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저작권에 관하여
나는 SNS 채널을 운영 중이다.
누군가는 "SNS는 시간 낭비다."라고 했던가.
'여하튼 시간이 많은 나로선 조금은 낭비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여기저기서 찍은 조잡한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상상했던 것과 달리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타인이 만들어 낸 시답잖게 여겨지던 콘텐츠(개인 기준이다)를 비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웬걸 내가 만든 '무언가'는 훨씬 끔찍하고 볼품없었다. 그래도 기왕 시작했으니 일단 올려는 보기로 했다.
[Upload Complete]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창작해 낸다는 거 꽤나 어려운 일이었구나.'
역시나 내가 올린 볼품없는 '그것'은 큰 반응도 없었고, 서서히 내 기억 속에서도 잊혔다.
첫 실패를 발판 삼아 좀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다른 콘텐츠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도 갖다 쓰고, 때로는 영상도 활용하는 걸 눈여겨봤다가 나 또한 가져다 쓰기도 했다. '출처'는 고민요소가 아니었다. 단지, 돌아다니는 재료를 활용해 '내 것'을 좀 더 반짝거리고 눈에 띄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점점 타인의 콘텐츠를 '벤치마킹'이라는 자기 합리화에 맞춰 카피했다.
웃긴 점은 내가 몇 시간 공들여서 만들어낸 '내 것'과는 달리 쉽고 편하게 가져오고 흉내 낸 '무언가'가 더 반응이 좋았다는 점이다.
'이대로 쭉 하다 보면 더 좋은 성과가 생길 거야!'
이제는 가져다 쓰는 것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양적 성장'에만 몰두해 있었다. 한 명이라도 더 내 SNS 채널에 유입돼서 '좋아요'를 한 개라도 혹은 '저장하기'를 하나라도 해줄 수만 있다면 난 어떤 것도 따라 하고 가져다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안 따라 하는 게 바보 아니야?'
급기야 우직하게 창작하는 창작자를 보며 혀를 차기도 했다. 내 눈에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못 받아들인⎯마치 자동차가 주류로 올라서기 시작할 당시의 마차꾼 같은⎯퇴보자였다.
운영하는 채널에서 점점 성과가 나올수록 나는 기고만장해졌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유명한 SNS 채널도 인플루언서가 된 것도 아니었음에도,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하게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를 기만하기 시작했다.
'한심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나는 내가 디지털 시대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현자'라도 된 줄 알았다.
남의 것을 흉내 내고 가져다 쓰는 현자라니.
어느 날인가 눈을 뜨자마자 평소처럼 휴대전화기부터 집어 들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이상한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다.
'저작권... 위반으로 인하여 콘텐츠 게시를 중단합니다?'
푸시 메시지 내용으로는 자세히 알 수 없어서 서비스로 이동해 자세히 읽어봤다. 내가 가져다 쓴 이미지와 음원이 문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는 그간 만들어서 올렸던 대다수의 콘텐츠가 정책에 위배됐다는 점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느낌이 들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죄라도 지었다가 붙잡힌 죄수처럼 느껴졌다.
'내가 한 행동이 저작권 위반이었다고?'
솔직히 억울했다. 나 빼고 다른 사람들도 다하는 거였는데, 왜 나만 붙잡힌 거지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 내가 흉내 냈던 이들의 콘텐츠도 살펴봤다. 하지만 위반 대상이 된 건 내 것뿐이었다.
'남들도 다하는 건데 재수 없게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내가 했던 과거는 생각지 않고 남의 티끌에만 집착했다.
'도대체, 어째서 나만 문제가 되는 것인가? 이유라도 알아야겠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저작권 위반 사례에 대해 찾아봤다.
[인터넷 자료의 불법 공유, 음악/영화/영상 불법 업로드, 저작권 침해 2차 창작물 배포, 디자인 도용]등 생각보다 많은 내용들이 존재했다. 이 중 몇 가지 사례는 굳이 상세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내게 저질렀던 행동과 깊게 연관되었음을 깨닫게 하는데 충분했다. 비로소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억울한 건 내가 아니었구나.'
그간 내가 해왔던 창작이라 여겼던 행동을 되짚어 생각해 보니 창작보다는 '훔침'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변명할 말은 있었다.
'예, 인정합니다. 제가 저작권 위반... 했네요. 하지만 다른 이들도 편히 하는데 왜 하필 접니까? 왜 저만 걸려서 활동에 제약을 받아야 하나요?'
그러나 변명을 하면 할수록 궁색해지는 건 나일 뿐이었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것 또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궁극적으로 과연 내가 하는 행위를 '창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나는 단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몰래 수저를 올려놓고선 몰래 훔쳐먹는 행동을 한 인간일 뿐이었다.
문제가 생겼던 SNS 채널은 이후 삭제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내 것 인척 했던 남의 창작물'에 대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도적 따위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저 무료한 일상을 조금 덜 지루하게 보내고자 시작했던 취미생활일 뿐이었다.
'어쩌다 나는 타인의 반응에 목말라하며 내 것도 아닌 남의 것을 가져다 썼을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남의 창작물에 눈독 들이는 행동 같은 건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노력과 고통의 산물을 함부로 훔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마음먹자 비로소 내게도 평안이 찾아왔다. 더 이상 '좋아요'와 늘어나는 '팔로워'에 연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남의 것으로 쌓아 올린 공든 탑은 사실 언제 쓰러져도 상관없을 모래성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행운아였다. 오히려 빠르게 저작권 위반 사례에 걸린 탓에, 내 눈에 들어 있던 들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남이 어떻게 만들고 행동하는 건 사실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만족하고 나의 기준에 맞춰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작의 부산물임을 이제는 믿는다.
그 결과가 비록 느리고 험한 성장의 길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