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시간 36
써서 올리는 게 낯설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쓰는 건 하고 있지만 자신 있게 올리지를 못한다에 가깝다.
'어째서?'
생각할 일이 많아진 탓인 게다. 선악과를 먹고 난 뒤의 이브도 생각이 많아졌었겠지. 아무렇게나 쓰고 올리던 일도 생각할 게 많아졌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매사가 이런 식이긴 하다. 조금 친해질 만하면, '연락해도 괜찮을까? 바쁘진 않을까?' 그런 생각의 끝은 결국 '다음에 연락하지 뭐.' 정도로 정리됐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쉽게 연락이나 메시지 한번 하기가 왜 그리도 어렵던지. 상대로서는 이해가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천성이 이렇게 생겨먹은 나 같은 사람의 한계를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탄력이 붙었을 때 날마다 쓰고, 올리고, 눈치가 보여도 어떻게든 올리던 그 기세는 이제 보기 좋게 사라졌다. 점점 간직하겠다는 핑계 속에 감추기 급급해졌고 누군가에게 읽어달라는 얘기 따위는 감히 할 수도 없게 됐다. 그동안 썼던 글이라도 살짝 정리해서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쉽지 않은 게 감정이 복잡미묘해서랄까. 당시에 쓴 글을 지금 올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큰 탓이다. 그때는 그런 감정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자신이 없어진 게다. 감정에 충실하다고 생각했던 글도 뒤늦게 살펴보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글을 올릴 자신이 점점 없어지는 거다.
문득 오랜만에 글을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써서라거나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순전히 나를 위한 행위에 가까웠는데. 왠지 가끔이라도 올리지 않으면 조그맣게 생긴 벽의 높이가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다시 스스로의 벽을 허물어야겠다는 생각. 벽을 허물지 않는다면 고립된 채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을 것 같이 느껴졌다. 이는 창작자로서 최악의 루트이다. 여전히 창작자라고 명명하고 싶은 나로선 어쩔 수없이라도 글을 올리고 싶었다.
'모두가 나와 같을까?'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라도 던지고 그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써서 올리는 게 무의미할지라도 말이다. 쓰고 나서 발행한 뒤,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뭐... 언제는 후회 안 한 적이 있었던가? 단지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용감했을 뿐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되고자 하는 게 없는 이의 글이라도 존재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많은 공감을 얻진 못하겠지만 말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뚜렷한 성과하나 정도는 내고 싶었는데... 여전히 어렵다.
내년에는 쉬울까?
'아닐걸.'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년을 준비해 보자.
오늘 쓰는 글이 바로 내년을 위한 첫걸음의 시작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