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은 언제나 내 곁에.

310 걸음

by 고성프리맨

다시 또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이번에 산 물건은 바로...


이 녀석이다.


닌텐도 스위치 2.


아아...


거금(백수에겐 꽤 거금이었다)이 들어갔다.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허락보다 용서가 빠를 것임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진은 어디 이쁜 컷하나 건져 보겠다며 놀러 간 김에 찍어봤다.)


도대체 나한테 스위치 2가 필요했던 이유는 뭘까?

혹시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였을까?

딱히 하고 싶은 게임이 있어서는 아니었는데...


진심으로 필요해서 산 게 맞는지를 물어보신다면,

정확히 대답할 수 있다.


"아니요. 그닥 필요 없었습니다."


사기 전 아내와 나눴던 대화를 잠시 떠올려 보자.

.

.

.


"이번에 나온 스위치 2를 하나 질러볼까 하는데..."

"그게 오빠한테 왜 필요한데? 기존 스위치는 어쩌고?"

"음... 그거 오래전에 고장 났어. 애들도 그래서 잘 안 해."

"일단 얼만데?"

"그게... 60만 원 대..."

"뭣? 미쳤어? 백수 주제에 어딜 감히! 내가 하루에 청소해서 얼마 버는 줄은 알아? 좋은 말할 때 사지 마라."

"......"

.

.

.


하지만 질렀죠?


납득은 안 되겠지만 지른 이유 몇 가지에 대해 변명처럼 써보자면.


1. 인정한다. 그냥 시원하게 질렀다.

: 과소비가 하고 싶었다 그냥.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거 하나 사면 왜 그리 기분이 좋아지는지. (스위치 2는 죄가 없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겪었던 '소유에 대한 결핍' 때문은 아니었을까? 뻔한 가정형편을 알고 있다 보니 차마 사달라고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2. 애들 시켜주고 싶었다.

: 정말이다.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은 없다고 봐도 된다. 애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서 슬며시 미소 짓는 나를 상상해 봤달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내 만족을 위해서라고 하는 수밖엔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아빠, 언제 우리가 이거 사달랬어요? 없어도 되는데..."

"반품시키면 안 돼요?"


그랬구나. 너희에겐 딱히 필요가 없던 물건이구나.


"그래도... 별의 커비 새로 나온 DLC는 해보고 싶었는데..."


?


"마리오카트 벽 타기는 어떻게 하는 거래요?"


??


너희 정말로 필요 없던 거는 맞지?


3.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식 소비 패턴이었다.

: 발뺌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지르는 행위 자체에서 도파민을 느끼는 전형적인 악소비였다. 사려고 고민하는 순간 잠시 즐거웠고, 받는 순간 잠깐 즐겁고 끝나는 식. 헛헛한 마음을 소비로 덮어보려던 얄팍한 속셈이었다.

.

.

.


이렇게 써놓으니까 뭔가 자꾸 구차해지는 거 같다.


- 구차한 거 맞아요.


여하튼 이미 질렀고, 세팅했으며, 플레이 중인데 어쩔 것인가.

물리기엔 늦어버렸다.

딱히 물릴 생각도 없고 말이지.

왜냐하면 기약은 없지만 언젠가 스위치 2 전용 타이틀이 쏟아져 나오는 그때가 되면

분명 지금의 선택이 빛을 발할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럼 그때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


- 게다가 배터리 개선판 이라거나 OLED판이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이 소비는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이었다.

40대 남성에게 스트레스가 끼치는 안 좋은 영향에 대한 사회실험이랄까.

뭐, 스트레스받는다고 누구나 소비로 풀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문제가 되는 건 백수면서 돈만 쓰니까 그런 거라고!"


미안해요 여보.

그래도 나의 결핍 해소와 아이들의 웃음을 보고 싶어 하는 욕심까지 폄하하지는 말아 주시오.

내 비록 지금은 이런 처지이나,

사는 동안 그래도 스위치 2 이상의 몫은 해내지 않겠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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