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etacognition

자정이 필요한 세대

인지의 시간 35

by 고성프리맨

언제까지고 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새 40대.

요즘 말로 ‘영포티’라 불리는 바로 그 나이다.


한때는 시대정신이니 뭐니 떠들며, “우리가 세상을 바꿀 거야!” 같은 열정도 있었는데…

지금 그런 말 했다간 “꼰대력 만렙이네” 소리 듣기 딱 좋다.

문득 생각했다.


정말 우리 세대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돌아보니, 특징을 한두 가지로 콕 집기는 어렵다. 개인차도 있고, 모두가 똑같이 굴러가는 톱니바퀴는 아니니까. 그래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기류가 하나 있다면, 어딘가 맹목적인 확신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옳아, 저건 틀렸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나 역시 글을 쓰면서 “나는 다르다”를 은근히 강조하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세대에 속해 있지만, 그 시대정신에 무조건 공감하지는 못하니까.


정치 얘기는 접어두자. 대신 경제 쪽을 보자면, 최근 몇 년 사이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집 한 채가 인생을 갈라놓는 현실 속에서, 어느 순간 우리 세대의 대화는 이렇게 흘러간다.


“월급 모아서 언제 집 사? 이번 생은 글렀어.”

“부자가 가진 걸 나눠야 공평하지.”

“많이 가진 사람은 세금 더 내는 게 당연하지 않아?”


듣다 보면 정의로운 말 같지만, 뒤집어 보면 ‘손해 안 보는 쪽에서 말’하는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


그리고 또 하나.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기보다, 자기편을 만들고 나머지는 배제하려는 태도. 어느 세대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세대가 특히 그런 ‘편 가르기’에 능숙하다는 건 좀 씁쓸하다. (일부의 모습일 뿐이다.) 마치 “조금 더 오래 살아본 우리가 진리다!”라고 외치는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면 ‘영포티’라는 단어도, 실제로 젊어 보인다는 뜻보다 아직 철 안 든 40대로 보이는 반발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다.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요즘 공격받기 좋은 일이란 걸 안다. 그런데도 글을 쓰고 싶었던 건, 묘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나는 초년생이던 시절, 기득권이라 불리던 이들이 내게 가하던 압박과 무시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어느새 나 역시 똑같은 잣대를 후배들에게 들이대려 했다는 걸 깨달았다. ‘똑같은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과거가 무색했다.


사실 필요한 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가 아니라 받아들임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내가 혐오했던 인습이 내게도 자연스레 전승된 셈이다. 소름 돋도록 싫었다. 다르게 살고 싶다던 사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서서히 시력을 잃어 장님이 되는 기분. 그게 너무나도 싫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단은 나부터 자정 하자. 옳고 그름의 기준을 과거에 배운 틀에 두지 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해 보자.


감히 세대 전체의 자정을 논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굳어버리는 건 인간의 한계라 쳐도, 최소한 의식할 수 있는 동안은 깨어 있고 싶다.


더 이상 우리 세대는 ‘약자’가 아니다.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으며, 사회의 많은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남 탓을 할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깨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필요한 건, 세대의 자정이다. 부끄러움을 안고서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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