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14

by 고성프리맨

아침에 눈을 떴을 땐 10시가 되어 있었다. 휴일 아침 늦잠은 늘 꿀맛이다.


’으.. 잘 잤다!’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어제 이사벨라와 통화했던 게 떠올랐다.


’아 아침부터 재수 없게.’


어제는 분명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에라도 인호의 가게로 쳐들어가 따질 생각이었는데 아침이 되자 모든 게 귀찮아진다.


’후.. 사실 뭐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밥이나 먹자.’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터덜터덜 부엌으로 걸어간다. 평소 집에서 요리를 해 먹지 않다 보니 딱히 먹을 만한 게 보이진 않는다. 냉장고 문을 열어 보니 며칠 전 사뒀던 남아 있는 식빵이 보인다.


’밥이 먹고 싶은데.. 점심때 먹자. 아침은 토스트로 결정!’


얼마 전 구매한 커피 머신 앞으로 가 캡슐을 넣고 내린다. 나름 합리적인 구매라고 생각하고 샀지만 생각보다 집에서 마실 일이 안 생긴다. 게다가 캡슐 커피 내리는 게 귀찮게 느껴졌다.


’원두로 내릴 수 있는 머신 샀어야 하는데 괜히 돈 아낀다고.’


식빵 두 쪽에 커피 한잔. 나름 차려놓고 나니 나쁘지 않아 보인다. 바삭하게 익은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문다.


”바사삭.”


크리스피 한 식감을 좋아하던 취향에 맞춰 온도를 좀 더 유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침을 다 먹고 나니 포만감이 든다. 그러자 문득 다시 인호가 생각났다. 어제 들었던 얘기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아! 짜증 나!”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 기분 나쁜 생각으로 하루를 망칠 것만 같아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 온 정희는 딱히 약속이 없었지만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자 화장을 급하게 마무리한다. 검은색 계열의 점퍼를 입고 바지도 검정 톤의 와이드 팬츠를 입는다. 오랜만에 구두대신 신는 운동화의 감촉이 편하게 느껴진다.


’마스크가 어딨 더라.’


최근에 잘 쓰지 않던 마스크도 하나 챙긴다. 문을 닫고 나갔다 황급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다시 문을 연다.


’맨날 가방을 빼먹어!’


방안에 놓고 온 백팩을 챙겨서 다시 문 밖으로 나온다. 그래도 일단 밖으로 나오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아 너무 좋다. 날마다 이렇게 살면 좋겠어.’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휴대폰을 들고 살펴보려 하는데 회사 메신저 아이콘이 보인다.


’휴..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휴일이야.’


메시지를 열어본다.


정희 팀장. 다음 주 급하게 클라이언트 미팅이 잡혔는데 자료가 필요해. 미안하지만 출근해 줄 수 있겠어?


’짜증 나네.. 휴. 일단 마음을 좀 진정시켜 보자.’


다음 주 언제 미팅인가요?
화요일.
하아. 그렇게 빨리요?
미안하게 됐어. 근데 규모가 꽤나 큰 사안이라서 안 할 수가 없어. 팀원들 한테도 연락해서 나오라고 해.
알겠어요. 저 점심 먹고 가도 되죠?
너무 늦지 않게 와주면 고맙겠는데. 알겠어. 뭐 팀원들도 와야 하고 하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이따 봐.
네에.


’그래도 씻고 나오길 잘했네. 아주 잘했어.’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치솟아 올랐지만 자주 겪는 일이라 금세 또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러다 문득 인호의 가게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급하게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10분 만에 왔다. 택시에 올라타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거기 가서 뭐 하려고.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하는 거니? 넌 아직도 참 답답하다.’


지독하게도 변하지 않는 성향이다. 이젠 그냥 이 모양으로 살아가야 하나 보다.


’모양? 내가 대체 어떤 모양이지?’


요즘 따라 생각이 참 많아진다.


’철학과를 갔어야 했나. 아주 웃기지도 않아.’


이런저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인호가 운영하는 가게 근처에 도착했다.


”손님 어디서 세워드릴까요?”


너무 가까이 가는 건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쪽 횡단보도 옆에 세워주실래요?”

”네.”


막상 동네에 도착하자 이상하게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손님.”

”감사합니다.”


차에서 내려 인호의 가게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