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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중요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요즘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한다.
“온도죠.”
사랑도 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에어컨 리모컨 하나로도
예민해질 수 있다는 걸
결혼하고 나서 깨달았다.
처음엔 몰랐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추위를 타는 사람인지.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자고
겨울엔 온수매트 위에서
거의 겨울잠을 자듯이 이불을 똘똘 뭉쳐서 웅크려 자는 거 있죠?
하루는 새벽에 추워서 눈을 떴는데 말이죠.
같이 덮고 있는 이불을 혼자 똘똘 말아서 독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이 인간을 그냥?'
나는 이불을 잘 뺏는 편이긴 하다.
정확히 말하면 뺏는 다기보다는 뱀처럼 똬리를 트는 걸 선호한달까?
자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불을 몸에 돌돌 말아버리는 습관이 있다.
문제는...
오싹한 느낌이 들어 새벽에 눈을 뜨면
언제부턴가 아내가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벽에 깨는 이유는 단순해요.
'추워...'
이불도 사라졌고
옆에는 아주 지혼자 편하고 따뜻하게 자고 있네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몇 대 때려주고 싶은 거 있죠?
그래서 타협하기로 했다.
침대를 같이 쓰되 이불은 따로 쓰기로.
별거 아닌 변화 같지만 생각보다 효과는 컸다.
각방 쓰는 것보단 낫지 않나?
물론 따로 쓸 각방도 없다는 게 문제긴 하다.
이불을 따로 덮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이래서 각방 쓰나?'
사소한 거지만 삶의 질이 엄청 올라간 거 있죠?
요즘 낮 기온이 20도를 넘는다는데
북향인 우리 집 거실은 여전히 서늘하다.
플리스를 꺼내 입으려는데
아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 좀 덥지 않아?”
따뜻한 날이네?
아니 솔직히 좀 더워.
그런데 눈앞에
플리스를 껴입고 있는 사람이 보이네요.
대체 춥다면서 왜 반팔만 고집하는 건지...
반팔 입으면 뭐 더 어리게 볼 줄 아나 봐요.
나참.
“아니, 추운데? 엄청.”
내 말에 아내가 비웃었다.
“감히 가장한테 말대꾸? 내가 춥다면 추운 거야!”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나는 그냥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이 사람과 전 앞으로도 온도가 잘 안 맞을 거 같아요.
더운 걸 덥다고 해야지 뭐라 하겠어요.
그렇게 추워하면 긴팔이라도 입으면 될 텐데
맨날 긴팔 입으라고 하면 웬 핑계가 그리 많은지.
됐어요.
그냥 저렇게 살다가 어디 각방의 맛이라도 한번 보라죠.
지금 느끼는 온도 차이가 더 커지면
우리는 언젠가 각방을 쓰게 될까?
같은 침대를 쓰는 것도
얼마 안 남은 거 같아요.
온도를 맞춘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 일이네요.
내가 이렇게 노력한다는 걸 알고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