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되어 날아간 아이

꿈에서 인사하고 떠난 모찌

by 궈녁

평화로운 풀밭이었다

날씨는 막 따뜻해진 봄 같았고 하늘은 맑고 또 맑았다


피크닉을 가본 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맑은 하늘 아래 적당히 마른 잔디 위에 오랜만에 누워 있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한참을 누워 있었는데 멀리서 열 마리 정도 되는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날아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비무리가 내 위에서 맴돌았고

맴도는 사이에 내 가슴에서 새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나와

내 위에 맴돌던 나비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로도 한참을 내 위에서 맴돌던 나비 무리들은

반짝거리면서 하늘로 날아갔다

한참을 날아가는 나비무리를 바라보다가 눈이 부셔서 눈을 잠시 감았다


잔디밭이 아닌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모찌가 곧 우리 곁을 떠날 거라는 진단을 받고 한참을 울다가 잠든 침대 위였다

꿈에서 깼을 때, 와이프는 한참을 하혈하고 모찌가 우리 곁을 떠나려나 보다며 울먹였다

그리고 그 주 월요일 완전유산 진단을 받았다


절박유산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기도는 당연히 유산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기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산이 된다면 이 작은 아이가 가는 길이 무섭고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유산이라는 것은 부모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아이에게 버텨달라고 부탁하고 굳세게 마음을 먹더라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몸의 변화와 유산의 기운 앞에서 우리는 유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끝까지 믿고 버틸 수 있는 부모는 몇 되지 않는다


몸이 보내는 수 없는 사인 속에서 부모는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기도는 점점 바뀌어갔던 것 같다

첫 번째 기도는 이 작은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맡기니 천국으로 보내달라는 기도.

두 번째 기도는 이 아이가 천국까지 가는 길이 외롭고 무섭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는 기도였다


태몽도 아닌 유산몽은 아마 그 두 가지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던 것 같다


내 뱃속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내 가슴속에 나비처럼 품어져 있던 모찌는

나비가 되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갔다

유산은 했지만 부모로서 모찌를 위해 해줄 수 있었던 두 가지 기도는 모두 이루어졌다


우리 아이는 나비가 되어 날아갔어


키우던 아이가 떠난 것도 아니고, 얼굴도 보지 못한 작은 생명이 떠난 것이지만 유산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아 와이프에게는 유산이라는 말 되신 나비가 되어 날아간 모찌라는 얘기를 쓰곤 했다


태몽은 꾸지도 못했으면서 유산몽만 꾼 부모였지만

외롭지 않게 하늘로 날아간 모찌가 쭉 하늘에서 행복하길 또 바라고 바란다

아빠 꿈에서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떠난 모찌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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