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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숲 이미림 Nov 05. 2021

3. 초코파이 상표는 어쩌다 보통명칭이 되어 버렸을까?

[재미있는 브랜드 이야기] 초코파이

3. 초코파이 소송


1997년 5월 3일, 

동양제과는 특허심판원에 '롯데 초코파이' 상표를 상대로 

'상표의 등록 취소 및 무효 심판' 소송을 냈다.

그동안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던 상표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지식재산권 전쟁에 돌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이미 10년 이상 

초코파이를 생산. 판매해 오고 있었고,

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싸움이 되어 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롯데제과는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를 피청구 참가인으로 하는 

연합작전을 펼쳤으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법률대리인들인

김앤장과 태평양을 선임해 소송에 맞대응했다.


모든 소송이 그렇겠지만 

특히 지식재산권 소송은 자료 싸움이라 

도움이 될만한 근거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먼지 쌓인 묵은 자료들을 찾아다니며

작은 것 하나라도 확보하기 위해 매일 동분서주했었다.


그 결과 나는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승소를 했고

2심 모두 패소한 동양제과는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년여의 힘들었던 싸움에도 불구하고 동양제과는 

'오리온초코파이' 상표의 주지저명성은 인정받았으나 

'초코파이'상표권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초코파이 소송 특허심판원 판결문


그렇다면 왜,

초코파이 상표는 보통명칭이 되어 버린 걸까?


첫 번째는 동양제과가 '오리온 초코파이' 상표를 출원했을 때,

'초코파이'도 출원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경쟁사들의 상표가 출원공고가 되었을 때 

이의신청을 통해 막았어야 했다.


상표는 등록되기 전 2개월 동안의 출원공고 기간이 있다.

특허청에서 해당 상표들을 등록시키려 하는데

이의가 있으면 신청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거절 결정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등록 결정을 내린다.

만약 이 기간을 놓치면 기나긴 소송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그 출원공고 기간에도 이의신청이 없었고,

등록된 이후에도 경쟁사의 상표에 취소. 무효 소송을 하지 않았다.


초코파이 소송 특허법원 판결문


그리고 두 번째는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초코파이 상표를

적극적인 규제로 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가 처음 초코파이 제품을 출시하였을 때

경고장은 물론 가처분소송으로 적극 대응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다른 경쟁사의 제품이 출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애플이 독일의 작은 마을 카페에서

애플 닮은 로고를 사용한다고 소송을 했던 것과

버버리가 우리나라 안동 지역의 버버리떡과 소송을 한 것,

그리고 루이비통이 양평의 루이비통닭과 소송을 했던 일들이

바로 내 상표를 지키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동양제과는 자사의 상표를 추가 출원하면서 

'초코파이'를 지정품목으로 넣는 실수도 하였으며(아래 참조),

광고에서는 경쟁사 초코파이 제품과 구분하는 방법으로

'오리온을 꼭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이는 모두 초코파이가 스스로 관용표장임을 인정해 버린 결과가 되었다.


오리온초코파이 30류 지정품목 (1988, 1999년 출원 상표)


이는 식별력이 낮았던 농심의 '새우깡'이 

적극적인 상표 관리로 권리를 유지한 것과 매우 상반되는 결과였다.



결국 1997년에 시작된 소송은 

2001년 6월 대법원의 판결로 끝이 났으며

좋은 브랜드로 만들어졌던 '초코파이'는

모두의 상표인 보통명칭이 되어 버렸다.


현재 제과 3사 초코파이 패키지


하루 100%의 에너지를 다 쏟아부으며 일했던 초코파이 소송,

내게는 그 결과로 얻어낸 승소라 뿌듯한 마음 그지없었지만

브랜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기도 했다.


수백억 원 이상의 자산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브랜드가

기업의 상표 관리 소홀로 인해 보통명사화가 되어 버린 이 사건은

'브랜드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는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확히 알려 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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