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33

소강

by 고성프리맨

한편 병상에 누워 있는 혜리는 조금씩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까지 오른쪽 눈의 시력은 여전히 회복되고 있지 않다. 막이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다 보니 항상 누군가가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이 며칠이나 지났을까?’


최근에 의식을 회복하고 나서부터는 잠을 자도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섬찟했던 악귀의 모습에 몸서리가 쳐진다.




김시헌은 마음이 급했다. 겨우 다시 예전의 상태로 회복이 되어가는 중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홍심은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었다.


’진작에 그년의 몸을 차지했어야 했는데. 재수 없는 중놈 때문에 다 틀어졌어.’


그러다 문득 자신이 만들어 놓은 꿈의 감옥에 가뒀던 혜리가 떠올랐다. 진작에 홍심의 핏줄과 관련된 사람들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내 능력을 최대로 발현시키기에 딱 맞는 몸은 아니지만 급한 대로는 쓸만하겠지.’


그러면서 전에 강설애의 몸으로 한동안 생활했던 때를 떠올렸다. 순수한 마음과 강한 의지로 다져진 영혼의 소유자였던 설애의 몸은 김시헌에게 너무나도 좋은 몸이었다.


’너무 빨리 죽어버렸어. 틈을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쉬운 대로 여자의 몸이 필요했다. 그전에 살펴봐야 할 것이 있었다. 김시헌은 죽기 전 숨겨놨던 문서를 찾아야 했다. 지금의 상태로는 홍심과 그가 데려왔던 남자를 상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분명 직접 부딪쳐 봤을 때 그 남자는 특별한 능력은커녕 체질적으로도 약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모든 문제는 방심에서 비롯된다.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김시헌은 살았을 때 죽임을 당했던 법당으로 향한다. 분명 그곳엔 아직 본인이 숨겨놓은 옛 서적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창 밖에서 시끄러운 응급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다친 창훈의 모습과 홍심의 모습을 번갈아 보던 승호는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호야..”

”창훈아 말하지 않아도 돼. 곧 병원에 갈 수 있어.”

”고맙다. 근데 낯선 여자의 소리가 들렸는데 누군지 알아?”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궁금함은 참기 힘든 감정이었던 거 같다.


”저분이 홍심 님이야. 너한테 이모님이시겠구나.”

”아..”

”나도 정신차린지 얼마 안 돼서 지금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했어. 나중에 홍심 님한테 들어봐야 할 이야기가 많아.”


홍심을 언급하며 쓰러져 있는 곳을 바라봤을 땐 이미 홍심이 사라져 있었다.


”어? 어디로 가셨지?”

”무슨 일이야?”

”아.. 잠깐 사이에 홍심 님이 사라지셨어.”


’언제 가신거지?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떠난 홍심을 생각하던 중 구급대원이 들어왔다. 다친 창훈을 발견한 구급대원은 의식여부를 간단히 확인하고 구급차에 태웠다.


”혹시 어디 다치신 데 없으십니까?”

”어딘가 세게 부딪쳤는지 등이랑 머리가 좀 아픈 거 같아요.”

”일단 환자 분 보호자가 없으니 동행해서 가시고 병원에서 진료 한 번 받아보시는 게 낫겠습니다.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잠시 의식을 잃을 뻔했던 홍심은 집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은 어지러웠지만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김시헌은 더 강했다. 이런 악귀를 예전에 법주 스님 혼자서 상대하셨을 걸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아파졌다.


’스님 덕분에 제가 아직도 살아 있답니다. 저 때문에 돌아가시게 만들어서 너무 죄송해요. 김시헌은 어떻게든 제가 없애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거처로 돌아가 좀 더 준비를 해야겠다고 홍심은 다짐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법주 스님처럼 목숨을 담보로 한 주술을 써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승호님은 능력도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 여기서 나까지 죽으면 결국 모두가 죽겠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그나저나 승호에게 내재된 힘을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 속에 홍심은 다친 몸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