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타운, 카트만두! 참 살기 좋은 고장
히말라야 타운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지난밤 어둠에 쌓여 보이지 않던 동네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네팔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 것은 호텔 창으로 펼쳐진 장엄한 설산을 보고서다. 공기는 우리나라 늦가을 정도의 서늘함인데 저 멀리는 설산이 마을을 호위하듯 감싸 돌고 있다.
흔한 외국인의 실수로 나는 그중 가장 높고 뾰족해 보이는 산이 에베레스트냐고 물었다. 현지 직원이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카트만두에서 에베레스트 안보여요’. 그리고 에베레스트는 서양 사람들이 멋대로 붙인 이름으로 현지에서는 ‘사가르마타‘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민망하다. 그래도 나는 뾰족한 설산이면 흥분하며 에베레스트인가 하고 생각했던 이 날을 고이 고이 간직하리라.
카트만두에 살면서 깨달은 사실은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북쪽으로는 이름만으로도 찬란한 히말라야 산맥의 호위를 받고 남쪽으로는 인도까지 무한한 평야가 이어진다. 날씨가 좋고 대기오염이 덜 한 날이면 연중 히말라야 산맥의 설산이 눈에 들어와서 가슴이 벅차다. 도시화로 카트만두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긴 하지만 지진도 있고 아직 고급주택을 감당할 국민소득이 아닌 지라 높은 건물들 보다 전통적인 빨간 지붕의 낮은 집들이 많다. 창 밖으로 하늘과 내 시야를 가리는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이 지내는 내내 고마웠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도권 지역에 해당하는 카트만두 권역은 분지지역이다. 연평균 기온이 15~25도 사이를 오고간다. 즉, 겨울에도 춥지 않고 여름에도 덥지 않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오해하는 것이 네팔은 히말라야니까 공기 좋고 물 맑아서 신체가 정화 될 것이라는 것과 히말라야 산맥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춥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네팔에 와보면 도시화로 물도 공기도 너무 더럽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리라. 동시에 히말라야 산맥이 추운 기운을 밀어 보내기보다 오히려 막아줌으로서 겨울에도 매우 따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더워 죽겠다는 소리와 칼 바람에 코 베이겠다는 소리는 여기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단, 온돌에 익숙한 한국 사람은 으스스하게 뼈를 에워오는 스산함에 대비하여 전기이불은 필수이다.
카트만두의 자연 환경 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또 하나는 습도이다. 우기든 건기든 습도가 매우 낮아 항시 쾌적하다. 매일같이 비가 오는 우기 시즌에도 저녁 5-7시 사이에만 비가 내리고 낮에는 햇볕이 쨍쨍하다. 한국의 빨래 건조기는 전혀 쓸모가 없다. 낮에 비추는 뜨거운 태양만으로 빨래가 기분 좋게 마른다.
물론 차량 배기가스, 비포장 도로 먼지, 수많은 새들의 깃털과 분비물로 맘 편하게 빨래를 외부에 널지는 못한다. 특히 겨울철 건기의 먼지는 엄청나서 잠시만 밖에 나가도 피부가 먼지로 도포되는 느낌과 그에 상응하는 냄새가 난다. 길가의 가로수는 잎과 가지에 먼지를 소복히 덮고 서있다.
한번은 지인들에게 길가 가로수가 너무 불쌍하다고 내가 말했다. 돌아온 대답에 크게 웃었다. ‘나는 먼지로 새까맣게 된 내 콧구멍이 더 불쌍해요’. 맞다. 길가의 가로수 같이 되지 않으려면 수시로 콧구멍 청소를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카트만두는 인구집중과 무분별한 개발로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문제 등이 심각해 더 이상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슴으로 느낀다.
한국에서도 많은 자연 파괴가 행해지고 있지만 일상의 눈이 미치지 못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 척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없는 일상에서, 길가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 그 안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소와 개를 보면서, 먼지로 고개 들지 못하는 가로수를 보면서 피부로 환경오염이라는 단어를 각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