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순간들

네가 내게 남겨준 잔상들

by 궈녁

주차장에서 내려 너를 안고

주차장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는 순간을

너무나도 좋아하며 까르르 웃는 너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사랑스럽다


별 것 아닌 것 알면서도 괜히 너를 더 웃기고 싶어

쿵쿵거리며 올라가기도 하고 일부러 더 빨리 올라가기도 했다

아마 나는 앞으로 이런 계단실만 보면

네가 내게 안겨서 까르르 웃으며

올라가던 순간이 계속 잔상처럼 남을 것 같다


공룡책을 읽어줄 때면 쿵, 쿵, 소리가 나올 때 즈음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쿵, 쿵, 부분을 따라 하려는

너의 입모양과 손짓이 계속 보고 싶어

같은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또 읽어달라는 너의 요구가

하나도 지겹거나 지치지 않는다


네가 이유 없이 웃는 순간들만큼이나,

이유 없이 내 마음에 박히는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언제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금은 단편영화처럼 몇 안 되는 순간들이 짧게 지나가고 말지만

앞으로 너와 3년 5년 10년 20년을 살아가며

네가 나에게 의미 없이 던진 순간들이

지워지지 않는 잔상처럼 남아서 하나의 장편서사영화를 만들겠지


부모에게 자식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의미 없는 행동들이 가시가 되기도 하고 행복이 되기도 하는

나 역시도 나의 부모님께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아빠의 잔상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엄마와 함께 아빠를 놀이터에서 기다리다가

아빠가 오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달려오던 모습이라고 했다

아빠가 서른셋, 내가 세 살이었던 시절이니까

30년도 더 된 얘기인데도 어제 일처럼 웃으며 얘기하는 아빠를 보며

어렴풋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엄마를 제일 좋아하지만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고

나가면 엄마만 찾지만

아빠가 비행기 태워주는 것을 좋아하고

아빠한테는 절대로 뽀뽀해주지 않다가도

우는 시늉을 하며 알았다는 듯이 뽀뽀해 주는

너에게는 2등 3등 그리고 언젠가는 몇 등으로 밀려날지 모르는 아빠지만


이렇게 작은 순간들조차 행복한 잔상으로 남아지는

너는 나에게 영원히 1등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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