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브랜드 이야기] 초코파이
1974년, 동양제과가 국내에 초코파이를 첫 출시하고
점점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지자
경쟁사들도 하나둘씩 초코파이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1979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1986년 해태제과, 크라운제과가 초코파이 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지식재산권이 강조되기 이전의 시기였던 당시 제과업계에서는
누군가 새 제품을 내놓고 인기를 끌면
바로 유사 제품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초코파이가 그랬고, 새우깡이 그랬으며,
죠리퐁, 콘칩, 양파링, 자일리톨 등
수많은 제과 브랜드들이 미투 제품과 싸워야 했다.
1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했던 상표 등록의 시간과
주지저명성을 입증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들로 인해
상표법도 부정경쟁방지법도 무용지물이 되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서로의 제품을 베끼고 또 베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오리온 초코파이를 모방한 경쟁업체들의 제품은
날이 갈수록 교묘하게 닮아갔고
미투 제품이 나오면서 시장 볼륨은 커졌지만
소비자들의 오인혼동은 더 심화되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일이 발생을 했다.
해외에서 초코파이가 인기를 얻게 되었고
동양제과가 중국 시장에 초코파이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하려던 중
초코파이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사건이 생겼다.
바로 롯데제과가 초코파이의 상표를 중국에 먼저 출원해 버린 것이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상표의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먼저 출원 신청을 한 사람에게 상표에 대한 권리를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제과는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얻던 시점에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의 상표권도 빼앗기게 생긴 것이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동양제과는
'초코파이' 대신 '오리온파이'로 중국어 상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국내 마케팅에서 활용하던 '情' 이미지를 살려
'좋은 친구'라는 의미의 '好丽友派(하우리오파이)'를 만들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동양제과는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의 '초코파이'상표를 지키기 위해
대대적인 지식재산권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초코파이가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전 세계에
초코파이 상표를 출원하기 시작했고
롯데제과도 이에 질세라 출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IMF가 시작되던 무렵,
다니던 브랜드 회사에서 크라운제과 마케팅부로 옮겨간 나는
신제품의 브랜드 개발과 함께 지식재산권 담당 맡았고
때마침 시작되었던 초코파이 상표 소송 일이
어쩌다 보니 내가 담당자였고,
어쩌다 보니 내가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