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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카 Aug 19. 2020

대기업에서 쏘카로, 6개월을 돌아보다

나 여기 온 거, 잘 한 거 맞지?

대기업이라 불리는 곳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쏘카로 이직한 지 6개월이 되어 간다. 이직 후 생각보다 전 직장 사람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는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과장님, 거기는 대기업이랑 어떻게 다르게 일하나요?"


이 글은 한국의 보편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하고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이 궁금한,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로,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사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왜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렸나 


(리스크가 있더라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을 경험하고 싶었다.

(높은 사람의 잘못된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나는 왜 쏘카로 이직했나


부드럽지만 단도직입적이고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지는 면접이 인상 깊었다.

본인의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사회생활 중 경험하지 못한 업계 1위인 회사에 한 번 다녀보고 싶었다.



쏘카의 첫인상


입사 첫날 ‘SOCAR 백과사전'이라는 파일을 받았다. 기업 미션부터 이메일 가이드, 업무 툴 설명서, 와이파이/프린트 연결법, 디자인 요청 가이드, 인사 규정, 휴가 올리는 법 등 회사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들이 담겨있었다. 어떤 것은 구글 스프레드로 어떤 것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억지로 틀을 끼워 맞추려 하지도 않고 내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었다.


삐까뻔쩍한 웰컴 키트 대신 받은 백과사전은 보면 볼수록 쏘카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는 듯하다.


덧. 하지만 나는 백과사전을 보고 모바일 와이파이를 설정하는 데 3일이 걸렸다. 주변에 물어봐도 연결이 안 되어 그냥 자신의 데이터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든 가이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입사 첫 날 꼼꼼히 뜯어봤던 가이드북



마케팅 본부의 첫인상 


전 직장에서 내가 윗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너희도 요즘 스타트업이 하는 것처럼 빅데이터도 활용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좀 해봐~” 


전 직장에서는 나를 포함한 세 명이서 닥치는 대로 찔러보던 업무를 여기서 20명이 아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쏘카 마케팅 본부는 브랜드 디자인과 카피라이팅 등 브랜딩을 고민하는 팀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CRM팀, 서비스마케팅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니 퀄리티가 다를 수밖에! 


덧. 마케터들이 모여있으면 패션회사처럼 화려할 줄 알았는데, 매우 소박하다. 의외였다. 더 의외인 것은 사무실인지 도서관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



이들이 일하는 방법


나이가 많건 적건, 어느 팀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던 모두 스마트하게 일한다. 


-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공유한다. 

- 이때 본인이 판단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의견을 묻는데, 간단한 경우에는 슬랙으로 진행하고 

  복잡한 경우는 이메일 혹은 대면 회의를 진행한다.

-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실행방안과 해결책을 결정한다.

- 실행한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분석하고 공유한다. 

- Lesson and Learn :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한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스마트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직접 몇 번 경험하고 보니 그 스마트함은 구체적으로 다음의 키워드로 귀결되었다.


데이터 기반의 사고

공유하는 문화

빠른 속도




이들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위 세 가지 키워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데이터 기반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빠른 속도로 실행한다.


- 슬랙

본부/팀/TF 별로 채널이 열려있어 빠른 판단이 필요하거나, 간단한 유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슬랙으로 진행한다. 시간만 잡아먹는 회의를 줄여주는 1등 공신이다. 대부분의 채널이 모든 직원에게 오픈되어 있어 검색을 통해 내가 알고 싶은 부서의 업무 진행 내역과 과거의 히스토리까지 모두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조직이 커지면서 파악하기 어려운 담당자를 찾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전사 차원으로 묻고 의견을 받을 수 있다. 담당팀을 찾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전화하는 일은 이곳에서는 없다.


- 이메일 

메일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요청 다른 하나는 공유. 요청의 경우 제목에서 명확하게 목적을 밝히고, 배경과 목표/주요 히스토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달한다. 이후 스레드를 통해 결과까지 피드백하고 공유한다. 공유의 경우 모두가 알아야 하거나 서로의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공유한다. [디엠 발송 ab 테스트의 의외의 결과] 같은 메일도 자주 오고간다. 대부분의 공유 메일에서는 각자가 본인의 일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 회의문화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복잡한 경우 서로 만나서 회의를 하는데, 회의 시간이 되면 오차 범위 1분 내로 만나서 “안녕하세요” 인사 후 바로 본론에 돌입한다. 5분이든 10분이든 용건이 끝나면 쿨하게 헤어진다. 2분 이상 지각하면 죄송해야 하며, 근황 토크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질질 끌지도 않는 회의 문화가 마음에 든다



이직하고 나는 만족하는가?


'높은 인지도와 TOM을 보유한 브랜드'라는 소비자 인지도 조사 결과를 받아볼 때는 뿌듯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브랜드로서 새롭고 다양한 시도보다는 안전한 방식을 선택해야하는 아쉬움도 있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너무 잘 잡혀있어 놀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생겨나는 양식과 절차에 점점 조직과 체계가 엄격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설립 후 10년을 바라보고 있는 회사를 초기 스타트업과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 예상한 나의 판단 미스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빠르게 행동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시스템은 내가 이직하면서 딱 기대했던 부분이다. 일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은 물론 쉽지 않지만 그만큼 개인적으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어 만족한다. 


브런치에 쓰는 글인 만큼 아주 솔직하게 써보려 했는데, ‘쏘카가 얼마나 스마트하게 일하는지 보여줄게’ 작정한 글이 되어버린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된다. 우리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직업병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추가로 풀어보는 쏘카 in 성수 이야기


쏘카에 와서 기대하지 않은 만족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회사가 성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점심시간을 활용해 매달 생겨나는 소위 힙하다는 곳에서 밥 먹고 커피를 마시며 리프레쉬가 가능하다. 마케터로서 다른 브랜드의 쇼룸이나 로컬샵을 방문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팀원들 모두가 성수에 새로 둥지를 튼 브랜드 샵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데, 언젠가 만들어 볼 우리만의 공간을 상상하며 부러워하곤 한다. 성수동 라이프 6개월 동안 자주 찾은 매우 사적인 방앗간들과 새로 생긴 공간 몇 군데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 코사이어티

다락을 품고 있는 높은 층고의 창고형 카페, 나무그늘과 바람을 쐴 수 있는 테라스, 지붕이 오픈되는 갤러리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으로 구성된 곳. 코워킹스페이스로 일반인에게 오픈이 안되었는데, 코로나 이후 재오픈하면서 시즌별 전시와 함께 일부 공간이 오픈되었다. 올여름 여행이 가고 싶을 때마다 이곳에서 GABWORK 영상을 보며 마음을 충전했다.


- 로우키

카페 전쟁의 최전선인 성수에서 딱 하나의 카페를 고르라면 추천하고 싶은 곳. 공간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건 향과 소리라 생각하는데, LOWKEY MUSIC BLEND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음악이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는 듯하다. 카페 한켠의 굿즈들도 하나같이 감도가 높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브랜드다. 아, 이곳 지하에도 공간이 있는데 거의 깜깜하다 싶은 딥다크한 분위기다. 점심시간을 피해 가면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로우키 성수점 @lowkey_coffee


- 오르에르 + 포인트오브뷰

너무 유명한 곳이지만 2층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 마음의 사치를 누리고 싶을 때 보물창고 같은 포인트오브뷰를 찾으면 기분전환이 된다 . 묵직한 조명과 쫀득한 BGM 아래에서 개인작업 하기 좋은 공간.


- 낫저스트북스

독립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사람(주인장)에 있다. 성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주인장 덕분에 독립서점보다 성수동 사랑방이 더 잘 어울린다. 글에서 소개하는 곳 중 유일하게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보기 드문 진정한 로컬샵.


- 프로젝트 R

서울숲길에 두 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렌트는 브랜드에 공간을 임대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오픈한다. 7월 어느 금요일 저녁, 1호점인 오킬로북스에서 사진집 하나를 집어 들고, 길 건너 2호점 소금집 팝업에서 잠봉뵈르와 와인비주얼의 맥주 한 병을 사들고 서울숲에서 여름밤을 즐겼다.


- ndd

부담 없고 맛있게 식후 디저트로 딱! 누군가 스트레스 받을 때 손잡고 와서 젤라또로 달달함을 충전할 수 있는 망원동 당도의 2호점


ndd 서울숲점 @gelateria_dangdo


- 아더에러 플래그십 스토어

현실 도피 타임이 필요하다면 우주로 떠날 수 있는 이곳을 추천. 컨셉츄얼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끝판왕


- 공간와디즈

목적에 충실하고 스케일감 있는 와디즈의 오프라인 쇼룸


- 로스트성수 

음악과 분위기에 취해서 음식이 더 맛있게 기억된, LP샵을 품고 있는 와인바


로스트 성수 @lost_seongsu


- 그 외 가볼 만한 곳들 

한적한 아파트 상가에 둥지를 튼 오브젝트 성수, 오픈하자마자 인스타그램을 휩쓸었던 모노하의 두번째 공간 모노하 성수, 키오스크키오스크 성수 등 각종 브랜드의 성수점은 기존의 공간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Written by. 브랜드마케팅팀 아이보리

우리가 추구하는 쏘카와 사람들이 느끼는 쏘카의 차이를 줄여나가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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