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오는 죽음의 그림자
[창훈의 침대]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다. 그런데 몸이 좀 이상하다.
’뭐지? 가위에 눌린 건가?’
기분 나쁜 느낌도 들지만 무엇보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게 떠올랐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시곗바늘 움직이는 소리가 상당히 거슬릴 정도로 크게 들린다. 아무래도 청각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건 또 무슨 냄새지.’
코를 찌르는 듯한 비릿한 냄새. 오래된 생선이 부패 되어 가는 냄새 같은 게 코를 파고든다. 냄새의 근원은 모르겠지만 뇌까지 냄새가 파고들어서 냄새로 가득 차는 기분이다.
’스스슥.’
뭔가 옷깃 같은 게 바닥에 끌리는 듯한 치찰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듣기 싫은 고주파음으로 변하더니 음성처럼 들렸다.
”치 - 익. 영. 혼. 을 내놓아라.”
”김.. 시헌?”
”내 이름을 아는가? 그년이 정체를 알렸구나. 나를 불행에 빠뜨린 것들은 용서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입으로 악귀의 이름을 불렀다. 김시헌은 정체를 안다고 생각하자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기 시작하더니 기분 나쁜 촉감이 느껴지는 무언가로 내 몸을 샅샅이 훑기 시작한다.
’큰일이야. 이대로면 죽을지도 모르겠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보려고 시도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온 신경을 일단 손 끝에 집중시켰다. 근처에 있는 휴대폰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와중에 김시헌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린다.
’됐다!’
손끝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빠른 동작은 아니었지만 조심스럽게 폰을 집어서 승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쾌한 통화연결음이 들리자 김시헌이 내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목이 졸린다는 느낌보다 차가우면서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며 조금씩 의식을 잃어간다. 손에서 놓친 휴대폰은 어디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창훈아! 무슨 일이야?”
’승호야 살려줘..’
승호의 목소리는 점점 조그마해지고 의식이 흐려져간다.
아빠의 차에 다가서서 키를 눌렀다.
”삐빅” 잠금장치가 풀렸다.
”저기. 승호님.”
”헉! 누구세요.”
갑작스러운 부름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홍심이 서 있었다.
”홍심 님? 아까 가신 거 아니에요?”
”지금 창훈이에게 가려는 건가요?”
”알고 계셨나요?”
”다 알진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김시헌은 한 번 목표로 삼은 인간은 빠르게 죽이거나 영혼을 뺏었어요. 여유를 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답니다. 같이 가요.”
”네.”
안 그래도 홍심을 그렇게 보내고 안타까워하던 참이라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김시헌은 왜 사람을 죽이나요?”
”저도 김시헌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정확히 알진 못해요. 다만 지금까지 알아본 바 살아생전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사악한 힘을 숭배하며 사용할 수 있는 이단 교주였어요. 특히 가난하고 못 배운 자에게 곡식을 주거나 교육을 시켜준다며 접근해 신도를 모았어요. 그렇게 모은 신도는 이런저런 쓰임새에 따라 김시헌의 노리개가 되거나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렸어요. 제물로 바친 목숨이 많아지면서 김시헌의 능력도 점점 커졌는데 이를 본 신도들은 그를 더욱 신처럼 여기게 되었겠죠. 앉은 자를 일으키거나 장님의 눈을 뜨게 하고 피를 토하는 병을 낫게 하는 그의 행적은 점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의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이단 종교의 교주..”
”하지만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 중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김시헌의 능력을 피해 숨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나마 김시헌이 믿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요. 적극적으로 김시헌을 돕던 그 사람은 갈수록 심해지는 악행 때문에 괴로웠고 언젠가 본인도 죽임을 당할 거라고 여겼던 거 같아요.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지만 어떤 술수를 사용해 김시헌의 능력을 봉인시킨 상태에서 김시헌의 목을 잘라버렸어요. 하지만 목이 잘린 김시헌은 바로 죽지 않고 온갖 저주와 분노를 퍼부으며 자신이 돌아올 것임을 암시했어요. 아마도 우리 가족은 그런 김시헌의 죽음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쩌면 승호님의 가족 중 누군가가 해당될 수도 있고요.”
”저희 가족 중에 김시헌과 관련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요?”
”제가 알기론 그래요. 김시헌은 본인의 과거 생과 연관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거 같아요. 특히 본인을 죽게 만든 이의 후손이라면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 할 거예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만약 본인도 그런 상황에 엮여 있다면 김시헌은 어떻게든 찾아내 죽이려 하겠지.
”홍심 님. 김시헌을 없앨 방법은 있습니까?”
”저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제게도 스승님이 계셨습니다. 결국 스승님도 김시헌에게 죽임을 당하셨죠. 하지만 당시 김시헌에게 큰 피해를 입혔고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걸로 봐선 죽음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해본다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힐 수는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입히는 것만으로는 완벽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제가 승호님을 찾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에요. 지금 모든 걸 다 얘기할 순 없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줬으면 해요. 승호님에겐 잠재력이 있어요. 지금 당장 힘을 발현시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분명 그런 날이 올 거라 전 믿어요. 그 시기가 어떻게 올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모습 속에서 전 분명히 보았답니다.”
”절 대단하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모르겠어요. 일단 창훈이부터 어떻게든 악귀로부터 구해야 해요. 홍심 님의 힘이 반드시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