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15

마침표

by 고성프리맨

‘어쩌자고 온 거야. 정말.’


막상 가게 앞에 도착하자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어떤 궁금함이 생겨서였는지 인호가 있는 가게를 힐끔 쳐다보긴 한다. 가게 앞에는 어두운 회색 계열의 SUV가 한대 서 있었다. 잠시 살펴보다 돌아서려 하는데. SUV에서 긴 머리의 여자 한 명 그리고 아직 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 한 명이 내린다. 가게 문이 딸랑하고 열리면서 인호가 환하게 웃으며 가게 밖으로 나온다. 그대로 여자한테 다가가 포옹을 한번 하고 다음엔 아이한테 가서 얼굴을 부비적 거린다. 멍하니 쳐다보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 인호와 눈이 마주쳤다.


’젠장..’


인호도 놀랬는지 주춤하는 게 보인다.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얼어붙은 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을 틀어막고 황급히 뒤돌아 서 그대로 반대 길로 뛰어간다. 한참을 뛰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전봇대를 붙잡고 구역질을 한다. 아침에 먹은 것들이 일부 바깥으로 토해져 나왔다.


’역겨워. 유부남이 왜 저러고 살아.’


순간 돌아서서 인호의 가족처럼 보이던 여자에게 사실대로 말해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후.. 차라리 운이 좋은 거야. 사귀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잘된 거야.’


아빠의 실체를 알게 되면 얼마나 상심할까 싶은 아이의 마음 때문에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때 핸드폰에 진동이 느껴진다. 화면에 ‘인호 씨’로 저장된 알림이 보인다.


’너 같은 놈 변명 따윈 듣지 않을 거야.’


전화를 끊고 수신차단을 한다. 바라던 건 그냥 평범한 남자 한 명 만나 데이트 하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한 것이 아니다. 언제든 편히 만나고 감정을 공유하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난 아직 젊어. 그깟 남자.. 남자 없이도 잘만 지내왔잖아.’


다시 핸드폰 진동이 느껴진다.


’뭐야. 남이사 휴.. 아주 흥 깨는데 일가견이 있어.’


”네 이사님.”

”정희 팀장. 어디야? 왜 안 와!”

”밥 먹고 간다고 했잖아요.”

”팀원들한텐 연락했어?”

”이제 하려고요. 그 사람들도 주말출근 갑자기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난 안 힘든 줄 알아? 이 사람들이 정말. 빨리 연락하고 출근해요.”

”네 알겠습니다.”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은 없었지만 갑자기 피우고 싶어졌다. 오늘따라 날씨가 참 화창하다. 팀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겨 놓는다.


미안하지만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주말 출근을 해야 합니다. 다 나오라고는 차마 못하겠지만 최소 3명은 나와줘야 할 거 같네요. 팀장으로서 미안하지만 위에서의 지시사항이라 막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 날 쉴 수 있도록 힘써볼 테니 오늘 좀 부탁드립니다.


”간다 가! 날 기다리는 건 일 밖에 없구나 하하.”


핸드폰으로 택시를 잡고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듣는다. 낯익은 가사에 노래제목이 생각이 안 나 화면을 쳐다본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 [외로운 사람들 - 강허달림]


"노래 참.."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 문을 닫고 출발한다. 떠나는 택시 안에서 창 밖으로 인호의 가게가 보였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