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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점빵 Nov 19. 2021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갈 테니까.

페트병의 라벨을 떼 내고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건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상식이 된 행동이다. 혹여, 그것이 필요한 일임을 벌써부터 알았더라도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병에 붙은 라벨이 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라벨을 쉽게 분리할 수 있게끔 제품을 개선했다. 아예 라벨이 없는 형태도 자주 눈에 띈다. 별것 아닌 듯한 페트병 라벨의 작은 변화에서 그래도 우리 세상이 조금씩은 나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음을 새삼 느낀다.


지금보다 훨씬 더 인생 경험이 미천하던 시절, 남들에 비해 발전이 더딘 것 같다며 직장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 선배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문득 떠올린다.


"맨날 쳇바퀴 도는 것 같아도, 조금 지나서 돌아보면 한 걸음 정도는 앞으로 와 있더라.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

이날의 대화는 지금까지도 여러 방면에서 내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개인의 성장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종종 개선이 요원해 보이는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목격할 때면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는 버팀목 용도로 사용한다.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답답한 뉴스를 접하며 우리 사회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 아닌지, 덜컥 겁이 날 때가 있다. 감히 짐작하는 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포기해 버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히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끝까지 믿어보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떼 내기 쉬워진 페트병의 저 라벨처럼 말이다.




숙성회를 먹다가, 어느 날의 분리수거를 떠올리며.

-브랜드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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