연애 프로그램)를 꽤 보는 편이다.

아마도 대리만족...?

여하튼 내가 해볼 수 없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콘텐츠이기에 논란의 여부를 떠나 자주 보는 게 아닐는지.




솔지.jpeg 커플천국솔로지옥


이미지를 퍼오면서 순간 흠칫했다.


'예측불가 고... 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아무래도 난독이 오려나.


이쁘고 잘생겼다. 몸매도 좋다. 찬란한 젊음을 뽐내러 나온 출연자들을 보다가 거울을 보는 순간 하마터면 깨버릴 뻔했다.


'요즘은 어쩜 이렇게 다들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는 건지. 귀찮지도 않나?'


물론 라떼도 몸 좋은 친구들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만큼 운동이 생활 전반으로 침투해 있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그냥 본인이 안 한 걸 가지고.


맞다. 주변에서 운동가자고 해도 무시했었다.


"운동? 그거 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고 더 누울 거야."


그 결과 비루한 몸과 건강을 가지게 되었다는 슬픈 사실을 전하노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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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지옥4 줄여서 솔지4,


"어이 김솔지1 출석했냐?"

"네!"

"김솔지2는?"

"넵!"

"솔지 넘버 쓰리는 어디인교?"

"여깄습니더!"

"마지막으로 솔지4..."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이때만큼은 진심을 담아 존댓말로 쓸 수밖에 없겠다.


동나이대 나는 저런 탑에 위치해 본 적이 없다. 일단 외모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전반적인 위치로도 그랬다.

소위 흔남이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킹카나 퀸카의 삶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다.


-언제 적 말을 쓰고 사는 건지 쯔쯔쯧.


요즘은 뭐라 부르더라? 모르겠다.

여하튼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고 연프를 보면서

'무엇이 부러웠는가, 무엇이 나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Q) 누가 봐도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보고 싶었나요?
A) 이미 제 옆엔 매력녀가 있습니다만?
Q) 여러 이성과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해보고 싶었습니까?
A) 전혀요. 제겐 한 명 밖에 없습니다. 처음 그날처럼.


"죽을래?"

"결혼 서약에서 선언했던 것처럼 내겐 오직-"


우리 사이의 TMI를 전부 말했다가는 이 정도까지 읽던 사람조차 떠나게 되겠지?


일단 연프의 매력은 젊음에 대한 동경에 있다고 본다.


"나는 저 나이 때 회사-집만 주야장천 왔다 갔다 했는데... 놀고들 있네."


그냥 그들의 젊음 발산이 부럽다. 딱히 큰 이유 따윈 갖다 붙일 필요도 없다. 그냥 뭘 해도 빛이 나는 걸.




문득 첫 직장에 다녔던 때가 떠오른다.

내가 나를 볼 수는 없었지만 남들 얘기에 따르면 나름 뽀송뽀송했던 시절이었다.


"아유... 이 어린양을 어찌할꼬."

"애기티가 가시질 않았네!"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약간의 비약을 아니 많이 섞었습니다.

.

.

.


회사 2층에 감자탕 집이 있었다. 사장님 누나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자연스럽게 늘 점심은 감자탕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감자탕 복지를 누릴 수 있었는데 그곳에는 가게 사장님의 여식 2명이 어머니를 도와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보다는 나이가 많았으니 두 명 다 누나였었다.


평소 여자보기를 돌같이 하던 (여자 앞에서 눈도 잘 못 마주쳤었더랬다) 올곧았던 20대 초반의 난 당연하게도 그녀들과 접점이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누나들이 화장을 너무 강하게 해서 눈을 마주쳤다간 옥상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큰 누나와 접점이 생겨버렸다. 진짜로 어쩌다 접점이 생겼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면 강제로 지워버리기라도 했나?)


바쁜 식당일이 끝나고 한가할 때쯤부터 누나가 전화 또는 문자를 하기 시작했다.


[아해야? 뭐 하고 있니?]


말투는 내 맘대로 지어냈으니 크게 의미를 두지 말 것.


[누나 심심한데 보러 올 테냐?]

[누나는 지금 설거지 끝내고 심심해 죽겠다.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으러 갈래?]


'지금 일이 쌓여서 바빠 죽겠구만 누굴 놀리는 건가?'


가볍게 씹었다. 진짜로 응답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일이 벌어졌다.


[잠깐만 엘리베이터 타고 2층으로 와줄래? 삼촌한테는 컴퓨터 수리해야 된다고 말해놨으니까 빨리 와서 고쳐줘.]


'이래서가족같은기업을다니면안된다니까. (띄어쓰기는 알아서 읽고 싶은 대로 하셔도 된다)'


투덜거리며 엘베를 탔다. 어찌 됐건 일은 해야 하니까.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나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와락 안는 게 아닌가.


"어???"

"이대로 조금만..."

"......"


-아니 이거 진짜 뭐 하는 거냐고? 기만하는 거야? 아저씨의 로망, 아니 노망 난 모습 따윌 지켜보라는 거야?


절대로 기만도 아니고, 노망도 아니니 제발 노여움은 잠시 넣어두셔라.


락스.png 기만의 대가는 락스 원샷


나도 내가 이런 상황에 빠질 줄은 몰랐다.

혹시라도 좋지 않았냐고?

맹세코 좋지 않았다.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외간여자의 포옹이라니.

그래도 난 매너남이었으니까 그녀의 말대로 잠시 떨어질 동안 기다려 줄 요량 정도는 있었다.


"미안하구나. 내가 나도 모르게 흑심을 채워버렸어. 이런 내가 실망스럽겠지?"

"네."

"혹시 떨리진 않았어?"

"네. 전혀요. 고장 난 PC는 어디에 있나요?"

"녀석. 볼은 빨갛게 달아올라선."

"......"

"거짓말이었어. 삼촌한테 알리바이는 충분히 만들어 놨으니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올래?"

"그럼 저... 올라가 볼게요."


그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 일단 너무나 당황스러웠던 관계로 화장실에 들러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부터 살폈다. 그녀의 말대로 귀와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후 그녀와 다시는 일대일로 만나지 않았다.




"좋았니?"

"전혀."

"그런데 아직도 그때 일을 떠올린다고?"

"그냥 떠올랐을 뿐입니다. 그대가 생각하는 선 넘는 행동 따윈 없었습니다만."

"내가 이 얘기를 벌써 몇 번째 듣는지는 알아?"


-그래서 연프 좋아하는 거랑 위에 쓴 에피소드랑 뭔 상관이 있다는 건지부터 설명을 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괜한 얘기를 아침부터 꺼내는 바람에 수습도 쉽지 않다.


"그냥... 저도 어린 시절에 이성의 호감작을 한번 받아봤다를 내세우고 싶었네요 ㅎ..."


지금 생각하면 당시 누나의 눈이 삐었던 게 분명하다. 아마도 감자탕집에 갇혀서 하루종일 일만 하다 보니 어린 나이의 내가 달리 보였으리라. 하지만 어쩐다. 당시의 나도 그렇고 지금의 나도 여전히 대쪽 같은 순애보를 영창 하는 내 모습은 그대로인걸.


'누나... 지금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겠죠 어딘가에선?'


사실상 연프를 빙자해 살짝 기만을 시전해 보았음을 인정하며 황급히 글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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