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시간 19
"팔릴 수 있는 활동을 해야지."
직간접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인 거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봤자 결국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이자 원동력이 되는 '돈'의 존재를 무시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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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초기엔 어떻게든 내가 하는 활동을 전부 수익성과 연결 지어 보려 했던 시기다.
결과는 쉽지 않았다. 노력이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고 방향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노력의 절대적인 양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회사 생활과 달리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었기에 어떻게 하는 노력이 제대로 된 노력인지를 모르겠더라. 당연하게도 회사 밖은 자유도가 높은 대신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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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후 많지는 않아도 뜻이 통하는 몇을 만났다.
생각의 결이 비슷했기에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행동에 주저함이 생기지 않았던 까닭이다.
'너무 잘됐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욕망의 방향이 다름을 알게 됐다.
결국 대화의 시간이 줄어들었고 우리는 각자의 삶에 충실해지기로 했다.
딱히 말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이 아닌 분위기 만으로도 뜻이 전해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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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글쓰기에 몰두하지 않으려 했는데(딱히 몰두하지도 않지만) 어쩌다 보니 글쓰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게 돼버렸다.
가장 수익화와 거리가 멀지도 모를 '글쓰기'에 하필이면 빠져버리다니.
잠깐만, 이 정도를 가지고 빠져버렸다고 표현해도 되기는 할까?
내려지지 않는 답을 내보려는 시도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
결국 깨닫게 되기 전까진 써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섰다.
게다가 글쓰기 외에 딱히 할만한 취미생활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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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인지 후퇴인지 모를 상황에 빠져 있는 동안, 남들은 저만치 멀리 가버린 기분이 들었다.
한때는 같은 보폭으로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길에서 나만 이탈하다니.
'언젠가는 떠날 길이었잖아. 단지 시기가 빨라진 것뿐이라고.'
애써 위로해 봤지만 씁쓸함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비겁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느새 내가 하는 모든 활동에서 '수익성'이 배제되고 있었다. (모든 대신 대다수로 변경하는 게 낫겠다)
이쯤 되니 풀리지 않는 고민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 VS 남이 좋아하는 것
그런데 생각 외로 이 비교 질문에는 답을 빨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전자지."
-이유는요?
'남이 좋아하는 게 뭔지를 모르니까...'
누군가는 그러더군.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남이 좋아할 만한 걸 찾아보세요."
내 안에 그런 콘텐츠가 존재할까?
사람은 많고 취향은 다양하다고 했던가.
'어딘가에선 나의 결을 좋아해 주는 이도 있지 않겠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산정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마음에서 글을 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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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증명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문제에 있어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고민 중일 거라 생각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서 명쾌히 풀릴 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뚜렷한 방법론이나 해법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하다.
'대 AI시대로 진입 중이니 어쩌면 AI가 답을 알려줄 수 있으려나?'
일단 AI가 세상을 지배하기 전까진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해내야 할 테니 고민하고 찾는 건 지속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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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생활을 하다 보니 리듬이 많이 바뀐 듯하다.
만약 이 상태에서 과거의 나를 알던 다른 이와 대화를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갑갑해하는 이와 신기해하는 이로 나뉘지는 않을까?
혹은 '그럴 수도 있어'라며 덤덤하게 받아들여주는 이도 있겠고.
기왕이면 덤덤히 받아 주는 쪽의 사람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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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수의 사람이 무명으로 살다가 떠났을 거라 생각하니 심심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내가 바라는 건 유명해지는 거였나?'
사실 그렇진 않다. 되도록이면 티 안 내고 조용히, 하지만 경제성은 확보된 삶을 사는 게 목표 아니던가.
하지만 기왕 글을 쓴다 하면 많은 이가 읽어줄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법.
내가 유명해지는 게 아닌 나의 글이 읽히고 퍼질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자 욕심은 있다.
그렇게 되려면 일단 '잘' 쓰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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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데 위층에서 계속 리듬감 있는 쿵- 쿵- 거림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거슬려."
아파트를 주거형태로 삼은 이상 피할 수 없는 층간소음이 하필이면 글을 쓸 때 발생될 게 뭐람.
그래도 낮시간에 하는 활동이니 이해는 해야겠지.
모르긴 몰라도 우리 집에서도 분명 어떤 형태로의 소음은 생산될 테니까.
'소음?'
문득 나는 나의 글이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하였는데, 원치 않게 퍼진 나의 글이 '소음'처럼 느껴지는 이가 있다면 어떡하지?
보기 싫은데 알고리듬이든 추상적인 이유에서든 계속해서 뜬다면?
그런 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린다.
하지만.
"알고리듬 탓이지 제 탓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한 번만 봐주십쇼."
위에서 들리는 규칙적인 소음은 어느새 음악처럼 느껴지더니 더 이상 거슬리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나의 글과 소음을 비교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울치료가 된 게 아니려나.
그래도 기왕이면 소음보다는 소름 돋을 글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