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의 아픔이 늦게 보였다.

20

by 고성프리맨

어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가 손가락을 다쳤다.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전화가 한 통 왔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언제 와 오빠?”

“응? 아직 안 끝나서 조금 더 있어야 하는데 왜?”

“아니… 나 오늘 수영 안 가려고.”


뭔가 이상했다. 할 말이 있는 사람의 말투였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언제 오는지 궁금해서.”


찝찝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알았어. 끝나고 바로 갈게.”

“응. 이따 봐.”


집에 도착하자 아내가 울상을 지은 채 방에 앉아 있었다.


“오빠… 나 피가 안 멈춰.”

“어? 무슨 일이야?”


채칼을 쓰다가 손가락을 베었는데 두 시간이 넘도록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약국에서 지혈제를 사서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다.


“병원 가봐야 할 것 같아.”


나는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아까 바로 말하려다가 안 했어. 오빠 걱정할까 봐.”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나는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아내는 혼자 겁 먹은 채 몇 시간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해서야 상처가 생각보다 깊다는 걸 알았다.


“어떡해. 처음 꿰매는 건데 너무 무서워.”


잔뜩 겁먹은 얼굴을 보는데 마음이 무거워졌다.

얼마 전 채칼을 사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정작 다쳐버렸다는 사실이 안쓰러웠고, 그런 아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실이 미안했다.


진료를 마친 뒤 의사는 2주 정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다음 날 다시 치료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잔뜩 겁을 먹었고, 나는 그제야 그 두려움을 알아차렸다. 아내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해 오던 집안일도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늘 곁에 있으면서도 상대의 아픔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다.

분명히 어제의 내가 그랬다.

아내가 겁먹은 얼굴로 “무서워”라고 말하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그저 지금은 하루빨리 아내의 손가락이 낫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