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34

백철환

by 고성프리맨

집에 돌아간 홍심은 문득 강병주가 예전에 만남을 주선해 줬던 백철환이 떠올랐다.


백철환. 그리스도의 길이라는 이단 종교의 교주. 한때는 기독교의 장로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신앙에 있어서 독실했던 사람이다. 어느 날 불치병에 걸리며 그의 신앙은 흔들렸고 세상에 대한 저주를 퍼부어 대기도 했다. 오랜 방황 끝에 홀로 성경 한 권을 들고 산속에 들어가 생활했다. 그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낮 시간에는 성경을 읽고 배가 고프면 생식을 했다. 쌀이 떨어질 때만 마을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때 강병주와 연이 닿았었다. 당시 홍심은 법주 스님의 죽음 후 언니인 정이와의 연을 끊고 혼자 지내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강병주가 홍심이 머물 수 있도록 집을 하나 제공해 주었다. 언니인 정이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홍심이 행방불명 된 것으로 전했다.


외롭고 고독했던 시간. 홍심은 스승이자 아버지 같았던 법주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퇴마에 관한 서적 그리고 주술 공부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 홍심은 체질적으로 영혼이나 신들과 통하기 좋은 편이었다. 그런 수련 기간 사이 소개받은 백철환은 홍심을 유심히 살펴봤다. 남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던 홍심에 끌렸던 터다. 그렇게 연이 된 백철환은 간혹 마을에 들렀고 그때마다 만나서 안부를 나눴던 사이다.


백철환의 산중 생활은 3년 간 지속되었다. 3년 동안 그는 성경을 1000번 가까이 읽었고 어떤 계시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병은 나았고 귀신을 쫓고 병마를 물리치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소식은 암암리에 환자와 귀신 들린 자 그리고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알려졌으며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그는 ‘그리스도의 길’을 창시했다.


’백철환. 그를 만나야겠다. 나와 다른 성질의 힘을 가진 승호님의 능력을 발현시키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해.’




병원에 도착한 승호는 응급실 병상에 누운 창훈의 옆에 앉았다. 창훈의 상태는 심각했다. 눈 주변 일부는 화상을 입었고 안구는 뭔가에 찔린 상태여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좋지 않은 표정으로 창훈의 상처 부위를 살핀 의사가 따로 손짓을 한다.


”환자 보호자 되시나요?”

”네. 친구긴 한데 아버님이 오시기 전까진 제가 보호자 맞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보겠지만 육안으로 봐도 심할 정도로 다친 상태라 시력 회복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서 미리 얘기드려요.”


상처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 창훈이 눈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정밀 검사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를 해보긴 해야겠죠.”

”알겠습니다.”


창훈이는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차라리 잠에 들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난 어찌해야 하는 걸까? 이대로라면 창훈이를 떠나 내 몸조차 지킬 방법이 없는데. 그나마 홍심 님이 주셨던 목걸이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떠오르지 않아 갑갑하기만 하다.




밤이 되고 혜리는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 다시 또 악몽의 시작인가?’


기둥 같은 것에 묶여 있는지 몸이 밑으로 쏠리는 느낌이다. 눈은 가려져 있어 정면으로는 불투명한 빛이 보이고 바닥만 보인다. 바닥의 재질을 보니 아무래도 예전 본인이 갇혀 있던 공간이 맞아 보인다.


’바닥에 뭐라고 쓰여 있는 거 같은데..’


빨간 글씨로 무언가가 잔뜩 써져 있는데 읽을 수 없는 암호 같은 문자였다. 글씨의 색은 피의 색을 닮아 있어 혜리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스슥.. 슥.’

’누가 있는 건가?’


바닥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앞이 잘 보인다면 좋을 텐데 바닥 밖에 볼 수 없어서 확인을 할 수가 없다. 얼굴 주위를 조금씩 움직이며 눈을 가린 헝겊을 조금씩 이동시켜 보려고 안간힘을 써본다. 그때 갑자기 헝겊이 벗겨지더니 회백색 낯빛의 해골을 닮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너무 놀란 혜리는 심장이 터질 뻔했지만 겨우 참았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으려 해도 감아지지 않아 자신의 앞에 있는 끔찍한 모습을 그대로 봐야 했다.


”깼구나! 조금만 기다리거라. 내 친히 너를 평안으로 인도하겠다.”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혜리는 두려움과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