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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Nov 17. 2023

40대의 삶도 재미있을까?

한 걸음

40대가 되면 재미없을 줄 알았다. 사실 29살에서 30이 되려고 하던 해에도 30대는 재미없을 줄 알았다.


스물아홉. 아홉 수가 주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철부지로 지내기만 해서는 안 되는 나이가 되는 건가 싶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할 거 같았다. 그렇게 선택했던 해외 생활. 무작정 떠났던 용감했던 스물아홉의 난. 마음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아쉬움만 잔뜩 느껴 제대로 해외 생활을 즐기지도 못 했던 거 같다. 학교를 들어가니 10살 이상 차이 나는 친구들이 잔뜩 있었다. 물론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라 마냥 부러워 보였다.


’10대의 나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소 의미 없는 상상도 해보며 질투도 해보고 열등감도 느꼈던 거 같다. 한편으로는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20대를 일만 하며 별다른 추억 없이 지나 보냈는데 30대의 시작은 새로운 환경과 기분으로 시작하니까. 하지만 현실은 즐기는 시간만큼 빠르게 돈이 사라지고 있었다. 돈은 모으기는 어렵지만 쓰는 건 순식간이었다. 당시 난 금융지식도 제로에 가까워 시티은행에서 만든 카드를 가지고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며 캐나다 은행에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 썼다. 아까운 수수료..


30대의 시작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즐기고 해외 생활을 즐기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소비할 때만 느껴졌다. 혼자 있는 밤이나 시간을 가지게 될 때면 끝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미래를 살아낼 자신감이 생겨나지 않았다. 우울한 생각도 참 많이 했던 거 같다. 얼마 되진 않지만 남은 돈을 다 쓰고 나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짧았던 생을 정리하는 건 어떨까 하는 망상도 해본 거 같다.


나름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30대가 시작되었다. 돈을 벌고 자기 계발을 하며 어쩌다 보니 결혼도 했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얻게 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껴나갔다. 재미없을 거라고 여겼던 30대는 이렇게 다가왔고 흘러갔다. 30대의 마지막. 서른아홉이 되었을 때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어떻게 해야 40대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머리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진심으로 바라는 게 하나 있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


정말 철없는 유부남의 생각이다. 큰 계획도 없었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살 수 있다면 그걸로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다보니 어느샌가 그런 삶을 살게 되었다. 바라던 형태의 40대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불안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그런 불안조차 잠식당하기보다는 헤쳐 나가야 할 퀘스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 내게 찾아온 40대도 20대, 그리고 30대가 지나간 것처럼 흘러가버릴 것이다. 그때 40대를 정말 바라던 대로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40대의 일상이야기를 가끔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일상이야기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쓰고 있었는데 지금의 나이대에서 느끼고 행동하고 경험하는 것만 따로 모아서 글을 남기면 좋겠다 싶어 졌어요. 사실 나이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개인적인 사심을 담아 써보려 하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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