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어쨌든 My Home!
나는 집을 사랑한다. 피곤하고 힘들며 자신감을 상실한 날이면 혼잣말로 습관처럼 징징댄다. ‘집에 갈꼬야~’.
네팔에 도착하면서부터 가장 큰 임무는 앞으로 2년을 보낼 나의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 집은 네팔 카트만두 탕갈(Tangal)이다.
먼저 찾아본 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주택가 마을이다. 카트만두 시내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 만큼 먼지가 덜한 지역이다. 누구든 카트만두에 와 보면 먼지가 생활의 결정타가 된다는 걸 알게 된다. 회사에서도 가깝고 한국에서는 좀처럼 즐길 수 없는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들이 많다.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집이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 단위가 거주할 수 있도록 2~3층의 넓은 평수가 특징이다. 개인 주택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경비는 물론 살림 도움이 등을 고용해야 한다. 혼자 사는 내게는 넓은 평수가 자유라기 보다 으스스한 관리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큼으로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다음으로 아파트를 보러 갔다. 그렇다. 네팔에도 아파트가 있다. 단신 부임이거나 출퇴근의 편의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집마다 소유주가 다름으로 각양의 인테리어가 존재하지만 침대, 식탁 등의 기본적인 가구가 비치되어 있다. 아파트 역시 하나 같이 30-40평대의 거대 규모이다. 주말에 모든 에너지를 청소에 매진하게 생겼다.
2015년 지진 여파 속에서도 살아남은 소수의 아파트 단지는 벽면에 금이 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높은 임대료를 요구했다. 내게는 높은 임대료나 위험해 보이는 건물 외벽 잔금 보다도 베란다 마다 존재하는 비둘기 똥이 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얼마나 사람이 머물지 않았으며 이렇게 방치된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안다. 이틀만 지나도 발코니의 새똥은 엄청나다는 것을. 반신욕을 즐기는 내게는 욕조가 있는 욕실이 필요한데 어느 아파트에도 욕조가 없다. 그렇다. 처음에는 카트만두의 수돗물로 반신욕을 하겠다는 야심차고 순진한 생각을 했더랬다.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때에 작은 규모의 레지던스 호텔을 소개 받았다. 카트만두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회사에서는 직선거리로는 5.4 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개를 몇 마리 만나지 않고 걸어가는 거리에 네팔 최대마트 본점, 유명 한식당, 퓨전 전통 식당 등이 있다. 또한, 레지던스 호텔을 중심으로 동일 콤플렉스 내 라이브 공연장, 카페, 유명 바 등이 있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4층짜리 2개동으로 구성된 작은 호텔의 입구를 지나 방 2개의 작은 공간으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본 아파트들에 비해 층고가 1.2배는 더 높은 천장이 시원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침대와 소파, 식탁 등 기본 가구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고 그나마도 원목으로 통일성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집들은 다양성을 우선으로 하는 가구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빨간 소파에 녹색 스탠드 등으로 말이다.
가장 내 마음을 빼앗은 것은 정면이 모두 유리로 이루어진 발코니 문이다.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이 저 멀리 뽀족한 설산이 조그맣게 보이고 히말라야의 태양이 거실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취사도구와 함께 주방이 있고 욕조가 있으며 24시간 리셉션에 사람이 상주하고 따뜻한 물이 24시간 제공된다는 사실들이 없었더라도 나는 이집을 선택했을 것이다. 동향인 발코니 통 유리 창으로 매일 아침마다 히말라야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 집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나에게 모두가 우려를 표했다. 포장인 듯 포장 아닌 카트만두의 도로를 위험천만하게 오가는 오토바이를 헤치고 기본 1시간은 오가야 하는 출퇴근 때문이다. 나의 집과 회사는 직선거리로 5.4Km 거리에 있다. 한국이면 10분도 안 걸릴 거리인데 왜들 이렇게 호들갑인가 했다.
그러나 그들이 옳았다. 네팔 출근시간인 10시보다 앞서 출근하는 나는 평균 30분이 걸려 출근을 한다. 그러나 퇴근길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1시간은 양반이요 어떤 때는 1시간30분이나 걸린다.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나는 멀미를 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운전기사는 나의 집, 본인의 집, 회사의 거리가 기존보다 멀다는 이유를 불평을 쏟아 내기 까지 했다.
그러나 집에 대한 나의 선택도 옳았다. 물론 이 집에서 아무 사건 사고 없이 살았던 것도 아니며 출퇴근의 피로로 다른 집을 물색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나 아침 떠오르는 히말라야의 일출로 내내 행복했다. 카트만두에서는 별달리 갈 곳도 없고 특히 체류 2년 중 1년은 코로나19로 6개월간 집에서만 지내야 했으니 출퇴근을 이유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음은 옳은 선택이었다.
네팔에 처음 와서 만난 누군가에게 내가 물은 적이 있었다.
‘트래킹이나 여행 말고, 평범하게 일상에서 쉴 때는 어디 가면 좋아요?’
멈짓 멈짓 하던 그가 대답한다.
‘네팔에서는 집이 제일 좋아요. 어디든 가면 1시간도 안되어 집에 가고 싶으니까요.’
지난 2년을 보내며 그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바다.